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더 내고 누구는 덜 내는 국민연금 개편? 개혁일까 개악일까 [스프]

안혜민 기자 2024. 9. 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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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국민연금1
 

하나의 이슈를 데이터로 깊이 있게 살펴보는 뉴스레터, 마부뉴스입니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추석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불구하고 날씨가 너무 덥죠. 서울은 9일, 10일 이틀째 9월 열대야가 찾아왔고, 제주는 연속 65일 열대야를 기록하면서 연간 연속 열대야일 역대 1위 기록을 끊임없이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곧 비가 온다고는 하는데, 늦더위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거라고 하니... 이번 추석은 선선한 날씨보다는 뜨거운 날씨와 함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 관리 잘하길 바랍니다.

지난 9월 4일,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안을 발표했죠. 벌써 까마득히 옛날이 되어버린 지난 대선 토론에서도 당시 대통령 후보자 모두가 국민연금 개혁 공동 선언을 하기도 했고요. 국회에서도 연금 개혁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공통의 안을 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갈등과 조정이 있었지만, 어쨌든 드디어 이번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안이라는 결과물을 냈다는 것 자체는 참으로 반길 만한 일입니다.

새롭게 발표된 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금은 복잡한 내용일 수 있지만, 우리 삶에 무척이나 중요한 주제이니만큼 오늘 마부뉴스에서 이번 개편안을 하나하나 뜯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국민연금 개편안, 누구는 더 내고 누구는 덜 낸다고?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모수개혁이 뭐지?

국민연금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먼저 용어 설명부터 시작할게요. 연금 개혁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조금은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거든요. 이 개념들을 먼저 알아두면 뒷 내용을 읽을 때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마부뉴스의 과거 뉴스레터인 <정말 90년생부터는 국민연금 한 푼도 못 받을까?>를 읽는 것도 좋으니까 혹시 관심 있다면 한 번 살펴보세요!
[ https://premium.sbs.co.kr/article/zHrvvOmmHda ]

-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노년이 되었을 때에도 소득을 보장해 주는 제도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정년 이후 퇴직한 다음에라도 국민연금의 연금을 받으면서 노후 소득을 보장받는 거죠.

- 기초연금: 기초연금은 어려운 노후를 보내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제도입니다. 국민연금 제도가 있긴 하지만, 국민연금이 시작된 게 1988년이라 앞선 세대의 경우엔 가입하지 않은 분들도 많고 가입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이 짧아 충분한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국민연금 혜택을 받기 어려운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제도라고 볼 수 있어요.

- 개인연금: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이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사회보험제도라면, 개인연금은 개인 스스로 노후 준비를 위해 가입하는 금융 상품을 말합니다.


- 보험료율: 보험료율은 한마디로 말하면 국민연금에 내가 얼마를 내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을 뜻합니다. 독자 여러분이 매달 버는 소득 대비 얼마만큼을 국민연금에 납부할 것인지를 나타내는 거죠. 보험료율이 높아지면 국민연금에 나가는 돈이 많아지고, 낮아지면 국민연금에 나가는 돈이 줄어들겠죠.

- 소득대체율: 소득대체율은 보험료율과 반대로 국민연금으로 얼마를 받는지, 그 비율을 나타낸 겁니다. 독자 여러분의 생애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연금 수령액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 게 소득대체율이죠. 당연히 소득대체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많은 돈을 국민연금으로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 모수개혁: 모수(Parameter)는 일종의 변수를 의미하는데요. 연금 개혁에서 말하는 모수개혁은 국민연금의 핵심 매개변수를 바꾸는 개혁을 뜻합니다. 국민연금의 핵심 변수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숫자를 손보는 변화를 모수개혁이라고 할 수 있어요.

- 구조개혁: 구조개혁은 국민연금의 틀, 그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겁니다.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험제도에는 앞서 살펴봤듯 국민연금뿐 아니라 기초연금, 개인연금 등이 있잖아요? 이 제도들을 통틀어서 연금 제도의 구조 자체를 재구성해보자는 접근이 구조개혁입니다.
 

변화가 필요한데... 개혁 없이 굴러온 국민연금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은 당시엔 보험료율은 3%에 불과했고, 소득대체율은 70%나 됐습니다. 내가 버는 소득에 3%만 내면, 생애평균소득의 70%나 보장해 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상품입니까! 하지만 적게 내고, 많이 주는 형태로 국민연금이 시작되면서, 기금의 지속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도입 10년 차인 1998년, 당시 김대중 정부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1차 연금 개편을 진행했어요.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연금을 받는 시점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점진적으로 늘리기로 결정했죠. 또 5년마다 국민연금 기금의 상태를 점검하도록 법으로 규정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시행된 2003년 1차 재정 계산, 그 결과는 참담했어요. 1차 연금 개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가다간 2036년에 국민연금이 적자가 될 것이라는 결과표를 받게 되죠.


2007년 노무현 정부는 2차 연금 개편을 단행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기금이 바닥나버리니 소득대체율을 2008년부터 50%로 낮춰버리죠. 그리고 매년 0.5%p 줄여나가 2028년엔 40%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소득대체율이 낮아지면서 국민연금으로 보장받는 금액이 줄어든 대신, 국민연금에 내는 돈은 과거와 동일하게 유지했습니다. 즉, 보험료율은 건드리지 않고 9%로 유지된 거죠. 그 이후 연금 개편은 이뤄지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5년마다 받아 본 재정 계산 결과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죠.

2003년 1차 계산: 2036년 적자, 2047년 고갈
2008년 2차 계산: 2044년 적자, 2060년 고갈
2013년 3차 계산: 2044년 적자, 2060년 고갈
2018년 4차 계산: 2042년 적자, 2057년 고갈
2023년 5차 계산: 2041년 적자, 2055년 고갈
2024년 추가 계산: 2041년 적자, 2056년 고갈

계산을 할 때마다 국민연금이 적자를 맞이하는 시점, 또 고갈되는 시점이 빨라졌습니다. 출생인구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고, 반대급부인 고령 인구는 쑥쑥 늘어나면서 국민연금의 곳간이 점점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거죠.


이번 윤석열 정부는 5년마다 정기적으로 하는 재정 계산에 더해 2024년에 추가로 국민연금 기금의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2023년에 진행한 5차 계산에는 2021년에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를 활용했는데, 올해 진행한 추가 계산에서는 2023년 버전의 최신 장래인구 추계를 활용했어요. 계산한 결과는 위의 그래프와 같습니다. 2024년 6월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은 1,147조 360억 원 규모인데, 2041년에 국민연금은 1,882조 원으로 피크를 찍고 이후부터 감소세에 들어가서 2056년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됐죠.

국민연금 개편을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상황이 오면서 국회와 정부도 다각도로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선 연금 개혁 특별위원회를 꾸려 개편안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고, 보건복지부도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며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9월 4일 드디어 정부의 개편안이 발표된 겁니다.
 

3차 연금 개편안, 세대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지금부터는 9월 4일 발표된 국민연금 개편안을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할게요. 먼저 국민연금의 핵심 모수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변화를 봐보겠습니다. 이번 국민연금 개편안에서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원래 2028년까지 40%로 내리기로 했지만 2024년 현재 42%에서 멈추기로 했습니다. 즉 내는 돈은 늘어나고, 받는 돈은 이전 계획보다는 상향, 현재 상황과 비교하자면 유지되는 거죠.

모수개혁뿐 아니라 다른 변화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해외 국가들은 인구 구조나 경제 여건이 변화할 경우, 연금액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이른바 '자동조정장치'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도 이번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기존 국민연금 정책에서는 물가 변동만 반영하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최근 3년의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여명(특정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년수) 증감률에 따라 연금액이 변화하도록 변경했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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