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시대 ‘수제천’을 자연환경 중요성과 위기 알리는 현대 교향악으로 재해석하다
연습실로 향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최우정은 “고3 때부터 ‘수제천’을 즐겨 들었다. 저를 상당히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수제천 리사운즈’ 1악장 선율은 따스하고 풍요로운 자연 속을 자유로이 거니는 것처럼 평안하게 들렸다. 반면 2악장은 말러의 교향곡 5번 1악장처럼 트럼펫 소리가 긴장과 불안, 두려움을 몰고 왔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인 고래가 힘겹게 헤엄치는 듯 안타까운 풍경이 그려졌다.
정치용은 “‘수제천’을 오케스트라로 선보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소 심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연주하고 보니 웅장하고 볼륨감이 있었다”며 “두 번째 악장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흐름 속에서 간간이 흐트러지고 깨지는 등 자연 파괴 느낌을 주는 요소들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공립단체가 해외에서 하는 공연을 보면 ‘우리는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이제는 나라 위상에 걸맞게 세계를 움직이는 지식인, 권력자, 정치인과 치열하게 (환경 보호 등 중요한 문제를) 논쟁하고 문제를 공유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작품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환경 관련 미디어아트(매체 예술)가 함께한다. 정치용은 “서양 음악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자연 얘기를 할 수 있는데, 공연의 처음과 끝을 우리 창작곡으로 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영상과 음악의 조화를 통해 관객들이 자연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국립심포니 단원들과 ‘수제천 리사운즈’ 예행 연습을 마친 정치용이 “어땠느냐”고 묻자 최우정은 “직접 들으니 더 좋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번 공연은 13일 세종예술의전당 대극장과 11월30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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