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모임엔 바흐 협주곡… 고독한 연휴라면 쇼팽 ‘에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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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지내는 인간은 두 종류로 나뉜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사람과 혼자 지내는 사람.
혼자 보내는 사람은 그 잔소리가 싫어 고향조차 가지 않고, 고독을 선택할 정도로 이미 내상이 한계치에 이르렀다.
고향에 가지 않는 사람이라면, 고국 폴란드로 돌아가지 못하고 끝내 타국 프랑스에서 눈을 감은 쇼팽의 에튀드(연습곡)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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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지내는 인간은 두 종류로 나뉜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사람과 혼자 지내는 사람. 가족과 함께인 사람은 추석 상차림에 진을 빼고, 친척들 잔소리에 내상을 입는다. 혼자 보내는 사람은 그 잔소리가 싫어 고향조차 가지 않고, 고독을 선택할 정도로 이미 내상이 한계치에 이르렀다. 두 유형 모두 몸과 마음에 위로가 필요하다. 1년 중 가장 극명한 클래식 공연 춘궁기인 명절 연휴에 유형별 맞춤 클래식 음악으로 충전해보는 건 어떨까.
독일 후기 낭만파의 마지막을 대표하는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정 교향곡’은 작품 제목부터 ‘가정’이란 말이 들어간다. 실제로 슈트라우스가 자신의 집에서 하루 동안 벌어지는 가볍고 소소한 일상을 담았다. 첼로와 목관 악기의 합주로 부부의 달콤한 저녁 시간을 묘사하고, 아기를 목욕시키고 재우는 순간을 음악으로 담아냈다.
친척들과 보내는 여가에 격조를 높이고 싶다면 헨델의 ‘수상음악’이 제격이다. 헨델이 영국 조지 왕에게 뽐낼 목적으로 작곡한 음악인데 18세기 초 영국 왕실 뱃놀이 연회 때 즐겨 연주됐다. 쉽게 말해 왕과 귀족들이 배 타고 놀면서 들었던 음악이다.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역시 아늑하면서 적당히 경쾌해 모임 음악으로 잘 맞는다. 더구나 바흐는 자식 20명을 먹여 살렸던 심히 가정적인 남자였다.
어린 조카들이 많다면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를 들려주자. 동물을 싫어하는 아이는 없으니까. 사자, 거북, 코끼리, 수족관 물고기, 백조까지 온갖 동물이 재치있게 묘사됐다. 중국 출신 피아니스트 랑랑이 아내 지나 앨리스와 최근 피아노 연주 앨범을 선보였다.
고향에 가지 않는 사람이라면, 고국 폴란드로 돌아가지 못하고 끝내 타국 프랑스에서 눈을 감은 쇼팽의 에튀드(연습곡)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기교 일색이었던 연습곡이란 장르에 특유의 서정성과 섬세함을 녹여내 당당히 무대에서 연주되는 작품으로 재창조했다. 올해 영국 그라모폰 뮤직어워즈 피아노 부문 최종 후보에 선정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앨범은 탁월한 선택이다.
외로운 가을밤, 잠이 오지 않는다면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추천한다. 바흐가 불면증이 심했던 카이저링크 백작에게 의뢰받아 썼다는 이 곡의 믿거나 말거나식 유래 때문에 왠지 들으면 잠이 솔솔 올 것 같다.
슈베르트 ‘겨울나그네’를 들으며 고독 속으로 침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연의 상처, 건강 악화, 경제적 궁핍에 더해 생전엔 위대한 예술가로 인정받지 못했던 슈베르트는 나그네의 ‘방랑’을 아름답고 처연하게 그려내며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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