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의 폭발적인 채권투자, 반갑지만 주의해야 할 것들[머니인사이트]

2024. 9. 1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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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인사이트]  


2007년 이후 13년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코스피 상단을 3300포인트대로 한 단계 끌어 올린 것은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렸던 개인투자자들이었다.

2020~2021년이 개인들의 주식투자가 크게 증가한 시기였다면 2022년 하반기 이후는 개인들의 채권투자 저변이 폭발적으로 확대된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10년(2012~2021년) 동안 월평균 2600억원에 불과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장외채권 순매수 규모는 2022년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2년 동안 월평균 3조3400억원으로 약 13배나 급증했다. 특히 2024년 4월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역대 최대인 4조7000억원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월평균 대비 무려 18.2배에 달한다. 2021년까지 월 최대 순매수 기록이 2004년 8월 1조7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히 폭발적인 채권투자 증가세다.

채권금리의 가파른 상승 추세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되었다는 시각이 확산된 2023년 4분기까지 이어졌다. 채권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은 금리가 오를 때마다 지속적으로 채권을 저가 매수했다.

자산배분의 두 축을 미국 주식과 원화 채권으로 삼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개인들의 채권투자 증가는 반가운 소식이다.

주식에 집중되어 있던 개인 자산관리의 저변이 채권으로 넓어지면서 활용 가능한 수단이 늘어났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채권은 어렵고 부자들만 투자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증권사의 지점뿐 아니라 MTS(Mobile Trading system) 등을 통해 1만원으로도 손쉽게 채권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피벗 기대에 채권 수요 급증 

개인투자자들의 채권투자 수요가 급증한 배경은 세 가지다. 첫째, 고금리 채권에 대한 만기 보유 수요다. 기관투자가들과 달리 개인들은 평가손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1.0~1.5%p 이상 높은 AA등급 이상 우량 회사채와 여신전문금융채(카드·캐피탈채)를 매수하여 만기까지 보유하려는 수요가 집중됐다.

둘째, 자본차익을 노린 수요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한국은행 등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만간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 경기침체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이 멈추고 인하 사이클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형성됐다. 그에 따라 장기금리도 반락할 것이라는 기대다.

올해 9월 3일 기준 금리파생상품 시장에는 Fed의 기준금리가 2024년 말까지 1.00%p, 2025년 말까지 추가 1.25%p 등 총 2.00%p가 인하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개인의 채권투자에서 발생한 자본차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는다. 만약 국채 30년물을 매수하여 금리가 1.0%p 하락한다면 투자수익률은 약 20%에 달한다. 실제로 2023년 4분기 중 우리나라의 국고채 30년물을 매수한 투자자라면 약 3분기 만에 평균적으로 현재 약 15% 수준의 자본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절세 수요다. 채권투자의 과세는 쿠폰(표면금리)에 부과된다. 채권금리가 최저점 부근이었던 2019~2020년 상반기에 발행된,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들은 절세를 위한 거액자산가들의 수요가 크다.

예를 들어 2019년 9월에 발행된 20년 만기 국고채(19-6)의 경우 2024년 8월 27일 기준 만기수익률은 2.95%이지만 표면금리가 1.125%에 불과하기 때문에 은행의 예금금리와 비교한 예금환산수익률은 약 3.70%나 된다. 일반세율 15.4%보다 세율이 높은 거액자산가의 경우 예금환산수익률은 더 높아진다. 표면금리가 1.00%로 낮은 복리 국채인 국민주택1종 채권(5년 만기)도 절세용 채권으로 인기가 높다.

실제로 지난 8월 27일 기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리스트를 살펴보면 표면금리가 낮은 ‘저쿠폰 채권’의 선호가 두드러진다.

단일 종목으로는 최대 규모인 4조3936억원을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고01500 - 5003(20-2)’를 예를 들면 앞의 숫자는 표면금리, 뒤의 숫자는 채권의 만기를 의미한다.

즉 ‘표면금리 1.50%에 만기가 2050년 3월인 국고채’를 표시한 것이다. ‘20-2’는 2020년에 두 번째로 발행된 국고채라는 뜻이다. 최대 보유 종목인 국고 20-2의 표면금리 1.50%를 비롯하여 대부분 2019~2021년에 발행된 1%대의 표면금리인 저쿠폰 채권이 선호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보유 규모가 큰 ‘19-6’은 채권발행잔액 중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비중이 거의 30%에 육박한다. 이례적인 상황이다. 참고로 개인투자자는 2024년 7월 말 현재 54.0조원을 보유하여 전체 채권발행 잔액 중에서 2.5%를 가지고 있다.


 저쿠폰 채권 투자자, 출구전략 주의해야 

개인들의 폭발적인 채권투자 열기는 기관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들의 투자가 주로 저쿠폰 장기국채를 매수하여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차익을 노리는 수요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함에 따라 이후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예측의 결과다. 그 영향으로 국채시장의 지표물과 비지표물의 금리가 역전되는 이상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년 만기 국고채는 1년에 1종목, 30년 만기 국고채는 1년에 2종목이 발행된다. 가장 최근에 발행된 국고채를 ‘지표물’이라고 부르고, 그 이전에 발행된 국고채들은 ‘비지표물(경과물)’이 된다. 장기채권은 새로 발행될 때마다 보험사, 연기금 등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기관투자가들의 계좌에 차곡차곡 쌓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표물은 비지표물이 되고 비지표물의 거래량은 줄어든다. 따라서 거래가 가장 활발하고 유동성이 좋은, 최근에 발행된 지표물은 일반적으로 비지표물보다 비싸다(금리가 낮다). 지표물은 주로 적극적인 트레이딩이나 교체 매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은행 등의 수요가 많다.

2019~2021년 당시 낮은 금리에 발행됐던, 지금은 비지표물인 저쿠폰 채권들은 지표물보다 만기는 짧으면서 금리는 더 높고(싸고), 절세효과가 탁월했기 때문에 만기보유와 절세효과를 노린 개인들이 이를 찾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2023년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자본차익 수요도 기왕이면 절세효과가 탁월한 비지표물에 집중되었고, 비지표물에 이례적으로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비지표물의 금리가 거래가 활발한 지표물보다 낮아지는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비지표물은 거래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채권을 구하기 어렵다. 지표물보다 약 0.20%p 더 낮은 금리에 비싸게 채권을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장외거래 비중이 높다. 장외시장의 특징은 부동산시장처럼 매수 우위일 때는 매도가 자취를 감추고 매도 우위일 때는 매수가 자취를 감춘 상태에서 호가만 급격히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장외거래 비중이 절대적인 비지표물(저쿠폰 채권)은 특히 더 그렇다.

투자자들끼리 생각이 다를 때는 문제가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생각으로 쏠리거나 그 기대가 현재 채권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었을 경우에는 향후 채권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시점에서 출구전략에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다. 매도할 경우 그 시점에서 눈에 보이는 가격보다 훨씬 더 싸게 팔아야 팔릴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장외시장인 부동산시장처럼 매물이 많을 때 눈으로 확인되는 시세보다 더 싸게 내놓아야 팔리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저쿠폰 채권 투자자들이 한 번은 마주해야 할 위험이다. 저쿠폰 채권을 매수한, 자본차익 목적의 개인 채권투자자라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마무리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전에, 또는 현재 채권시장에 반영되어 있는 기준금리 인하폭 이상으로 실제 인하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 차익실현에 나서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채권의 이자지급일 직전에 채권을 매수하거나 직후에 매도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채권을 매매할 때 이자지급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투자자가 채권을 보유한 기간만큼의 ‘경과이자’가 이미 채권가격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신동준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KB증권 S&T부문 상무/ 경제학박사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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