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공방에 피해자만 고통… 한일청구권 수혜 기업들 기부 나서야”[멈춰 선 강제징용 배상]

김규태 기자 2024. 9. 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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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민간 기업 기부금으로 우회 지원하는 '제3자(대위) 변제' 방식에 대해 친일 프레임으로만 접근한다면 일본 측 사과는 물론 피해 변제란 두 마리 토끼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1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제3자 변제 방안은 한·일 관계의 파탄 우려와 피해 구제 사이에 있었던 유일한 선택지"라면서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막다른 골목에서 정부가 내놓은 차선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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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멈춰 선 강제징용 배상 - (中) 소모적 논쟁에 뒷전 밀린 3자 변제
한일관계·피해구제 사이 최선책
과거사 매달리면 끝없는 싸움뿐
8억달러 혜택받았던 국내 16곳
사회공헌차원 기부금 여력 충분
국회는 국민설득·법적근거 마련
아직도…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에 12일 오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심경을 표현한 문구가 담긴 영상이 흐르고 있다. 윤성호 기자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을 민간 기업 기부금으로 우회 지원하는 ‘제3자(대위) 변제’ 방식에 대해 친일 프레임으로만 접근한다면 일본 측 사과는 물론 피해 변제란 두 마리 토끼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야가 소모적 공방을 끝내고 피해 구제에 초당적으로 합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수혜를 입은 포스코 등 국내 16개 기업이 기부에 참여하는 한편, 정부와 국회는 국민을 설득해 법적 근거를 위한 입법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1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제3자 변제 방안은 한·일 관계의 파탄 우려와 피해 구제 사이에 있었던 유일한 선택지”라면서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막다른 골목에서 정부가 내놓은 차선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도 “과거사에 매달린다면 피해 구제가 안 되는 한·일 간 ‘엔들리스(endless·끝없는) 게임’이 돼 버린다”며 “정부는 무조건 반일을 하는 것이 국익이 아니라, 오히려 국익을 손상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징용 피해자의 피해 보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현주 전 외교부 국제안보대사는 “제3자 변제 방안은 문재인 정부 때도 나온 대책”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친일 논란의 중심에 서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해 피해를 끼친 만큼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정치권이 대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한·일 청구권 협정 때 받은 총 8억 달러의 자금으로 수혜를 입은 포스코 등 국내 기업부터 먼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 수혜를 입은 기업은 현재 16곳으로, 코레일·한국전력공사 등 공공 및 정부기관 9곳과 포스코·KT 등 민간기관 7곳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3월 이후 기부금을 낸 곳은 포스코(40억 원) 1곳이 유일하다. 민간의 참여 저조로 올 들어 피해 지원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 교수는 “현재 16개 기업 규모로 볼 때 한 기업당 10억∼20억 원 정도의 기부금은 큰돈이 아니고 사회 공헌 차원에서 충분히 낼 수 있다”면서 “국가 번영을 위해 청구권 자금을 해당 기업들에 준 것인 만큼, 기부에 참여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 교수는 다만 “기업들 입장에선 여야 간 대립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에 찍힐 수 있고, 시비가 걸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해결할 문제”라고 했다.

제3자 변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입법화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신 전 대사는 “법적 근거가 없으면 우리 기업이나 일본 기업도 배임 등 위법 여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자발적 기부금을 내기 쉽지 않다”며 “초당적인 입법화가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사도 “일본의 역사 책임에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형태로 하되, 국민 동의를 받아 정부의 예비비로 지원하는 방안도 추가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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