한은 "서울 집값 2021년 고점의 90% 회복…가계부채비율 높아질 것"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비율이 현재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서울 집값이 2021년 고점의 90% 수준까지 회복했고 서초 등 일부 지역은 전고점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12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의 '최근 주택시장·가계부채 상황에 대한 평가·시사점'을 통해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소득·사용가치와의 괴리는 다시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서울 명목 주택가격은 2021년 고점의 90%를 회복했고 주택시장 위험지수가 '고평가' 단계에서 재상승했다"며 "서초구 등 일부지역은 전고점을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22년 이후 완만히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지난 5월 이후의 높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다시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분기 기준 92.1%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1개국 가운데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주택시장과 가계부채는 △주택공급 △거시건전성규제 △금리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 만큼 최근 확장세가 장기화되지 않게 적절한 정책조합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추이가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금리인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주체들에게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전달해 과도한 금리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거시건전성 규제 측면에서는 주택공급 확대와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조치의 효과를 점검하면서 필요시 추가 강화 조치를 고려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은은 최근 상황을 과거 수도권 주택가격·가계부채 확장기와 비교했을 때 수급상황이나 금융여건, 거시건전성 규제 등의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2000년 이후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기는 △2001∼2003년 △2005∼2008년 △2015∼2018년 △2020∼2021년 등 총 네 차례로 구분할 수 있다. 네 차례 상승기 모두 주택거래량이 큰 폭 증가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도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과거 확장기는 대체로 주택건설 감소 등으로 공급부족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거시건전성 규제가 완화적인 상황에서 시작됐다.
최근에도 서울 등의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과 비아파트 기피에 따른 수급불균형 우려와 기준금리 인하 기대, 규제 완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다만 과거 확장기에는 높은 전세가율 등으로 갭투자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최근에는 낮은 전세가율로 전세를 활용한 갭투자 비중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차이가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경기 진작 효과는 제한적이다. 주택가격과 건물 투자 간 연계성이 낮고 가계부채비율이 높아서다.
다만 향후 주택가격 조정 과정에서 금융·경기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 또 높은 가계부채비율이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의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대출 흐름과 관련해선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견해와 불안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병존한다. 한은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내년 이후 안정된다는 견해의 근거는 주택가격 수준이 크게 높고 투자수요보다는 실수요가 많은 데다 정부의 공급확대 등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다.
반면 불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쪽은 거시건전성 규제 효과가 불확실하고 수급불균형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때문에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주현 기자 nar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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