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작소]공모전 N수생의 인생존망…낙서처럼 그린 만화로 어느새 인생2막
[편집자주] 농구 웹툰을 그린 작가는 과연 농구를 잘할까? 스릴러 장르 웹툰을 그린 작가는 평소에도 무서울까? 온갖 드립이 난무하는 웹툰을 그린 작가는 실제로도 재밌는 사람일까? 수많은 독자를 울고 울리는 웹툰. 그 너머에 있는 작가들을 만나 어떤 사람인지 물었습니다. 대한민국 웹툰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열심히 그려서 준비한 공모전은 전부 떨어지고 낙서처럼 그린 만화가 회사의 눈에 들어 데뷔하게 됐다는 게 지금도 신기합니다."
땅콩 작가는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다. 학교 수업시간에 만화만 그리던 땅콩 작가는 고등학교 때 입시 미술부에 들어갔고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하지만 대학생활에서 큰 의미를 찾지 못했던 것같다고 회상했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지만 만화를 배웠다기보다는 애니메이션을 그리는 데 필요한 여러 도구 등 기술적인 것들을 주로 배웠을 뿐 만화를 그리는 데 필요한 자질은 기르지 못했던 것같습니다. 오히려 군대에서 시간 날 때마다 그림을 그린 것이 실력향상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는 전역 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공모전 준비를 시작했다. 생활 유지를 위해 일하면서도 틈틈이 네이버웹툰 공모전과 도전만화 등에 지원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하느라 시간이 부족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1년간 공모전에 전념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전부 낙방의 고배뿐이었다.
"다른 일도 안하고 웹툰만 그렸는데도 계속 공모전에서 떨어졌습니다. 불안했지만 다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라도 계속 도전하자고 생각했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박태준만화회사에 들어온 땅콩 작가는 독자적으로 '여고생 드래곤'을 완결한 뒤 회사의 대표 IP(지식재산권)인 '인생존망2'의 글작업을 맡고 있다. '인생존망' IP는 '외모지상주의'와 함께 박태준 작가의 대표 IP다.
"여고생 드래곤을 완결하고 박태준 대표님께 그동안 혼자 작업을 했으니 이제는 팀 작업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얘길 했습니다. 앞으로 언젠가 혼자서 하기 어려운, 사이즈가 더 큰 작품을 할 수도 있으니 회사 IP를 받아 미리 팀 작업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뜻이었는데 박 대표님이 저밖에 할 사람이 없다며 인생존망2를 덜컥 맡겼습니다."
땅콩 작가는 웹툰작가로서의 목표를 묻자 상위권에 올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인생존망2'를 연재하는 지금은 당연히 상위권에 있지만 오롯이 자신만의 힘으로 그린, 작가의 색이 짙게 묻어나는 작품으로 상위권에 올라가겠다는 취지다. "웹툰작가에게는 일종의 장인정신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얼굴이 보이는 만화를 좋아하는데 독자들이 작가를 모른 채 봐도 어떤 작가의 작품인지 알 수 있을 만큼 개성이 뚜렷한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SNS(소셜미디어) 같은 만화 외적인 부분이 아니라 오직 만화로 이야기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는 최근 웹툰 업계에서 '회빙환(회귀·빙의·환생)' 같은 특정 장르가 인기 있다는 말에 대해선 인기에 장르는 크게 상관없는 것 같다고 했다. 독자들은 재미있는 웹툰을 찾아보는 것이지 인기 있는 특정 장르라고 해서 무조건 찾아보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땅콩 작가는 특정 장르의 웹툰만 계속 이어지면 오히려 독자가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땅콩 작가는 지금도 웹툰작가 데뷔를 꿈꾸며 노력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꼭 공모전만이 아닌 다른 길도 살펴보라고 조언했다. 공모전만 죽기 살기로 준비하다가 결국 에이전시로 데뷔해 성공한 선배로서 해주는 뼈있는 조언이다.
"어느 날 박 대표님을 만난 자리에서 '공모전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왜 계속 낙방했는지 모르겠다. 요령이 없었던 것같았다'고 얘기하자 박 대표님은 정말 데뷔가 간절했다면 공모전 말고도 여러 길을 찾아야 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그동안 참 무식하게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인생존망2' 작업에 전부를 걸었다는 땅콩 작가는 언젠가 코믹요소가 섞인 액션장르 웹툰을 연재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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