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찬혁의 오프더그라운드] 여전히 '방향성' 없었던 홍명보호...이제는 '시간부족' 핑계도 없다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여전히 '홍명보호'의 방향성은 보이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0일(이하 한국시각)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오만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2차전 경기에서 3-1로 승리를 거뒀다.
축구대표팀은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1차전에서 졸전 끝에 무승부를 거뒀다. FIFA랭킹 23위 한국은 96위 팔레스타인에 제대로 된 공격 찬스도 몇 번 만들어보지도 못하고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홍 감독의 10년 만의 대표팀 복귀전은 실망으로 가득찼다. 축구 팬들의 비난도 이어졌다. 경기장에 모인 팬들은 홍 감독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고 대표팀 주전 수비수 김민재는 팬들과 충돌했다. 다행히 김민재와 팬들의 갈등은 해소됐지만 팬들은 여전히 홍 감독을 신뢰하지 못했다.
그래도 팔레스타인과의 1차전에서는 홍 감독이 둘러댈 '핑계거리'가 있었다. 바로 시간 부족이다. 홍 감독은 지난 7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해외파, 국내파 선수들을 소집해 자신의 전술의 색깔을 입힐 충분한 시간을 받지 못했다.
2차전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한 홍 감독은 절치부심 2차전을 준비했다. 선발 라인업도 5명이나 바뀌었다. 오세훈이 주민규 대신 최전방 공격수로 낙점 받았고, 정승현과 이명재, 박용우, 황희찬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초반부터 오만을 몰아붙였다. 한국은 전반 9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에서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황희찬의 슈팅은 오만 골키퍼를 뚫고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전 중반부터 오만의 페이스에 말리기 시작했다. 오만이 롱패스를 시도하며 수비 뒤 공간을 노리자 한국은 빌드업보다 볼을 걷어내기에 급급했고 공격권을 지속적으로 오만에 내주게 됐다.
결국 한국은 동점골을 허용했다. 전반전 추가시간 오른쪽 측면에서 설영우가 무리한 반칙을 범해 옐로카드를 받으며 프리킥을 내줬다. 오만은 곧바로 골문 앞으로 프리킥을 투입했다. 프리킥은 정승현의 머리에 맞고 골문 구석에 꽂혀 자책골로 연결됐다.
전반전은 1-1로 종료됐다. 한국은 추가 득점을 위해 총공세를 펼쳤지만 후반 중반까지 오만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1차전에서 나온 약점이 오만전에서도 드러났다. 한국은 내려선 오만의 수비라인을 뚫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캡틴' 손흥민이 자신의 힘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후반 36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에서 볼을 컨트롤한 뒤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득점했다. 한국은 후반전 추가시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주민규가 쐐기골을 넣으며 3-1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1승 1무를 기록하며 B조 2위에 올랐지만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다.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도 답답함을 표출했다. 그 이유는 홍 감독의 전술이 아닌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 선수들의 개인 힘으로 이긴 경기였기 때문이다.
홍 감독의 전술은 계속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공격에서의 세밀함이 떨어졌다. 하프스페이스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고 좁은 수비를 뚫을 때 가장 필요한 2대1 패스와 삼자패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술의 기본은 '포지셔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만전의 경우 공격 진영에서 포지셔닝이 볼을 중심으로 수적 우위를 점한 것이 아닌 볼 반대편에 선수들이 더 많이 위치했다. 그러다보니 짧은 패스보다는 크로스 위주의 공격 패턴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역습을 대비한 수비 전술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오만은 선제 실점 이후 지속적으로 롱패스를 통해 수비 뒤 공간을 노렸지만 수비 라인은 마치 이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듯 볼을 클리어링하기에 급급했다. 수비수들이 먼 곳으로 클리어링하면서 당연히 볼의 소유권도 오만에 넘어갔다.
이번 A매치 두 경기를 통해 가장 뼈아픈 점은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을 때부터 세밀한 부분 전술을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방향성을 보여줬어야 했다. 적어도 대한축구협회(KFA)가 강조한 '라볼피아나'를 실현하려는 노력은 했어야 했다.
라볼피아나 전술은 단순히 수비형 미드필더를 내리고 윙백이 올라가면서 스리백을 만드는 게 아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내리고 2선에 위치한 미드필더가 내려와 빌드업에 관여하면서 전진 패스를 노려야 한다. 하지만 홍 감독의 라볼피아나는 측면 수비수가 볼을 더 많이 받는다. 박용우의 터치가 85분 동안 53회, 68분 출전한 설영우의 볼터치는 51회다. 전진보다는 U자형 빌드업이 더 많았다는 지표이기도 하다.
어차피 KFA가 선임을 유지하기로 한 이상 홍 감독을 경질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축구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드라마틱한 반등이 필요하다. 다음 A매치까지 한 달이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이제는 시간 부족이라는 핑계도 댈 수 없다. 방향성을 비롯한 세부 전술까지 완벽하게 구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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