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이 156” “‘니땀시 살어야’ 이어줄 선수” 신인 드래프트, 단장들의 말·말·말
차명석 LG 단장은 야구계 첫 손에 꼽히는 입담꾼이다. 코치와 해설을 거쳐 단장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까지 무한정 이어지는 어록을 남겼다.
차 단장이 2025 KBO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여전한 입담을 과시했다.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서울고 우완 김영우를 지명한 차 단장은 “생각해보니 (김영우와 나) 우리 둘은 닮은 점이 많다”고 운을 떼더니, “둘 다 투수고, 파이어볼러 출신”이라고 했다 여기서 한번 폭소가 터졌다. 차 단장은 현역 시절 KBO를 대표하는 피네스 피처(기교파 투수)였다. 시속 150㎞는커녕 140㎞도 좀처럼 넘지 않았다. 느린 구속은 차 단장이 ‘자학 개그’에 즐겨 쓰던 소재다.
차 단장의 입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둘 다 파이어볼러’라고 하더니 “6월 김영우 선수가 156㎞를 던진 날, 나도 병원에서 혈압이 156이 나왔다”고 했다. 더 큰 폭소가 터졌다. 차 단장은 “선수와 단장이 공통점이 많은 건 프로야구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뽑았다”고 짧지만 강렬한 지명 소감을 마쳤다.
차 단장은 지난해 드래프트 때도 전체 7순위로 김범석을 지명하며 “김범석이라는 고유 명사는 한국야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언어 감각을 뽐냈다. 올해 ‘혈압 156’은 유머 면에서 평가가 더 높다. 차 단장이 ‘차명석 어록’에 또 한 줄을 덧붙였다.
현시점 리그에서 가장 기분 좋은 사람 중 1명일 심재학 KIA 단장도 준비된 지명 소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심 단장은 전체 5순위로 덕수고 우완 김태형을 지명했다. 심 단장은 “스카우트 팀의 만장일치가 있었고, 두 번째는 롤모델이 양현종(KIA)이다. 같이 운동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심 단장은 “올해 최대 찬사인 ‘니땀시 살어야(네 덕분에 산다)’를 계속 이어줄 수 있는 투수”라고 강한 기대를 드러냈다. ‘니땀시 살어야’는 이번 시즌 최고 스타 KIA 김도영을 향한 팬들의 찬사다.
지난해 김택연을 지명하며 “2~3년 안으로 두산의 스토퍼(마무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김태룡 두산 단장은 6순위로 덕수고 박준순을 지명하며 “앞으로 20년은 두산의 한 축을 맡아줄 선수다. 5툴에 가장 가까운 내야수”라고 칭찬했다.
김택연은 ‘2~3년 안’이 아니라 당장 이번 시즌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신인왕도 사실상 확정했다. 지난해 드래프트의 최대 승자는 단연 두산이다. 김택연에 이어 박준순까지 김 단장의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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