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엔 ‘종합선물세트’… 90년대이후 ‘실속 - 고급’ 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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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대목 경기가 형편없다고 시장 상인들은 짜증을 내지만, 그 중에도 아동복 같은 것은 곧잘 팔리는가 하면 상품권도 유독 잘 나간다. 선물의 주고받음이 부쩍 늘어난 모양." 60년 전인 1964년 9월, 추석을 앞두고 국내 한 일간지에 실린 기사 중 일부다.
또 백화점은 고급 선물이 잘 팔려 호황을 누리지만,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통시장은 소비부진으로 침체를 겪는다는 익숙한 이야기도 이때부터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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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공업 발전 주력하던 60년대
조미료·통조림·전통주 주고받아
70~80년대 인삼·양주·가전
과도한 선물 자제 캠페인 등장
외환위기 거치며 양극화 현상
올해 7억 와인·5억 위스키부터
6000원 양말세트까지 함께 팔려
“추석 대목 경기가 형편없다고 시장 상인들은 짜증을 내지만, 그 중에도 아동복 같은 것은 곧잘 팔리는가 하면 상품권도 유독 잘 나간다. 선물의 주고받음이 부쩍 늘어난 모양.” 60년 전인 1964년 9월, 추석을 앞두고 국내 한 일간지에 실린 기사 중 일부다. 1960년대는 박정희 정부가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경공업이 발전, 조금씩 서민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하던 때다. 추석을 앞두고 신문에 실린 선물 광고에도 이런 흐름이 잘 보인다. 조미료와 통조림, 전통주 등을 추석 선물로 추천한다는 내용의 광고와 함께, 어려운 이웃에게 캐러멜 같은 간식거리를 전달했다는 기사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살림살이가 나아지기 시작한 1970∼1980년대에는 과도한 선물 주고받기를 자제하자는 정부 차원의 캠페인이 벌어질 정도로 고급 명절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끌었다. 갈비나 인삼, 양주 등 고가의 먹거리뿐만 아니라 TV나 밥솥, 가스레인지 등 가전제품도 주고받았다. 단일 제품이 아닌 식품과 화장품, 생활용품을 묶은 종합선물세트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이처럼 시대상을 반영하던 명절 선물 풍속이 지금과 같은 ‘실속형’ ‘고급형’으로 양분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부터다. 과소비를 경계하면서 검소한 명절 선물을 권하는 분위기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른바 ‘중저가 실속형 제품’이 명절 선물 대세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명절 선물 양극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욱 커지면서 명절 선물에도 이런 변화가 반영됐다는 게 당시 언론의 분석이었다. 대기업 직원들은 각종 명절 상여금과 복지 포인트로 대목 분위기를 한껏 누렸지만, 중소기업 직원들은 할인점에서 구매한 중저가 선물세트를 받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지적도 많았다. 또 백화점은 고급 선물이 잘 팔려 호황을 누리지만,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전통시장은 소비부진으로 침체를 겪는다는 익숙한 이야기도 이때부터 돌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명절 선물 양극화가 더욱 심화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해도 7억 원짜리 와인세트와 5억 원짜리 위스키 등 ‘억’ 소리가 나는 고급 주류부터 1만 원짜리 김 세트, 6000원짜리 양말 세트까지 초고가와 가성비 선물이 함께 팔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는 매년 명절 때마다 유통업체들이 반복해서 벌이는 ‘초고가 경쟁’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명절 선물은 실제로 수요가 있는 제품이라기보다 ‘그럴듯한 선물을 판다’는 업체들의 노이즈 마케팅에 가깝다”며 “극도로 저렴한 초저가 상품과 고가의 ‘명품’이 동시에 인기를 끄는 평상시 소비 패턴과 비슷한 경향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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