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는 해리스가 압도적 ‘판정승’…득표로 이어질까? [9월12일 뉴스뷰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9.12) 아침신문 1면 톱은 모두 ‘미국 대선 TV토론’(6곳) 입니다. 이어 △대입 n수생 역대 최다(3곳) △8월 주택담보대출 역대 최대(2곳) 등이 1면에 주요하게 실린 기사입니다.
① 차이의 발견 : 미국 대선 첫 TV토론
② 시선, 클릭!
- 서울 25개구 보건소 추석연휴 정상진료
- 한국 스마트폰은 왜 더 비싼가?
- n수생 역대 최다
- 경찰대 출신 로스쿨 입학생 = 경찰대 졸업생
- 청년 5만6천명, ‘그냥 쉬었음’
③ Now and Then : Cruel summer(테일러 스위프트, 2019)
① 차이의 발견
# 미국 대선 첫 TV토론
- 애초 경험많은 도널드 트럼프와 갑자기 대선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의 첫 TV토론에서 해리스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더 관심이었습니다. 그리고 만일 해리스가 토론에서 주춤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 낙마 이후 이어졌던 해리스의 상승세도 꺾일 수 있다는 민주당 지지층의 우려가 꽤 있었습니다. 그러나 토론회가 끝난 뒤, 전반적인 평가는 해리스의 ‘압승 같은 판정승’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 이번이 3번째 대선전인 트럼프는 예상대로 ‘아무말 대잔치’였는데, 논리를 파괴하는 식의 ‘트럼프식 어법’이 이젠 더 이상 새롭지 않고, ‘아니면 말고’식의 거짓 주장도 깐깐한 사회자들의 ‘실시간 팩트체킹’ 앞에 빛이 바랬습니다. 또 지난 6월27일 CNN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이 노쇠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자멸한 것과 같은 행운이 이번엔 트럼프에게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번엔 1964년생 해리스 앞에 78살 트럼프가 대비되면서 ‘이젠 트럼프도 늙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 새 인물인 해리스가 검찰 출신으로 트럼프를 잘 몰아붙인 측면도 있지만, 새롭지 않은 트럼프가 스스로 주저앉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 정치예측 베팅사이트인 ‘폴리마켓’에 따르면, 토론회 이후 해리스의 당선 가능성은 3%p 올라갔고,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3%p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해서 두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49% 대 49%로 동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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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론 내용은?
- 두 후보의 주요 발언입니다.
1) 관세 정책
- (모든 수입품에 20% 관세라는 트럼프 정책이 인플레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 트럼프 => “국민들이 더 높은 물가를 감당할 일은 없다. 중국과 우리를 오랫동안 착취해 온 나라들이 높은 가격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3년 반 동안 관세를 유지했다. 나의 재임 시절에 인플레이션이 없었다”
- 해리스 =>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무역 적자를 초래했다. 중국 군 현대화에 필요한 미국의 칩을 판매해 우리를 배신했다”
2) 경제정책
- 해리스 => “골드만삭스, 와튼스쿨, 노벨상 수상자 16명 모두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증가시키고 경기침체를 초래할 거라고 분석했다”
- 트럼프 => “내가 와튼스쿨에서 공부했는데 그곳의 많은 최고 교수들이 나의 계획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3) 북한
- 해리스 => “트럼프가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교환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독재자들이 (트럼프가) 대통령 되기를 바란다. 아첨과 호의로 그를 조종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 트럼프 => “중국, 북한, 러시아가 나를 두려워한다. (내가 없는 동안)북한에서 벌어진 일을 봐라”
4) 가자 전쟁
- 트럼프 => “해리스가 이스라엘을 싫어한다.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이스라엘은 2년 이내에 사라지게 될 것”
- 해리스 => “내 경력과 인생을 통틀어 이스라엘을 지지해왔다. 이스라엘은 스스로 방어할 권리가 있고,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이 이스라엘에 가하는 위협과 관련해 언제나 이스라엘을 지원할 것”
5) 우크라이나 전쟁
- 트럼프 => “대통령 취임 전에 해결하겠다”
- 해리스 =>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푸틴은 지금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에 있을 것”
6) 임신중지 권리
- 트럼프 => “나는 임신중지 금지에 찬성하지 않지만, 각 주가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내 입장은 중요하지 않다”, “아기가 태어난 뒤에 죽이는 주도 있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태어난) 아기를 죽이는 것을 지지한다”
- 해리스 “(토론에서) 거짓말을 많이 듣게 될 것이라 했는데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트럼프가 다시 선출되면 전국적인 임신중지 금지법에 (트럼프가) 서명할 것”
7) 이민자 문제
- 트럼프 => “(현 정부) 정책을 유지하면 국경에 베네수엘라 불법체류자들이 계속 들어올 것. 불법체류자들 가운데 중범죄자가 많다. 민주당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있다. 해리스는 흑인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 해리스 =>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이 인종을 이용해 미국 시민을 분열시키려 하는 것은 비극”
8) 의료보험(전국민건강보험개혁법, 오바마 케어)
- 트럼프 => “형편없는 의료제도다. 폐지하겠다. (대안은?) 계획의 컨셉이 있다”
- 해리스 => “우리가 해야할 일은 저렴한 의료보험 혜택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
9) 총기 소유
- 트럼프 => “해리스는 모든 사람의 총을 뺏으려 한다”
- 해리스 => “(부통령 후보) 월즈와 나는 모두 총을 갖고 있다. 누구의 총도 빼앗지 않을 것”
2. 평가
- “해리스가 이겼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던진 미끼를 거부하지 못했다. 해리스는 바이든이 아니었지만 트럼프는 우리가 몇년 동안 봐온 트럼프였다”(정치분석 사이트 ‘새버토의 크리스털볼’의 존 마일스 콜먼 부편집장이 한겨레에 보낸 이메일)
- 뉴욕타임스, “해리스가 트럼프를 수세에 몰아넣었다. 다만 선거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KO는 없었다”
- 워싱턴포스트, 경합주 유권자 25명에게 물은 결과 23명이 ‘해리스가 잘했다’고 평가
- CNN 여론조사, 등록 유권자 63%가 ‘해리스가 더 잘했다’고 응답
- 폭스뉴스, “해리스가 분명히 승리했다”
3. 미국 언론들의 보도
- 미국 현지시각으로 밤늦게 토론이 이뤄져, 미국 11일치 종이신문에는 토론 내용을 제대로 담지 못했습니다. 한국시각 오전 8시 현재, 미 주요 언론사 디지털 사이트 홈페이지 첫 화면의 머릿기사 제목입니다.
- (뉴욕타임스) Harris and Trump Bet on Their Own Sharply Contrasting Views of America
- How resounding was Harris’s debate win? Let’s look at the polls.(워싱턴포스트)
- Trump Debate Performance Frustrates Republicans(월스트리트저널)
4. 선거 영향
- 비록 이번 TV토론에서는 해리스가 이겼다는 게 너무도 분명하지만, 토론의 승리가 곧바로 대선의 승리로 이어질 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TV토론이 어떤 형태로든 해리스의 승리에 순기능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 뉴욕타임스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매일 대선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토론회 직후라, 토론회 내용이 당장 여론조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힘들지만, 현재 여전히 해리스가 여론조사상으로는 우세한 게 사실입니다.
- 전국적으로는 2%포인트 앞서고 있습니다.(49% 대 47%)
- 경합주 7개주에서도 조지아와 애리조나를 제외한 5개주에서 해리스가 앞서고 있습니다.
- 그러나 모두 0~3%p 정도 앞서는, 오차범위 이내의 초박빙이어서 아직은 여전히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② 시선, 클릭!
# 서울 25개구 보건소 추석연휴 정상진료
## 냉장고보다 더 비싼 한국 스마트폰
### n수생 역대 최다
#### 경찰대 출신 로스쿨 입학생 = 경찰대 졸업생
##### 청년 5만6천명, ‘그냥 쉬었음’
③ Now and Then
10일(현지시각) 트럼프와 해리스의 토론회 직후, 현존하는 지구촌 최고 인기가수 테일러 스위프트(35)가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스위프트는 소셜미디어에 직접 글을 올려 “권리와 대의를 위해 싸우는 전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2024년 선거에서 해리스와 월즈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4년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스위프트는 여성·성소수자 인권 등을 주창하며 그동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적이 많았습니다. 스위프트는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투표하려면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한다”며, 유권자 등록 장소, 사전투표 날짜와 관련 링크도 첨부하는 등 사전투표를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폴리티코’는 “해리스가 오늘 밤 토론에서보다 더 큰 승리를 얻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에서 배우·가수 등 연예인들이 미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예인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보다 리버럴(liberal)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우리처럼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고 해서 이후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르거나, 방송출연에 지장을 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정치성향이 다른 팬들이 떼로 몰려가 공격하는 경우도 전혀 없진 않지만, 우리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우리는 정치에 문외한이거나 정치에 관심없는 것을 두고, ‘순수한’이라는 형용사를 쓰곤 합니다. 연예인들이 정치에 대한 언급을 하면, 반대 성향 사람들이 ‘니가 뭘 안다고’라며 온갖 혐오성 발언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정치’란 뭘 알아야 말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의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정치)하는 것에 대해선, 사회 구성원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자기 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이것만은 피했으면 합니다. 대선 때가 되면, 늘 ‘000를 지지하는 00모임’ 등의 이름으로 전성기를 조금 지난 연예인들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일렬로 나와 기자회견을 열고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지지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크게는 문화부 장관에 임명되거나, 국회의원 공천을 받기도 하고, 작게는 관련 공공기관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벤처 투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이거야말로, ‘순수하지 않은’ 지지 아닌가 싶습니다. 원하는 후보를 지지하다 보니, 당선 이후에 도와달라는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애초에 일종의 지지 대가로 ‘자리’를 염두에 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해리스를 지지했다고, 대선 이후에 미국 문화부 장관이 되는 상황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비욘세, 아리아나 그란데도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는데, 이들이 기관장이 될까요.
Anyway, 오늘 노래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Cruel summer’입니다. 스위프트의 공연을 보면, ‘왜 사람들이 스위프트에 열광하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노래는 2019년 발매하는 바람에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주춤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공연 오프닝송으로 불려지면서 4년 지나 뒤늦게 빌보드 1위에 오른 노래입니다. 동영상은 지난해 LA공연 장면으로 수만명 앞에서 강한 포스를 뿜어내는 스위프트를 볼 수 있습니다. 스위프트가 해리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_VEyFuL6QU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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