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넘치는 물, 지하 저장했다가 활용

이병철 기자 2024. 9. 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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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지중저장' 기술의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았다.

지중저장 기술은 장마철처럼 물이 풍부한 시기에 충분한 양의 물을 저장했다가 가뭄철에 사용할 수 있게 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 기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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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필·조경진 KIST 책임연구원 연구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진행한 지중저장 실험 모식도. 한강 물을 끌어와 착수정에서 간단한 침전 공정으로도 수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나타났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지중저장’ 기술의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았다. 화학 처리 없이 간단한 공정으로도 장마철 넘치는 물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뽑아 쓸 수 있는 기술이다.

정성필·조경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책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안정적으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지중저장(인공함양)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지중저장은 생활용수와 산업용수처럼 필요한 물을 지하 대수층에 저장해뒀다가 뽑아 쓰는 기술이다. 대수층은 물을 저장하기 적합한 지하 구조로, 지하수를 주로 대수층에서 뽑아 사용한다. 지중저장 기술은 장마철처럼 물이 풍부한 시기에 충분한 양의 물을 저장했다가 가뭄철에 사용할 수 있게 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 기술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 네덜란드, 호주가 지중저장 기술을 이용해 도시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물을 별도 처리 없이 대수층에 주입하면 ‘공극 막힘’ 문제가 발생한다. 미생물 중 일부가 물에 포함된 ‘동화유기탄소’를 먹이로 삼아 증식하고 물이 통과할 수 있는 틈을 막기 때문이다. 물의 흐름이 차단되면 저장 효율이 감소하거나 부패해 저장한 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KIST 연구진은 간단한 침전 공정으로 공극 막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험은 지중저장 시스템을 모사한 파일럿 설비를 만들어 진행했다. 한강 물을 끌어와 침전 반응기를 거쳐 땅 속에 있는 지중저장 장치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13개월간 실험을 진행하며 2주 간격으로 물을 저장하고 회수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회수한 물은 유기물 함량과 미생물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계절에 따라 한강 물의 성분, 미생물 군집 변화에도 침전 공정을 거친 이후에는 유기물 농도가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적 처리 없이 간단한 물리 침전 공정으로도 1년 이상 공극 막힘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수질도 유지된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환경에 적합한 지중저장 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지중저장에 사용할 수 있는 부지 평가, 전처리 방법을 개발하는 데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물 공급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대규모 저장 기술인 지중저장 기술의 안정적 운영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라며 “파일럿 규모의 대수층 모사 시스템의 장기간 유기물, 마이크로바이옴 변화에 대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도 초기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화학공학 저널’에 지난 7월 22일 소개됐다.

참고 자료

Chemical Engineering Journal(2024), DOI: https://doi.org/10.1016/j.cej.2024.15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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