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尹정권 계엄론’은 괴담…‘음모론’ 확대재생산 땐 민심 역풍[Deep Read]

2024. 9. 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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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수의 Deep Read - 계엄선포 가능한가
1987체제 이후 가장 크게 바뀐 조직이 軍… 정치적 목적의 ‘병력 동원·계엄 오남용’ 불가능
野, 구체적 근거 없이 정권 흔들려 괴담 유포… 反헌법 행태 계속 땐 국민 회초리 맞을 것

계엄이란 경찰 병력만으로는 질서 유지가 어려운 긴급 상황에서 군대를 동원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과거 계엄의 오남용이 군부 쿠데타와 직결되는 위험성이 있었고, 군부를 장악한 정치세력이 강압적 통치를 위한 수단으로 계엄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최근 야당에서 ‘계엄론’이 나오는 것 자체만으로 우려를 낳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정부 계엄령 준비’ 의혹 제기는 괴담 수준이다. 정권을 흔들려는 정략적 목적으로 근거도 없이 음모론 흘리기를 계속한다면 국민의 회초리는 정부가 아니라 민주당을 겨눌 수도 있다.

◇과거의 계엄

계엄은 1948년 정부 수립 직후부터 여수·순천사건, 제주 4·3사건 등을 계기로 선포된 바 있으며, 6·25전쟁 중에는 여러 차례 계엄이 선포됐었다. 이후로도 4·19혁명, 5·16쿠데타, 유신헌법 반포 등과 같이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경우 군대를 동원해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계엄이 이용됐다.

가장 최근의 계엄은 1979년 10·26사태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 의해 암살된 직후 선포된 계엄이었다. 이후로 45년 동안 계엄이 선포된 적이 없었다. 이는 대한민국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안정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특히 민주화 이후 현행 헌법에서는 계엄 등의 발동 요건과 사후 통제가 크게 강화됐다는 점도 작용했다. 즉 오늘날 대한민국은 과거와 같이 계엄이 오남용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현행 헌법 제77조 제1항은 계엄과 관련해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계엄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①전시·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서 ②병력을 동원해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③그 절차는 법률(계엄법)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제77조 제4항은 ‘계엄을 선포한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제5항에서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국회가 반대하는 계엄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시대가 달라졌다

유신헌법 당시에 계엄보다 ‘긴급조치’가 더 많이 이용됐던 이유 중의 하나는 긴급조치에는 해제를 위한 절대적 제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신헌법 제53조 제6항은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긴급조치의 해제를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으며,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즉 긴급조치는 ‘특별한 사유’를 이유로 국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민주당을 중심으로 계엄령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계엄 선포 역사에 비춰볼 때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1987년 체제’ 수립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군의 민주화가 상당한 정도로 진전됐음을 고려하면, 정부가 국민 감시와 야당 탄압을 위해 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정부 수립 이후 군부 쿠데타가 두 차례에 걸쳐 발생했고 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상명하복이라는 군대 조직의 특성이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었기 때문이다. 지휘관들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복종해야 했고, 그러지 않으면 어떤 처벌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부 명령에 따라 쿠데타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대한민국 군대를 과거의 그것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민주화의 급속한 전파와 김영삼 정부의 하나회 척결 이후 가장 크게 바뀐 조직이 군이다. 군부에서 은밀하게 쿠데타를 모의해 군대를 동원하는 일은 불가능해졌다. 설령 일부 지휘관들이 쿠데타를 모의하더라도 사병들을 동원하는 순간 기밀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병들이 대부분 휴대폰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정보 통제는 상상할 수도 없다. 더욱이 오늘날의 신세대 사병들에게 국민을 향해, 가족이나 친구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라는 명령은 관철되기 불가능하다.

◇괴담의 목적

물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계엄 상황이라면, 즉 헌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전시·사변 및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면 계엄 선포가 가능하고, 사병들도 합리적 명령에는 따를 것이다. 그런데 정권의 음험한 목적과 군부의 친위쿠데타 등을 위한 계엄 선포, 이를 관철하기 위한 병력 동원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나아가 무리하게 계엄을 추진하다가 실패할 경우 역풍이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군부 출신의 정권이 군 수뇌부를 친정부적 인물로 채웠다 하더라도 억지 계엄의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은데, 하물며 검찰 출신의 윤석열 정부가 억지 계엄을 선포해서 성공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대부분의 법률가들, 정치인들, 나아가 과거의 계엄을 경험했던 상식 있는 시민들은 지금 상황에서 계엄이 선포될 수도 없고, 선포되더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런데 왜 민주당에서는 계엄령 괴담을 계속 확산시키고 있는 것일까. 일단 민주당에서도 ‘의혹은 제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정도의 수준일 뿐이고 극히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괴담이 계속된다는 점에 주목해볼 수 있다. 즉 민주당이 당력을 기울여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정도로 비중을 두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에서 정치 공세 성격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걸 당 지도부가 막을 의지가 없다는 점도 읽힌다.

이는 민주당 지도부가 계엄 선포에 관한 여러 우려를 자극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하면서도, 그에 대해 당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정도의 행동은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계엄 준비론을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내지 않고 당력을 쏟아 더 확산하려 한다면 그땐 걷잡을 수 없는 갈등과 대립이 벌어질 수도 있다.

◇반헌법 행태

야당은 정부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정략적 목적을 위해 괴담 수준의 설을 확대 재생산하는 건 반헌법적이다. 임성근 판사, 안동완·이정섭 검사,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에 대한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모두 각하·기각되는 와중에 ‘계엄령 괴담’ 같은 음모론이 계속 유포되면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자

■ 용어설명

‘계엄’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현재까지 경비계엄 4차례, 비상계엄 12차례 등 16차례 선포됨. 최후의 계엄은 1979년 10·26사태를 계기로 한 계엄으로 그 후로 45년 동안 계엄 선포 없어.

‘긴급조치’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취할 수 있는 특별조치로, 박정희 정부 유신헌법에 규정됨. 이는 역대 헌법 중 대통령에게 최강의 권한을 위임했던 긴급권이었지만 1980년 개헌으로 폐지됨.

■ 세줄 요약

과거의 계엄 :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4·19혁명, 유신헌법 반포 등 사회적 격변기마다 정부는 사회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군대를 동원하는 계엄을 선포했음. 하지만 1979년 10·26사태 직후 선포된 것이 마지막 계엄.

시대가 달라졌다 : ‘1987년 체제’ 수립 이후 사회는 물론 군의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됨.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과거와 같은 친위 쿠데타나 정권에 의한 병력 동원, 혹은 계엄 오남용 같은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실정.

괴담의 목적 : 민주당의 ‘윤석열 정부 계엄령 준비’ 의혹 제기는 괴담 수준. 정부가 계엄을 선포해도 성공할 수 없고 역풍을 맞을 것. 야당이 정략적 목적으로 구체적 근거 없이 음모론을 재생산하는 건 반헌법적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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