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3700만원'은 왜 받았나…승부조작 부인했으나 더 미궁으로
동료에게 받은 거액은 제대로 설명 못해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10개월 동안 중국에 구금됐다 풀려났음에도 당시 이야기에 대해서는 내내 함구하던 손준호(수원FC)가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승부조작과는 무관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손준호는 지난 11일 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승부조작 혐의로 중국축구협회로부터 받은 영구 제명 징계에 대해 해명했다.
당시 손준호는 눈물을 흘리며 중국 공안의 강압 수사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거짓 진술을 했을 뿐 승부조작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 여론은 다른 방향으로 악화됐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중국 법원에서도 문제 삼은 부분으로, 친구이자 팀 동료였던 진징다오에게 받은 20만 위안(약 3700만 원)의 목적이다.
손준호는 "재판을 앞두고 중국 판사와 당국 고위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20만위안에 대한 금품 수수 혐의를 인정하면 빠른 시일 내에 석방해 주겠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도 이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돌아가는 게 최우선인 상황에서 변호사, 아내와 상의해 제안을 받아들였다"며 "금품 수수만 인정했다. 승부조작 등 대가성을 인정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회견 내내 손준호는 진징다오에게 20만 위안을 받은 것은 전혀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돈을 '왜'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손준호는 "이전에도 서로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내가 진징다오 부모님이 한국 병원을 알아봤을 때 도와줬고 그가 운영하는 축구교실에도 여러 도움을 준 바 있다. 그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고마움으로 수천만 원을 건냈다는 자체가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난다. 정말 대가 없이 받았는지에 대한 증거도 없다. 의심스러운 정황도 포착된다.
그의 핸드폰에 당시 둘의 대화나 문자가 남았을 텐데, 진징다오에게 돈을 받았다는 1월 그 그리고 전년 12월에 관한 내용만 사라졌다. 손준호는 "중국 공안에 압수됐던 핸드폰을 돌려받은 뒤 아내가 포렌식을 했는데, 12~1월 내용만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납득이 되지 않는 설명이다.
진징다오로부터 승부조작과는 관련이 없는, 인간적인 감사함의 뜻이라는 입장이 나온 것도 아니다. 손준호는 "구금된 뒤 진징다오와 연락한 적이 없다. 그가 먼저 승부조작 혐의로 잡혀갔고, 이후에는 중국에서 삶을 모두 잊고 정리하고 싶었다"며 따로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처음 공안이 손준호를 체포했을 때는 60~65만 위안의 금전 이동에 대해 추궁했다.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자 최근 돈이 입금된 20만 위안을 혐의로 내세웠다"면서 "손준호도 진징다오에게 총 60만 위안 이상을 보냈는데, 이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총 60만 위안이라면 1억 원 넘는 거액인데, 왜 선수와 선수 사이에 이 정도의 금액이 오가야 하는지 이해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손준호 측은 이번 중국축구협회가 승부조작을 이유로 내린 중징계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자신 말고도 더 있다면서 답답함을 표했다. 실제로 중국 국가대표 출신 왕송과 카메룬 출신의 도노반 에볼로는 소셜미디어(SNS)나 인터뷰 등을 통해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 손준호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서는 눈물이 아닌 정확한 논리와 근거가 필요해 보인다. 손준호의 강력한 호소가 참이고, 진짜로 승부조작에는 가담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형태의 비리나 범죄에 연루돼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에도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손준호 측 주장대로 법원의 원래 판결은 금품수수인데, 중국축구협회가 사실도 아닌 승부조작을 엮어 징계를 내린 것이라면 중국 법원의 판결문을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손준호 에이전트는 "구금 당시 한국에 돌아오는 것이 우선이라 판결문을 통해 손준호에게 적용된 혐의 사실을 확인할 생각을 못했다. 판결문을 받지 못했다"면서 "판결문 열람 요청을 고려하겠다.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논의해 보겠다"고 전했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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