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아프면?’ ‘내 집은 언제쯤?’… 한가위 민심에 尹 국정 성패 달렸다

손기은 기자 2024. 9. 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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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한국정치
의사 저항에 의료시스템 타격
개혁과정서 국정 동력 상실도
與대표, 대통령과 차별화 전략
巨野는 연일 ‘임기 단축’ 공세
尹 ‘4+1 개혁’ 완수 밝혔지만
‘삼중 위기’ 돌파구 모색해야
그래픽 = 전승훈 기자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는 ‘삼중 복합 위기’ 앞에 놓여 있다. 압도적 찬성 여론을 등에 업고 시작한 의료개혁은 현장 반발에 봉착해 제자리걸음 중이다. 임기 초부터 줄곧 대통령 탄핵, 임기 단축을 외쳐 온 야당은 그 수위를 사납게 높이고 있다. 여당은 ‘한 몸’이 돼 정부를 방어하기보다 수시로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의료·연금 개혁 와중의 추석 밥상머리 민심 동향에 따라 윤 정부의 후반기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발전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개혁은 절대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연금·의료·교육·노동 4대 개혁을 정부 정책의 중심 좌표이자 도달 목표로 삼았다. 여기에 백약이 무효인 저출생 대응을 합쳐 ‘4+1 개혁’을 추진했다. 노동과 교육 부문에서는 일부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의료와 연금개혁에서는 난항에 부딪혔고, 이로 인해 일상적인 국정 동력까지 갉아먹는 역설적 상황이 펼쳐졌다.

특히 의사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힌 의료개혁에 대한 우려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내 가족이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국민 생명’을 볼모로 잡고 집단행동을 하는 의사들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지만, 추석 연휴 기간을 앞두고 의료시스템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용산 대통령실의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한 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제로베이스 논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의사단체들이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올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추석 연휴 이후에도 의정 갈등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의사파업의 피해가 커지면 상황은 예측불허 상태로 흐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개혁은 소명, 쉬운 길 가지 않겠다”며 개혁 완수 의지를 밝혔지만, 역대 사례를 봐도 개혁 작업은 험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돌 무렵인 2010년 6월, 정권이 명운을 건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도입, 하나회 해체 등은 성공한 개혁으로 평가되지만, 이는 집권 후반기를 맞은 윤 대통령과 달리 모두 당선 후 1년 이내에 전격 단행된 조치들이었다.

여의도 상황도 윤 대통령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부분이다. 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초부터 김건희 여사를 ‘악마화’하며 사실상 탄핵 공세를 벌였다. 이 같은 극한 대치국면에 협치·통합 등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특히 야당은 지난 4·10 총선 압승 이후로는 공공연하게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임기 단축을 거론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민심을 거역한다면,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불완전 화합’도 윤 대통령이 풀어야 하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를 내세워 이제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공간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채 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더해 의료개혁 문제에서도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단일 대오로 움직인다는 신호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이 같은 모든 상황으로 인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히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차기 대선 주자로 주목받는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일 여야 대표회담에서 만나 미소 짓고 있다.

韓-李 리더십 시험대 된 10·16 재보선… 교육감 1곳·단체장 4곳 ‘치열한 경합’

영광·곡성, 민주 vs 조국당 결전

가을의 문턱을 넘기도 전에 10·16 재·보궐선거를 향한 여야의 수싸움이 빨라지고 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교육감 1곳과 기초단체장 4곳이 걸린 ‘미니’ 선거지만, 대권 주자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 문제와 맞물려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

12일 기준 재·보궐선거 사전투표(10월 11∼12일)를 한 달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의 시선은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쏠려 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추천이 아닌 개인 후보들이 치르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보수·진보 진영의 대리전 역할을 해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일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에도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곽노현 전 교육감을 향해 “선거를 최악의 정쟁 늪으로 빠지게 한 것”이라고 성토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여권 정치인들은 벌써 보수 진영 단일화 실패를 서울시 교육감 선거 3연패의 패인이라고 보고, 보수 후보들의 합종연횡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전임자 사망으로 치러지는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는 반드시 사수해야 할 승부처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당세가 강한 지역인 만큼 선거 패배는 당 지도부 리더십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다.

야당의 텃밭이자 호남 민심의 ‘바로미터’인 전남 영광과 곡성 군수 재선거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맞붙는 첫 전장이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양당 모두 재·보궐선거 ‘A+’ 성적표가 필수적이다. 좋은 성적은 지역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다시 좋은 성적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책인 에너지 고속도로와 기본소득을 호남에서 시작하는 ‘호남 발전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지원 의원이 상주하며 직접 바닥 민심을 다지고 있다. 조국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 지도부도 영광과 곡성에 거처를 마련해 ‘월세살이’를 하고 있다.

양당의 단일화 여부도 관건이다. 박 의원은 조 대표를 향해 “호남에서 경쟁하면 진보 분화가 시작될 우려가 있다”며 “(호남은) 민주당에 양보하고 국민의힘 텃밭인 인천 강화, 부산 금정에서 범야권 단일 후보를 내 승리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조 대표는 인천 강화 보궐선거에 자당 후보를 내지 않는 대신 부산 금정에서는 조국혁신당 후보를 ‘단일 후보’로 내세우자고 맞대응했다.

윤정선·민정혜 기자

■ 부동산 시장 진단

강남3구 치솟는데 지방 하락
집값 양극화·수요 쏠림 뚜렷

서울 공급 부족 해소 안되면
대출 조여도 상승세 이어질것

향후 美 기준금리 인하 변수
서울 외곽·경기 영향 받을듯

‘윤석열 정부, 집값 잡을 수 있을까.’

올해 들어 서울 등 일부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추석 이후 집값 향방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향후 서울 등의 아파트값 상승세를 잡지 못하면, 정치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2일까지 누계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0.11% 하락했다. 지방 아파트 매매 가격은 1.29% 떨어졌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은 1.13% 올랐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3.15%나 상승했다.

서울 중에서도 강남(4.34%), 서초(6.02%), 송파(5.85%) 아파트값 상승률은 상당히 높았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 매매 가격 변동률의 양극화(兩極化)가 심해졌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역별 집값 양극화와 수요 쏠림이 뚜렷하다”고 지적했다.

추석 연휴 이후 집값 흐름에 대해서는 서울 강남 지역 등의 경우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향후 미국의 금리 인하 등이 서울 외곽이나 경기, 인천, 지방 아파트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함 랩장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현실화하면 가을 이사 철이지만 거래량과 가격 움직임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수도권의 전세 가격 상승 흐름과 수도권 청약 시장의 높은 경쟁률은 계속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앞으로 대출 규제가 작용한다고 해도 공급 부족 상태가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 상승 여력은 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상승 추세는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의 경우 대출 규제 등이 시행돼도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이 지속해서 오를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지방의 경우 일자리가 많지 않고, 인구가 줄고 있는 지역이 많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전국 집값이 일제히 올랐는데, 그게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라며 “현재 서울 등 일부 지역 집값이 오르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이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추석 이후에도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은 꾸준히 오르겠지만, 전국적으로는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금리, 대출 규제 등 금융 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앞으로 미국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그 영향은 서울 외곽이나 경기, 인천, 지방 아파트에 더 많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대해서는 단순한 비관론이나 긍정론이 아닌 차분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해동·구혁 기자

강남, 서초, 송파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최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수십억 원대를 호가하는 아파트 매물들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고향땅 팔까 놔둘까 ‘개발’ 주시하라… ‘신공항 기대감’ 대구 군위 상승률 4위

‘신항만 부진’ 제주 하락세 커

추석 때 친인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대대로 물려온 문중 땅, 부모님이 평생 일궈온 농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 수가 많을수록 고향 땅을 앞으로도 보유할지, 타인에게 팔지, 후손들끼리 나눌지를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농림지역의 농지가 아닌 산업단지나 택지지구, 도로나 공공시설 등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개발 가능지의 토지라면 더욱 그렇다.

최근 전국 지가 동향을 보면 서울 수도권과 지방 간에 땅값 상승률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3년 12월 100 수준으로 같았던 수도권과 지방권의 지가 지수는 지난 6월 기준 수도권은 101.26, 지방권은 100.52로 격차가 확대됐다.

하지만 지가는 서울이라고 무조건 오르고 지방이라고 무조건 오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같은 지역 토지 중에서도 정해진 용도와 현재 이용 상황, 개발 계획, 개발 압력 등에 따라 가치가 치솟는 토지가 있고 그렇지 않은 토지가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 7월 전국 지가동향을 보면 전국 땅값은 전달 대비 0.198% 상승했다.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경기 성남 수정구(0.502% 상승)로 원도심 정비사업 및 외곽 택지 개발사업, 지하철 3호선 연장 등 기대감이 반영됐다.

2위는 테헤란로 중심의 오피스 투자 수요가 몰린 서울 강남구(0.477%), 3위는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 및 반도체 클러스터, 세종~포천 반도체 고속도로가 들어설 예정인 경기 용인 처인구(0.430%)였다. 대구편입에 따른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시행과 대구 경북 신공항 건설사업 기대감에 따라 대구 군위군이 0.413% 올라 4위를 기록했다. 특히 대구 소보면(0.646%)과 군위읍(0.630%), 부계면(0.426%) 등의 오름폭이 컸다. 강원 양양군은 0.316% 올랐다. 관광 수요 증가로 인해 개발 압력이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제주 제주시는 제주 신항만 개발사업 진행 부진으로 지가가 0.056% 떨어져 전국에서 하락세가 가장 깊었다. 이외에도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지연과 미분양 확대 등으로 제주 서귀포시(-0.036%)와, 남부 내륙철도와 가덕도신공항 기대감으로 옥포항 매립지 상가 공실이 늘면서 경남 거제시(-0.001%)의 땅값이 하락했다. 이외에 상승률 하위 5개 지역 중 대전 중구(+0.09%)와 충북 보은군(+0.017%)이 포함됐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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