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규 “앙코르 안 하기로 사전협의”…주최 쪽 “그런 계약 안 해”

‘토스카’ 파행 게오르규-세종문화회관, ‘앙코르 사전협의’ 진실 공방

지난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공연에서 토스카를 맡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카라바도시를 맡은 테너 김재형이 연기하는 모습. 세종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공연 도중 상대 테너 가수의 앙코르에 항의하며 공연을 멈춰세운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59)가 “즉흥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한 사전협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세종문화회관 쪽의 사과 요구를 반박했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 쪽은 “공식 계약서엔 앙코르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다”며 게오르규의 주장을 일축했다. 양쪽이 앙코르에 관한 사전협의 여부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양상이다.

게오르규가 소속된 기획사 인터무지카는 11일(현지시각) 성명을 발표해 “지휘자 및 ‘토스카’ 제작진과 공연 중 누구도 앙코르를 하지 않기로 사전에 협의하고 확정했다”며 “게오르규는 극에서 벗어난 앙코르가 오페라의 서사 흐름을 방해한다고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인터무지카는 “이런 협의에도 2막 공연 당시 지휘자가 게오르규에게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의 앙코르를 제안했지만, 게오르규는 완전한 퍼포먼스를 위해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감스럽게도 테너가 부른 3막의 아리아에서 이런 뜻은 존중되지 않았다. 이 문제에 강한 신념을 지닌 게오르규는 이를 개인적인 모욕으로 느꼈다”고 설명했다.

인터무지카는 “게오르규는 일련의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몇년 동안 멋진 관계를 이어온 한국 관객에게 존경과 사랑을 표명한다”고 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인터무지카는 바리톤 김기훈,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클라라 주미 강, 테너 백석종 등과 전속계약을 맺은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기획사다.

오페라 ‘토스카’에 출연한 루마니아 태생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하지만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여러 차례 게오르규 쪽과 맺은 계약서를 확인했지만, 앙코르와 관련된 내용은 한 글자도 나오지 않는다”고 게오르규 쪽 주장을 반박했다. 이번 공연을 총괄 지휘한 표현진 연출도 “앙코르에 관한 내용은 전혀 공지받거나 사전에 얘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게오르규는 지난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공연 3막에서 테너 김재형이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앙코르로 다시 부르자 무대 한쪽에 나타나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후 지중배 지휘자에게 다가가 “잠깐만”이라고 말한 뒤 “이것은 (테너 가수의) 리사이틀이 아니다. 나를 존중하라”며 공연을 멈추게 했다.

게오르규는 이후 공연을 이어갔지만, 공연 끝난 뒤 출연진이 무대에 나와 인사하는 ‘커튼콜’에도 한참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가 관객 야유가 나오자 그대로 퇴장해버렸다. 세종문회회관은 당일 밤 성명을 발표해 “관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게오르규 쪽에 강력히 항의했고,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