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신 아날로그… ‘예술의 집’에서 쉬어보자
서울 국박 ‘한중일 칠기’… 송은미술관엔 피노 소장품
경기 호암미술관 ‘21세기 마그리트’ 파티 국내 첫선
강원 춘천박물관 이건희 수집품 마지막 순회 전시
충남 공주박물관, 무령왕릉 ‘용’유물 174점 선보여
광주 ACC, 생성형 AI로 만든 대형 미디어아트 상영
반복적이고 기계적이던 일상이 잠시 멈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디지털에 오염된 마음을 해독하는 일이다. 여기엔 ‘아날로그 놀이’가 제격이다. 깊은 사유, 꾸준한 노력과 의지로 완성된 ‘예술 세계’에 푹 빠져보자. 한 땀 한 땀 캔버스를 채운 예술가의 영혼과 만나고, 오랜 세월 문화재를 지켜온 수집가의 철학을 곱씹다 보면 어느새 눈과 머리가 맑아진다. 온 가족이 함께 디톡스 가능한 박물관·미술관 전시를 추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서울)
한국, 일본, 중국의 국립박물관이 공동으로 2년마다 세 나라를 번갈아가며 개최하는 특별전. 세 국가가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수액을 공통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차별화된 기법으로 발전시킨 ‘칠기’ 공예가 올해 주제다. 칠기 공예의 정수는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도 고유의 색을 잃지 않는 것인데, 이번에 출품된 국보급 칠기 공예품들은 조명에 취약해 한 번 전시를 마치면 수년간 수장고로 들어간다고 하니, 쉽게 오지 않는 기회다. 9월 22일까지.
△송은미술관 ‘컬렉션의 초상(Portrait of a Collection)’(서울)
세계적인 아트 컬렉터의 뛰어난 안목을 살펴볼 기회.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송은미술관에서는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소유주이자 생 로랑 등 럭셔리 브랜드들의 모기업 케어링의 설립자 프랑수아 피노의 소장품을 소개한다. 1960년대부터 현대미술 1만 점 이상을 수집한 피노가 마를렌 뒤마와 아니카 이의 그림 등 탁월한 선구안으로 선택한 예술품 60여 점을 가져왔다. 무료 관람, 11월 23일까지.
△호암미술관 ‘니콜라스 파티 개인전’(경기 용인)
‘21세기 마그리트’ ‘파스텔의 마법사’로 일컬어지는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의 국내 첫 개인전 ‘더스트’. 작가가 직접 전시장에 그린 대형 벽화 5점을 비롯해 회화와 조각 등 68점이 공개된다. 파티는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미술사의 주요 작가들과 모티브, 양식, 재료 등을 자유롭게 참조·구축해 명성이 높다. 얼마 전 프리즈 서울에서도 33억 원짜리 회화를 판매하는 등 시장에서도 인기 작가다. 전시엔 호암 소장 고미술품들이 배치돼 낯설면서도 신선한 감각을 제공한다. 내년 1월 19일까지, 1만4000원(성인).
△한국만화박물관 ‘만화로 만나는 힙합’(경기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국립민속박물관이 힙합을 주제로 협업한 공동기획전. 힙합이 지닌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감성을 만화의 형태로 표현했다. 전시는 한국 힙합의 역사를 보여주는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1989년에 발표된 홍서범의 ‘김삿갓’부터 현진영과 와와, 015B 등 35개 힙합 음악을 소개한다. 2부와 3부에서는 심찬양 작가의 그라피티 작품, 만화 ‘힙합’(김수용), ‘알 게 뭐야’(김재한) 등을 통해 거리와 책을 넘나든 힙합 정신을 보여준다. 9월 27일까지.
△국립공주박물관 ‘상상의 동물사전 백제의 용’(충남)
용의 해를 지나며 백제의 고도(古都) 공주에서 상상의 동물인 용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 열린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받침 있는 은잔을 포함해 용과 관련된 유물 174점으로 꾸려졌다. 국보 6건과 보물 7건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신비로운 동물 용이 가졌던 의미부터 백제 문화에서 구현된 용의 특징, 불교문화와 결합돼 더욱 발전하는 용 문양 문화유산을 두루 살핀다. 내년 2월 5일까지.
△대구간송미술관 ‘여세동보(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 삼아’(대구)
최근 개관한 대구간송미술관의 특별전 ‘여세동보(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 삼아’도 온 가족 나들이로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간송미술관은 1938년 그 전신인 ‘보화각’ 설립 이래 처음으로 대구에 분관을 개설했다. 말로만 들었을 뿐 실물로 보기 힘들었던 ‘훈민정음 해례본’과 신윤복의 ‘미인도’ 등 간송이 지켜낸 국보·보물 97점이 공개된다. 연구자이자 예술가, 교육자였던 간송 전형필(1906∼1962)의 ‘문화보국’ 정신과 생애를 ‘간송의 방’에 전시된 60여 점의 유품과 함께 만날 수 있다. 12월 1일까지, 1만 원(성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광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는 미디어 아트 작가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를 상영한다. 글로벌 미디어아트 영역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이번 전시는 ‘2024 ACC 미래상’을 수상해 전당의 후원을 받았다. 작품은 게임엔진 기반 컴퓨터 그래픽 영상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가로 11m 대형 스크린 3개에 구현했다. 영국 테이트모던에 소장된 전작 ‘딜리버리 댄서의 구’에서 가상의 도시를 질주하다 시공간의 미로에 빠졌던 두 주인공(택배 기사들)의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내년 2월 16일까지.
△부산비엔날레‘어둠에서 보기’(부산)
‘어둠에서 보기’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 2024 부산비엔날레에선 36개국 78팀의 349점을 만나볼 수 있다. 부산 원도심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전시를 모두 둘러볼 시간이 없다면, 무료로 관람 가능한 초량재와 부산근현대역사관이라도 꼭 가보자. 옛 은행 금고를 미술관으로 바꾼 금고미술관(부산근현대역사관)과 배 형태로 지어진 1960년대 양옥집(초량재)은 현대미술엔 어떤 경계도, 규정도 없다는 걸 몸소 보여준다. 10월 20일까지.
△국립춘천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강원)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 유족이 기증한 그의 수집품으로 꾸려지는 전국 순회전의 마지막 전시. 수집품이 가득한 ‘강원 별장’을 콘셉트로 수려한 자연경관을 담고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조선 시대 최고의 명승지인 강원도 금강산을 그린 18세기 문인화가 표암 강세황의 ‘피금정도’, 금빛 물감을 사용한 ‘금강산도’ 등은 지금껏 전시되지 않았던 기증품이다. 이건희 컬렉션을 대표하는 대형 ‘달항아리’ 2점과 국보로 지정된 ‘일광삼존상’,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도 선보인다. 11월 24일까지.
박동미·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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