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사후 40년만의 부활… 현악·관악기의 절묘한 조화[이 남자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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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는 '가곡의 왕'이라는 수식어답게 그 어느 음악가보다 시를 사랑했던 작곡가다.
슈베르트는 비단 시뿐만 아니라 모든 문학을 사랑했던 작곡가로 오늘날에는 잘 연주되지 않지만, 희곡을 바탕으로 하는 10개가 넘는 오페라와 연극을 위한 부수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음악사상 제일가는 일필휘지의 작곡가 슈베르트라 할지라도 미처 '서곡'까지는 써낼 재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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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위한 ‘부수음악’으로
공연할때 극적인 효과 높여줘
지금의 영화음악과 같은 맥락
사람들 관심 못받다 악보 유실
1867년 발견된 뒤 재조명 받아
프란츠 슈베르트(1797∼1828)는 ‘가곡의 왕’이라는 수식어답게 그 어느 음악가보다 시를 사랑했던 작곡가다. 슈베르트는 비단 시뿐만 아니라 모든 문학을 사랑했던 작곡가로 오늘날에는 잘 연주되지 않지만, 희곡을 바탕으로 하는 10개가 넘는 오페라와 연극을 위한 부수음악을 작곡하기도 했다.
부수음악이란 연극을 공연할 때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함께 연주하는 음악으로 지금의 영화음악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말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부수음악으로는 베토벤의 ‘에그몬트’,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 그리그의 ‘페르귄트’ 등이 있으며 슈베르트의 작품 중에는 ‘로자문데’가 유명하다.
1823년 25세의 슈베르트는 연극 ‘로자문데’를 위한 부수음악의 작곡을 의뢰받는다. 연극 ‘로자문데’는 독일 출신의 극작가 헬미나 폰 셰지(Helmina von Chezy, 1783∼1856)의 희곡 ‘키프로스의 공주 로자문데(Rosamunde, Furstin von Zypern)’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한 여인의 출생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다. 간략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로자문데는 키프로스 왕의 딸이다. 하지만 두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로자문데 공주는 아크샤라는 이름의 한 가난한 어부의 미망인에게 맡겨지게 된다. 이는 선왕의 유언이었다. 권력을 향한 암투로부터 공주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함이었다. 출생의 비밀은 철저하게 유지됐다. 어느덧 로자문데 공주는 18세가 됐다.
그녀의 생일, 그녀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던 단 한 사람, 키프로스의 시장 알바누스는 ‘출생의 비밀을 숨겨온 로자문데는 사실 선왕의 딸이며, 그녀야말로 왕위를 계승할 적통’임을 온 세상에 알린다. 왕의 대리직을 수행하던 푸르겐티아스는 자신의 권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로자문데 공주와 결혼하려고 하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급기야 그녀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이때 예전 선왕들의 약속으로 결혼하기로 예정된 칸디아의 왕자 만프레드가 나타나 그녀를 구하고, 두 사람은 결혼한다는 이야기이다.
불과 공연을 5일 앞둔 임박한 상황이었으나 슈베르트는 단숨에 작품을 완성해낸다. 간주곡과 발레 음악, 합창곡 등을 포함해 총 10곡을 작곡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음악사상 제일가는 일필휘지의 작곡가 슈베르트라 할지라도 미처 ‘서곡’까지는 써낼 재간이 없었다. 그래서 아직 전체가 완성되지 않았던 자신의 미발표곡이자 미완성 오페라 ‘알폰소와 에스트렐라, Alfonso und Estrella’의 서곡을 가져다 사용했다. 1823년 12월 20일 음악극 ‘로자문데’는 빈의 안 데어 빈 극장에서 초연됐으나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수년 뒤 악보가 출판됐을 때는 종전의 서곡이 슈베르트의 마음에 안 들어서였는지 자신의 다른 오페라인 ‘마법의 하프, Die Zauberharfe’의 서곡으로 대체됐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악보마저 유실돼 슈베르트의 ‘로자문데’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혔다. 그러던 중 1867년 영국의 저술가 조지 그로브(1820∼1900)와 작곡가 아서 설리번(1842∼1900) 두 사람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로자문데’ 악보를 발견하게 됐고, 작품은 다시금 재조명을 받으며 부활했다. 슈베르트 사후 약 40년 만의 일이었다.
■ 오늘의 추천곡 슈베르트 ‘로자문데 서곡’
오늘날에는 ‘로자문데’의 부수음악 중 ‘로자문데 서곡’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더불어 2개의 간주곡과 2개의 발레곡 역시 자주 연주되고 있다. 서곡은 안단테의 느리고 웅장한 서주로 시작해 로자문데 공주의 가여운 운명을 나타내듯 오보에와 클라리넷에 의한 우울한 선율로 이어진다. 그러나 바이올린에 의해 분위기는 반전되고 이내 관악기 군이 가세해 밝고 경쾌한 대미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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