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 먹는다” 트럼프 말에 공포에 떠는 아이티 이민자들

김서영 기자 2024. 9. 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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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서부 오하이오주의 소도시 스프링필드.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TV 토론에서 내뱉은 혐오 발언으로 아이티계 이민자 사회가 공포에 떨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이민자들은 이웃들이 기르는 개와 고양이를 먹는다”고 주장했다. 오하이오주 소도시 스프링필드로 온 아이티계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음모론을 언급한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이 방송을 탄 이후 스프링필드의 아이티계 주민들이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지역의 아이티 커뮤니티센터 책임자 바일스 도세인빌(38)은 센터에 협박 전화가 걸려 왔다면서 “우리는 어디를 가든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창고에서 일하는 자신의 친구가 적대감 탓에 퇴사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티 디아스포라의 소식을 전하는 매체 아이티안타임스에 따르면, 일부 아이티계 주민은 TV 토론 이후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또한 인종차별적 표현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증폭되면서 아이티계 주민들이 집 앞에서 괴롭힘과 폭행,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그의 러닝메이트 J D 밴스 상원의원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유사한 거짓 주장을 퍼뜨렸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스프링필드 시 관계자들은 “반려동물을 잡아먹는 사람이 있다는 믿을 만한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인구 5만8000명의 스프링필드에는 최근 약 3년간 아이티계 이민자 1만5000명이 유입됐다. 이들이 지역 경제에 활기를 가져오는 동시에, 현지 주민들은 임대료가 오르고 학교나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워졌다는 불만도 품게 됐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신청도 증가했다. 로이터는 “지난 3년간 아이티에서 온 이민자들이 성장통과 함께 일부 경제 부흥의 가능성을 제공하며 스프링필드를 재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오하이오주 면허가 없는 아이티인이 통학버스를 들이받아 아동 1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 사고로 숨진 아동의 아버지 네이선 클라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이 아들의 죽음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들은 불법 이민자, 국경 위기 그리고 심지어 반려동물이 잡아먹힌다는 거짓까지 마음대로 내뱉을 순 있다. 그러나 그들은 내 아들에 관해 언급하는 것을 허락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아이티계 미국인은 약 110만명으로, 이 중 약 절반은 이민자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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