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의 첫 시리즈물 '베테랑 2'…황정민 "서도철로 어릴 적 꿈 이뤄" [김기자의 문화이야기]

김문영 2024. 9. 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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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베일 벗는 추석 연휴 기대작 '베테랑 2'
류승완 "장기하의 음악 먼저 듣고 영화 관람하는 것도 방법"
황정민 "시리즈물 출연, 큰 영광…끈끈하고 통쾌하다"
정해인 "액션과 액션 연기 다르더라…발이 빨라 의도적으로 천천히 움직여"
베테랑2 스틸컷 [사진=CJ ENM]


1,341만 명을 동원하며 작품성과 화제성, 모든 부문에서 두루 인정 받은 영화 '베테랑'의 시리즈 2편이 내일(13일) 개봉합니다.

국내 언론 시사회에서 지난 9일에 선보인 '베테랑 2'는 종합 선물 세트라 평할 만 했습니다. 제작 참여자의 이름을 띄우는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토론할 이야기들을 제시한 이 영화를 보고, 그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말하지 않았습니다.

상영 시간 118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액션 장인' 류승완 감독의 액션, 영화에서 제기된 문제 의식이 시사회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영화인들의 평도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망치 같은 영화"라며 "주인공의 통증이 내 뼛속까지 뻐근하게 울려옵니다"라고 감탄했고 김성수 감독은 "액션 영화의 신, 류승완 감독이 액션의 끝장을 보여준다"라며 "불꽃 액션에 경배를 올린다"고 말했습니다.

영화는 사회의 병폐를 투영했습니다. 제대로 된 취재 절차 없이 이슈화에 급급한 일부 유튜버 등 '사이버 레커'의 파급력이 커져 '아니면 말고' 식 이야기를 퍼뜨리며 큰 혼돈을 야기하고 있지만, 갈등의 주범인 이들을 규제할 적절한 수단은 전무합니다.

사이버 레커는 신원 검증 없이 일하고, 문제가 돼도 다른 아이디를 만들면 그만입니다. 무엇보다 청소년 등 여러 취약 계층이 유해한 콘텐츠의 대상이 되어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영화에 드러나, 관객들이 현실 속의 많은 문제를 생각하게끔 합니다.

'김기자의 문화이야기', 이번 순서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 '베테랑 2'의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 배우, 정해인 배우의 인터뷰를 담습니다.

해당 인터뷰는 MBN 취재 기자가 지난 9일에 진행했습니다.

Q. 감독, 시리즈물을 연출한 소감은?

A. (류승완 감독) 제가 지금까지 영화를 만들었지만, 처음으로 만드는 시리즈입니다.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오래 걸렸죠. 전편이 워낙에 큰 사랑을 받아서 '시리즈물을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이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전작의 관객 분들이 저희에게 주셨던 애정을 충분히 돌려드려야 하는데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죠.
인터뷰하는 류승완 감독 [사진=MBN]

전작의 성공 방식을 따라가면 관객 분들이 별로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실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또 새롭게 가자니 전작의 그런 향기를 기대하셨던 분들이 있을 거고요. 그래서 그 균형을 맞추느라 좀 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만드는 과정에선 애정한 캐릭터와 제작진들이 다시 모였기 때문에 저희끼리는 굉장히 재미있었고, 그만큼 관객 분들도 즐거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Q. 속편을 만들면서 이렇게 하면 관객이 좋아하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A. (류승완 감독) 관객 분들이 원작인 '베테랑'을 사랑해 주신 데는 주인공인 서도철(배우 황정민 역)과 이 팀원들의 활약에 대한 응원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의도하지 않게 긴 시간이 흘렀는데요. 성공한 전작의 단순한 확장이 아닌, '그 주인공이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더 성장했고 성숙해졌는가, 얼마나 더 응원하고 싶은 사람으로 만들어졌는가'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제작했습니다.

황정민 배우가 9년 동안 서도철이라는 인물을 마음 한 켠에 가지고 계셔서 언제라도 이 주인공을 연기할 준비를 계속하고 계셨거든요. 황정민 배우 본인이 생각한 인물의 변화가 있어 잘 준비를 해오셨고, 제가 원하는 균형도 같이 맞춰 가면서 그렇게 넓게 들어갔습니다. 황정민 배우의 표현대로, 전편이 밀크 초콜릿이라면 이번은 다크 초콜릿입니다. 더 깊이 우린 사골 국물 같은 것을 기대하셔도 좋지 않을까 싶네요.

Q. 영화 '밀수'에 이어 장기하 음악감독과 다시 함께 한 소감은?

A. (류승완 감독) 장기하 음악 감독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힘들었던 3개의 기억이 대학 입시, 군대, 그리고 저와의 음악 작업이라는 표현을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음악 노예'라는 표현을 하셨고요. (미소) 일정 부분 이해도 갑니다.

영화 '밀수'가 끝나고 장기하 음악 감독이 원래 힘들어서 영화 음악을 다시는 안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작업한 결과가 너무 좋아서 '밀수' 사운드 믹싱이 끝나자마자 장기하 음악 감독이 차 타고 가는 길에 '한 번만, 읽어만 봐달라'라고 말하면서 시나리오를 차 안에다가 이렇게 집어넣어 줬거든요? 그 뒤에 어느 순간, 작업실에서 또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발견했어요. (폭소)

인터뷰하는 류승완 감독 [사진=MBN]


이번에 장기하 음악 감독이 고 방준석 음악 감독이 남겨주신 굉장히 큰 유산인 원작 '베테랑'의 메인 테마곡(주제곡)을 아주 멋지게 장기하 버전으로 편곡한 곡과 '해치 테마'(해치 주제곡)라는 멋진 곡을 만들어 주셨는데요. 지금 이미 음원이 공개가 돼 있으니까 음악을 먼저 들어 보시고 영화를 관람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미소)

Q. 두 배우, 칸에 초청돼 다녀오셨다. 당시 분위기는?

A. (황정민 배우) 살짝 좋아서 많은 박수가 있긴 했는데. (기자: 10분간 기립 박수를 받지 않았나.) (미소) 그 분들과 얘기를 딱히 해본 적이 없어서. (미소) 그렇지만 제가 칸에 이번에 두 번째로 갔는데요. 첫 번째로 갔을 때 '공작'이라는 작품으로 갔습니다. 그때 분위기랑 '베테랑 2' 때가 확연히 달랐다는 것은 알 수가 있었습니다.
인터뷰하는 황정민 배우 [사진=MBN]

한국에서 이렇게 액션 영화를 만들어서 외국 관객들과 같이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굉장히 생소한 경험이었고요. 관객 분들은 그런 또 역동적이고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액션을 보니까 놀라워하고 재밌어했던 것 같습니다.

A. (정해인 배우) 칸 영화제를 '베테랑 2' 덕분에 처음 가봤는데 아무래도 그렇다 보니까 꿈 같은 시간이었고 얼떨떨했고 얼타다 온 것 같아요. (미소)

인터뷰하는 정해인 배우 [사진=MBN]


그래도 최대한 이 시간, 이 순간을 즐기고 오자는 생각으로 매 순간 임했고요. 많은 관객 분들의 언어는 다르지만, 감정이나 어떤 영화에 대한 열띤 반응들은 비슷하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해주신 것이 되게 감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황정민 배우, 워낙에 대사를 배역에 딱 맞게 잘 소화하다 보니 벌써 '황정민 신곡 리믹스가 기대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A. (황정민 배우) '베테랑 2'에서 1편에 나왔던 대사를 일부 오마주(영화를 촬영할 때 존경의 의미로 일부 영화 대사나 장면을 인용)한 게 있습니다. 예고편에도 나오지만 '죄 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와 같은 오마주 대사들이 몇 개 있습니다. 아마 관객 분들이 개봉하면 더 찾아서 재미있게 보실 거라고 믿습니다. (감독과 함께 미소)
Q. 오마주하며 '9년 만에 이 말을 내뱉다니' 하는 쾌감도 있었나?

A. (황정민 배우) 배우 입장에서 자기 작품이 시리즈물이 돼서 2편이 탄생한다는 건 굉장히 큰 영광이에요. 그 작품을, 또 그 역할을 한 번 더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영광이고, 늘 제가 꿈꿨던 겁니다. 어릴 때부터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 시리즈물의 주인공을 하고 싶어'라고 제가 제 스스로에게 얘기하곤 했는데, 그게 '베테랑'이 됐어요.

베테랑에서도 특히 매력 있는 서도철이라는 사람을 연기했으니까 얼마나 저한테는 크게 와닿겠어요. 그러니까 1편에 했던 그 대사들을 했을 때 9년이라는 시간보다도 끈끈하면서 통쾌한 것이 있었고, 대사를 하면서 기분 좋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Q. 감독도 속편을 기다렸다고 말씀하셨는데, 서도철이라는 역의 매력은?

A. (황정민 배우) 기다린 감독님은 여러 작품을 하셨으니까 기다린 것 같지는 않은데요? (미소) (감독: 자기는 무슨) (다같이 폭소)
인터뷰하는 황정민 배우 [사진=MBN]

저는 1편이 끝나자마자 2편 해야 한다고 막 닦달했던 사람 중에 한 명이에요. 시간이 이렇게 됐지만요. 이 영화가 나오기까지 많이 기다렸어요.

서도철의 매력은 아실 겁니다. 요즘 말로 '츤데레(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지만 다정한 사람)'가 있잖아요. 해주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다 해주고. 꼭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 있었으면 좋겠는 사람, 삼촌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이 있어야 정의가 잘 실현될 수 있을 법한 그런 사람을 늘 우리가 바라잖아요. 그게 바로 서도철이에요.

Q. 서도철 역을 맡아 경찰과 공직자들의 응원도 많이 들었을 텐데?

A. (황정민 배우) 저에게 ''베테랑'이라는 영화를 보고 스스로가 형사이고 경찰인 것에 대한 자부심을 더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고맙다'라고 제가 식사하는 자리를 지나가면서 이야기해주실 때도 있었고요. 어떤 때는 제가 촬영하러 가던 휴게소의 화장실에서도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당황스러운 미소)
Q. 정해인 배우의 합류로 나타난 '정해인 효과'도 있었나?

인터뷰하는 황정민 배우 [사진=MBN]

A. (황정민 배우) 이 친구가 들어오면 환해져서 효과가 좋아요. 제가 들어오면 약간 시커메지고. (미소) 이 친구가 들어오면 모든 현장이 환해져요. 우리는 1편에서 했던 사람들이라 아마 해인 씨 입장에서는 되게 부담됐을 거에요. 그래도 들어온 용기를 가졌다는 것에 대해서 큰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저는 해인 씨와 너무 행복하게 재밌게 낄낄대면서 잘 작업한 것 같아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A. (황정민 배우) 워낙에 겨울에 추울 때 촬영한 작품이라, 추위와 싸우는 장면마다 고통스러움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옥상에서 비 맞고 촬영한 장면도 그렇고 맨 마지막 액션도, 계단 장면도 그렇고. 물론 계단 장면은 저보다 해인 씨가 더 힘들었겠지만.

그 중에 하나를 딱 꼽자면 저는 옥상에서 비 맞고 액션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엄동설한에 찍었는데 제가 처음에 감독님한테 '꼭 비가 와야 되느냐'라고 물었어요. (감독 폭소) 눈은 가짜 눈도 있거든요. 그런데 비는 가짜 비가 없어요. 진짜 물을 뿌려야 되니까. 일주일 내내 밤에 찍었는데요. '오케이' 사인이 나오면 난로 앞에 서서 해인 씨를 톡톡 치면서 '너 이제 가야 돼'라고 말하면서 계속 촬영한 기억이 납니다.

Q. 정해인 배우, 최고 기대작 합류 소감?

A. (정해인 배우) 너무 기뻤죠. 뛸 듯이 기뻤고 그다음에 바로 드는 생각은 부담스럽다. 부담스럽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죠. 워낙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였고 또 영화를 즐겨봤던 팬으로서 막상 그 작품에 합류한다니까 즐거움만 있지는 않았어요.

즐거움과 동시에 좀 많은 부담스러움이 있었는데 계속 부담을 가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까 현장에서 선배님과 감독님과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면서 재미있게 즐겨보자라는 생각으로 일했고, 선배님 말씀처럼 정말 많이 웃으면서 찍었습니다.

Q. 방금 말씀하신 관객으로서 본 '베테랑'과 실제로 찍은 '베테랑 2'의 차이는?

인터뷰하는 정해인 배우 [사진=MBN]

A. (정해인 배우) (폭소) 정말 극장에서 편하게 보는 게 좋구나. (다같이 폭소) 제가 '베테랑'을 극장에서 봤을 때는 이 정도로 고생하셨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힘드셨겠다'라는 정도로. 그런데 막상 현장에 제가 투입돼서 체감하니까 다르더라고요. 관객 분들께서는 그래도 (미소) 시원한 극장에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소)
Q. 액션 장면에서 어떻게 그렇게 몸을 잘 쓰는지?

A. (정해인 배우) 저희 작품에 나오는 모든 배우 분들이 몸을 잘 쓰세요. 영화를 보시면 아실 텐데 확실히 장윤주 선배님도 그렇고 오대환 선배님도 그렇고 다 몸을 잘 쓰시고 달리기도 잘하시고. 저는 조금 발이 빠른 편이라 찍을 때 카메라에 담기기 위해서는 조금 의도적으로 천천히 해야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인터뷰하는 정해인 배우 [사진=MBN]

액션을 잘하는 거랑 액션 연기를 잘하는 거랑 또 다른 거더라고요. 이번에 또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액션은 저만 혼자 잘한다고 가능한 것도 아니고, 합을 맞추는 춤 같은 것이기 때문에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서로 눈을 보면서 믿고 해야 돼요. 제가 액션을 잘했다기보다는 그냥 호흡이 잘 맞았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영화 '서울의 봄'에서는 만날 수 없던 황정민과의 연기는?

인터뷰하는 정해인 배우 [사진=MBN]

A. (정해인 배우) 저랑 영화 '서울의 봄'에서 대척점에 계신 분이라 얼굴을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베테랑 팀에서는 현장에서 맞춘 호흡이 되게 길었어요. 저하고 찍은 장면이 많았고 그래서 저는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신기하기도 했고요. (미소)
Q. 황정민 배우가 연기를 지도해주거나 챙겨준 것은?

A. (정해인 배우) 연기 지도라기보다는 분위기나 공기 자체를 배우가 집중할 수 있게끔 같이 도와주시는 것들이 있었어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말씀하신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집중할 수 있게끔 감독님과 함께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고요.

제가 가장 놀란 부분은 선배님(황정민 배우)의 바스트(가슴 위) 촬영이 끝나면 보통은 이 카메라를 상대를 찍기 위해서 뒤집는단 말이에요.그러면 이 카메라 뒤로 직접 가서 제 시선을 잡아주면서 본인이 연기할 때랑 똑같은 에너지로 다시 연기를 해주시는 거에요. 후배인 제게 많은 귀감이 되셨고, 제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Q. (공통) 관객들에게 마지막 말씀

A. (류승완 감독) 이번에 여러분께서 너무 많이 큰 사랑을 주셨던 베테랑 속편을 가지고 9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저희 다른 건 모르겠는데 진짜 정성껏 만들었거든요. 아주 재밌게 만들었으니까 열심히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A. (황정민 배우) 멋진 추석 보내시고 가족들하고 같이 손 잡고 각자 한번 우리 베테랑도 봐주십시오. 감사합니다.

A. (정해인 배우) '베테랑 2'가 이제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가족 분들과 좋은 시간 보내시고 좋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극장, 그리고 '베테랑 2'가 함께라면 좋겠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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