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뭄 대비 깨끗한 물 지중 저장한다

조경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책임연구원(왼쪽)과 정성필 책임연구원. KIST 제공.

기후 변화로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면서 안정적으로 물을 저장하고 공급하는 ‘지중저장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연구팀이 물 저장 능력을 향상시키는 지중저장 기술을 개발했다. 지중저장 기술은 지하 대수층에 저장해 둔 물을 필요 시 회수해 사용하는 기술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정성필, 조경진 물자원순환연구단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안정적인 물 저장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지중저장 기법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하천, 호수, 해양 등 지표수를 적절한 처리 없이 지하 대수층에 주입하면 동화유기탄소와 같은 유기물을 먹이로 삼아 성장하는 미생물이 '공극(빈틈) 막힘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공극 막힘은 수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연구팀은 강물을 이용해 물을 주기적으로 주입하고 회수하는 지중저장 기술을 모사했다. 2주 간격으로 강물을 땅속 모래층에 주입하고 2주 후 회수하는 물리적 침전 공정을 약 13개월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유기물과 미생물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 강물의 계절적 변화에도 토양 유기물과 저장된 물의 유기물 농도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화학 처리 없이 물리적 침전 공정만 시행해도 1년간 공극 막힘 현상 없이 안정적인 수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중저장 시스템의 수질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미생물 변화를 조사했다. 그리고 강물에 존재하는 유기물을 먹이로 활용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계절별로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오염물질을 분해시키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미생물 군집이다. 지중저장 시스템 내 미생물 군집이 유기물을 저감해 공극 막힘 현상을 방지하고 수질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도록 만든 것이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기법은 국내 지중저장 부지를 테스트하고 유입수 조건에 맞는 전처리 공정을 제안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또 지중저장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유기물과 미생물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 회수된 물의 수질 평가, 적절한 전처리 공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물 공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물의 대규모 저장 기술로서 활용되고 있는 지중저장 기술의 안정적 운영에 기여할 수 있는 성과”라며 “파일럿 규모의 대수층 모사 시스템 내 유기물 및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로 연구로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화학공학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