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싸 들고 가도 바로 못 산다" 눈 호강하는 이곳은 어디?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12. 09:03
[귀에 쏙 취파] 귀에 쏙! 귀로 듣는 취재파일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가 개최하는 프리즈 서울이 올해로 세 번째를 맞았습니다.
런던에서 발행되던 미술 잡지에서 시작해 아트 바젤과 함께 세계 아트페어 시장을 양강 구도로 분할한 프리즈는 뉴욕과 LA에 이어서 세 번째 해외 개최 아트페어의 도시로 2022년 서울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지역과 달리 서울에서는 토종 아트페어인 한국화랑협회의 <키아프>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립니다.
한국의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유명 갤러리들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국내 미술 시장의 자본이 프리즈에 참가하는 글로벌 갤러리들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했었습니다.
<키아프>로서는 <프리즈> 동시 개최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국내 미술 시장 기반을 확대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습니다.
키아프를 앞세운 <키아프리즈>라는 브랜딩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미술 시장이 붐을 이루던 2022년과 달리 경기 침체기에 열린 올해의 세 번째 키아프리즈는 개막 전부터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그리고 막상 뚜껑을 열자 '역시'라는 반응들이 이어졌습니다.
참가 갤러리 수가 지난해에 비해 축소됐는데, 특히 프리즈의 경우 수백억 원대의 작품은 아예 없고 수십억 원대 작품들도 이전 두 해에 비해 줄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메가 갤러리들이 올해엔 '힘을 빼고' 참가했던 겁니다.
그래도,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우선 프리즈는,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내실 있는 작가와 작품들로 글로벌 미술 시장의 동향을 알 수 있게 해줬습니다.
현대회화의 거장 조지 콘도와 팝아트의 계승자 케서린 번하드, 정물화의 신세계를 연 니콜라스 파티가 든든하게 받쳐줬고,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회화를 스테인레스 조각과 함께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독일의 신표현주의 대가 게오르크 바젤리츠는 화이트 큐브와 타데우스 로팍 두 곳에서 대작이 전시됐습니다.
글로벌 회화의 대세인 <여성>과 <흑인>에 대한 주목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페첼 갤러리가 내세운 에밀리 메이 스미스의 작품은 이전에 비해 여성성을 명확히 했고, 제시카 실버맨 갤러리는 튀르키예 출신 하얄 포잔티 개인전으로 꾸몄습니다.
갤러리 1957의 아모아코 보아포와 하우저 앤 워스의 헨리 테일러는 자신감 넘치는 흑인의 표정을 담아낸 작품으로 전시장에 힘을 더했습니다.
현대미술계에 화제를 몰고 다니는 작가들의 신작도 반가웠습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2024년작 <선데이>는 번쩍이는 금 도금 철판 작업입니다.
철판에 총을 쏴 총알구멍을 그대로 남긴 뒤 순금으로 도금했는데, 총기 사고가 빈번한 미국 사회의 불안과 총기 판매를 통해 부를 일구는 총기 업계를 총탄 자국과 황금으로 패러디한 작품입니다.
전체는 64점 연작인데 이중 4점이 전시됐습니다.
예전 플라토 미술관에 이어 요즘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두 번째 국내 전시를 열고 있는 노르웨이의 현대미술 그룹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은 성장기 어린이의 자아를 드러내 보이는 <Did I Grow?>를 페이스 갤러리에서 선보였습니다.
글로벌 미술 시장을 선도하는 갤러리들이 즐비한 프리즈의 고객층은 사실, <슈퍼 콜렉터>들입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비싼 작품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수억 원에서 20~30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는데, 돈을 싸 들고 가도 작품을 바로 살 수는 없습니다.
갤러리 나름의 기준에 따라 고객을 검증한 뒤에 판매하는 게 관행입니다.
아트페어가 열리기 전에 고객 리스트를 통해 사전에 판매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객 리스트에 새로 이름을 올리는 것 역시 검증을 거쳐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관문을 거친 국내 슈퍼 콜렉터들이 이번 프리즈에서 얼마나 지갑을 열었는지 구체적인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글로벌 갤러리들의 기대 수준도 이미 낮춰져 있었을 겁니다.
슈퍼 콜렉터가 아닌 미술 애호가들은 코엑스 1층과 3층을 오가며 '키아프리즈' 참가 318개 갤러리들을 둘러보면서 눈 호강을 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즈에 7만여 명, 키아프에 8만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프리즈와 함께 하는 세 번째 전시를 통해 <키아프> 역시 역량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3층에서 열리는 <프리즈>에서 글로벌 미술 동향을 파악한 뒤, 1층으로 내려와 키아프에 전시 중인 중저가의 국내 작가 작품을 구매하는 관람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일본과 타이완을 비롯한 해외 갤러리들의 선전 또한 인상적이었고, 215억 원으로 이번 '키아프리즈' 최고가 작품인 페르난도 보테로의 연작 <더 스트리트>는 압권이었습니다.
프리즈와 키아프를 오가는 2층 중간 지점에 국내외 신생 갤러리들의 전시를 따로 마련한 것 역시 참신한 아이디어였습니다.
키아프와 프리즈의 동시 개최는 이제 두 번 남게 됐습니다.
2027년 이후에는 프리즈 서울이 언제, 어디서 열릴지 알 수 없습니다.
저물어 가고 있는 홍콩 미술 시장의 대안으로 서울과 도쿄, 싱가포르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올 1월의 싱가포르 <아트 SG>나 7월의 <도쿄 겐다이>와 성적표를 비교하면 서울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최근 복병이 하나 등장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와 함께한 3년, 키아프의 성과와 과제
런던에서 발행되던 미술 잡지에서 시작해 아트 바젤과 함께 세계 아트페어 시장을 양강 구도로 분할한 프리즈는 뉴욕과 LA에 이어서 세 번째 해외 개최 아트페어의 도시로 2022년 서울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지역과 달리 서울에서는 토종 아트페어인 한국화랑협회의 <키아프>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립니다.
한국의 미술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글로벌 유명 갤러리들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국내 미술 시장의 자본이 프리즈에 참가하는 글로벌 갤러리들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했었습니다.
<키아프>로서는 <프리즈> 동시 개최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국내 미술 시장 기반을 확대해 나가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습니다.
키아프를 앞세운 <키아프리즈>라는 브랜딩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미술 시장이 붐을 이루던 2022년과 달리 경기 침체기에 열린 올해의 세 번째 키아프리즈는 개막 전부터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습니다.
그리고 막상 뚜껑을 열자 '역시'라는 반응들이 이어졌습니다.
참가 갤러리 수가 지난해에 비해 축소됐는데, 특히 프리즈의 경우 수백억 원대의 작품은 아예 없고 수십억 원대 작품들도 이전 두 해에 비해 줄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메가 갤러리들이 올해엔 '힘을 빼고' 참가했던 겁니다.
그래도,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우선 프리즈는,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함은 없었지만 내실 있는 작가와 작품들로 글로벌 미술 시장의 동향을 알 수 있게 해줬습니다.
현대회화의 거장 조지 콘도와 팝아트의 계승자 케서린 번하드, 정물화의 신세계를 연 니콜라스 파티가 든든하게 받쳐줬고,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회화를 스테인레스 조각과 함께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독일의 신표현주의 대가 게오르크 바젤리츠는 화이트 큐브와 타데우스 로팍 두 곳에서 대작이 전시됐습니다.
글로벌 회화의 대세인 <여성>과 <흑인>에 대한 주목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페첼 갤러리가 내세운 에밀리 메이 스미스의 작품은 이전에 비해 여성성을 명확히 했고, 제시카 실버맨 갤러리는 튀르키예 출신 하얄 포잔티 개인전으로 꾸몄습니다.
갤러리 1957의 아모아코 보아포와 하우저 앤 워스의 헨리 테일러는 자신감 넘치는 흑인의 표정을 담아낸 작품으로 전시장에 힘을 더했습니다.
현대미술계에 화제를 몰고 다니는 작가들의 신작도 반가웠습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2024년작 <선데이>는 번쩍이는 금 도금 철판 작업입니다.
철판에 총을 쏴 총알구멍을 그대로 남긴 뒤 순금으로 도금했는데, 총기 사고가 빈번한 미국 사회의 불안과 총기 판매를 통해 부를 일구는 총기 업계를 총탄 자국과 황금으로 패러디한 작품입니다.
전체는 64점 연작인데 이중 4점이 전시됐습니다.
예전 플라토 미술관에 이어 요즘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두 번째 국내 전시를 열고 있는 노르웨이의 현대미술 그룹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은 성장기 어린이의 자아를 드러내 보이는 <Did I Grow?>를 페이스 갤러리에서 선보였습니다.
글로벌 미술 시장을 선도하는 갤러리들이 즐비한 프리즈의 고객층은 사실, <슈퍼 콜렉터>들입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비싼 작품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수억 원에서 20~30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는데, 돈을 싸 들고 가도 작품을 바로 살 수는 없습니다.
갤러리 나름의 기준에 따라 고객을 검증한 뒤에 판매하는 게 관행입니다.
아트페어가 열리기 전에 고객 리스트를 통해 사전에 판매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고객 리스트에 새로 이름을 올리는 것 역시 검증을 거쳐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관문을 거친 국내 슈퍼 콜렉터들이 이번 프리즈에서 얼마나 지갑을 열었는지 구체적인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글로벌 갤러리들의 기대 수준도 이미 낮춰져 있었을 겁니다.
슈퍼 콜렉터가 아닌 미술 애호가들은 코엑스 1층과 3층을 오가며 '키아프리즈' 참가 318개 갤러리들을 둘러보면서 눈 호강을 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즈에 7만여 명, 키아프에 8만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프리즈와 함께 하는 세 번째 전시를 통해 <키아프> 역시 역량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3층에서 열리는 <프리즈>에서 글로벌 미술 동향을 파악한 뒤, 1층으로 내려와 키아프에 전시 중인 중저가의 국내 작가 작품을 구매하는 관람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일본과 타이완을 비롯한 해외 갤러리들의 선전 또한 인상적이었고, 215억 원으로 이번 '키아프리즈' 최고가 작품인 페르난도 보테로의 연작 <더 스트리트>는 압권이었습니다.
프리즈와 키아프를 오가는 2층 중간 지점에 국내외 신생 갤러리들의 전시를 따로 마련한 것 역시 참신한 아이디어였습니다.
키아프와 프리즈의 동시 개최는 이제 두 번 남게 됐습니다.
2027년 이후에는 프리즈 서울이 언제, 어디서 열릴지 알 수 없습니다.
저물어 가고 있는 홍콩 미술 시장의 대안으로 서울과 도쿄, 싱가포르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올 1월의 싱가포르 <아트 SG>나 7월의 <도쿄 겐다이>와 성적표를 비교하면 서울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최근 복병이 하나 등장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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