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배우의 ‘연기 차력쇼’ … 전작 흥행 업은 속편도 눈길
독주 노리는 ‘베테랑2’
사이버레커 등 韓사회 녹여내
화려한 수중액션 장면 ‘백미’
간담 서늘 ‘스픽 노 이블’
제임스 맥어보이표 스릴러
시종일관 긴장·불안 이어가
틈새공략 독립·예술영화
‘장손’ 명절 풍경 옮겨놓은 듯
홍상수 감독 ‘수유천’ 기대작
‘명절에 온 가족이 극장 나들이를 간다’는 건 옛일이 됐다. 연휴 겨냥 블록버스터는 없어도 윤여정·나문희 등 원로배우들의 가족 영화라도 있었던 지난 설 연휴에 비해서도 올 추석 극장가 상차림은 단출하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베테랑2’는 한가위 연휴를 책임지러 홀연히 나섰다. 할리우드 영화론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 차력쇼 ‘스픽 노 이블’이 눈에 띈다. 틈새를 노리는 독립·예술영화들의 선전도 기대된다.
◇유일무이 ‘베테랑2’ 독주할까
‘베테랑2’(13일 개봉)는 추석 연휴에 독주할 요건을 갖췄다. 1300만 명 관객이 본 전편의 인기와 인지도, 류승완·황정민이란 흥행 조합에 ‘엄친아’(엄마친구아들) 정해인의 가세, 그리고 한국영화 경쟁작이 없다는 대진운이 그것이다.
전편처럼 법의 사각지대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다만 절대 악인이었던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에 비해 법의 틈새로 빠져나간 악인들에 대한 사적 복수를 자행하는 2편의 빌런 ‘해치’는 무조건적인 분노를 자아내지 않는다. 거침없이 악당을 쫓아다니던 열혈 형사 서도철(황정민) 역시 내면의 거울 같은 존재인 해치의 등장에 고민한다. 진실은 상관없이 조회 수 높이기에만 혈안이 된 사이버레커와 이에 휩쓸리는 대중들의 모습 등 현재진행형인 한국 사회 문제를 녹여냈다.
“1편이 밀크 초코라면 이번 작품은 다크 초코”란 황정민의 말처럼 영화의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전편이 나온 지 9년이란 세월에 “전작의 성공을 재탕하고 싶진 않았다”는 류 감독의 고민이 묻어난다. 진지한 문제의식이 담겼지만, 대중영화로서 볼거리를 놓치진 않았다. 액션은 보다 화려하고 묵직해졌다. 특히 옥상에서의 수중 액션 장면은 영화적 쾌감이 상당하다.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등 팀원들의 호흡도 더 단단해졌다.
◇할리우드 영화 찾는다면 ‘스픽 노 이블’
외국 영화를 찾는다면 ‘스픽 노 이블’(11일 개봉)에 손이 갈 만하다. 루이스(맥킨지 데이비스) 부부는 여행지에서 만난 패트릭(제임스 맥어보이) 부부의 초대로 외딴곳에 있는 그들의 집으로 간다. 분노조절장애가 있어 보이는 패트릭과 어딘가 충동적이고 불안해 보이는 그의 아내, 그리고 말 못하는 아들까지 심상치 않은 이 가족의 초대를 왜 받아들였는지 의문인 상황에서 영화는 촘촘하게 불안감을 이어나간다.
맥어보이는 영화에서 원 없이 포효한다. 여러모로 그가 다중인격을 가진 사이코패스로 열연했던 ‘23 아이덴티티’가 연상된다. 영화는 긴장감 넘치지만, 발암 캐릭터가 연속되며 불쾌감이 쌓인다. 남편으로도, 아빠로도, 남자로도 부족해 보이던 벤(스쿳 맥네이리)의 희생으로 삐걱거리던 루이스 가족은 서로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
◇독립·예술영화에 눈길을
오정민 감독의 ‘장손’은 올 추석에 가장 눈에 띄는 한국 독립영화다. 경상도 구미에서 3대째 두부 공장을 하고 있는 김씨 일가. 제사를 앞두고 식구들이 하나둘 모인다. 집안의 여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제사를 한창 준비 중일 때, 3대 장손인 성진이 고향 집에 도착한다. 이어지는 할머니 말녀(손숙)의 외침. “성진이 왔다. 에어컨 퍼뜩 켜라.”
영화에서 묘사하는 한 집안의 풍경은 지금도 반복되는 우리네 명절 풍경에 다름이 아니다. 할머니의 죽음 이후 유쾌했던 코미디는 조금씩 불안감이 번지며 진지해진다. 슬픔의 곡을 하고 돌아온 뒤 부의금을 세는 가족의 모습은 사실에 가까워 더 서글프다. 실제 한 가족을 옮겨온 듯한 배우들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다.
영화 ‘그녀에게’는 정치부 기자 상연(김재화)이 돌연 임신을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쌍둥이 중 한 아이가 자폐성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으면서 “죄송합니다”란 말을 달고 살아야 했던 상연의 일상은 변한다.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10년의 세월을 지나 상연은 아이와 자신을 위해 다시 노트북을 펼친다. 실제 발달장애 아이의 부모인 류승연 작가의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이 원작이다. 모두 11일 개봉.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개봉하는 영화들도 놓치면 아쉽다. ‘수유천’은 늘 새로운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다. 예술과 삶, 타인에 대한 태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최근의 정서를 잃지 않으면서 예전의 날 선 활기를 되찾았다. 대학 강사 전임으로 분한 김민희는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일본 감독 미야케 쇼의 ‘새벽의 모든’은 위로를 건네고,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공연 실황 영화 ‘정국: 아이 엠 스틸’은 팬심을 자극한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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