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전문 이태현 수의사의 강아지 피부질환 관리법
피부질환은 보호자들이 동물병원을 찾는 흔한 이유 중 하나다. 약을 먹어도 매번 재발하고 도통 낫지 않는 피부질환으로 고민하는 보호자들에게 피부 전문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이태현 수의사가 전하는 당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의피부과학 석사를 졸업한 이태현 라퓨클레르 동물피부클리닉 원장은 "반려견 피부질환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말한다. 사람에게 발병하는 피부질환인 아토피나 알레르기를 다루는 것과 똑같다는 설명이다. 단순한 약 처방에 그치지 않고 반려동물 전문 LDM 피부 초음파 시술을 도입한 까닭이기도 하다. 반려동물에게 피부 레이저 시술이라는 것이 생소할 수 있다. 특히 LDM은 피부 미용 기기로 널리 알려진 시술이라서 더욱 그렇다. 수의사 최초로 '키닥터’로 선정돼 LDM 장비를 반려동물 피부질환에 적용해 연구하는 이 원장은 "반려동물이 각질, 알레르기로 인한 간지러움으로 괴로워할 때 확실한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한다.
피부질환은 보호자들이 동물병원을 찾는 주된 이유 중 하나지만 여태껏 치료법은 약, 연고 등에 그쳤다. 이 원장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반려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사소한 질병이라도 더 깊이 있는 치료법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를 만나 보호자들이 걱정하는 반려동물의 피부 고민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알레르기 검사보다 중요한 '관찰’
가장 큰 이유는 알레르기입니다. 알레르기는 귓병이나 지간염처럼 다른 피부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알레르기로 간지러워서 귀를 심하게 긁다 보면 외이염이 생기기도 하고, 발이 간지러워 계속 핥는 일명 '발사탕’이 심해지면 지간염으로 발병하는 것이죠. 알레르기를 막연히 간지럼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레르기로 인해 2차적으로 나타나는 피부질환이 많습니다.
알레르기는 왜 생기나요.
알레르기는 크게 환경적인 요인과 식이적인 요인으로 발생합니다. 구체적으로 아토피성 피부염은 대개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등 환경적인 부분에 알레르기가 있을 때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식이 알레르기는 소고기, 닭고기, 고구마 등 음식에 반응하는 것을 일컫고요. 대부분 알레르기가 있는 강아지들은 무 자르듯이 어느 한 요인에만 반응하지 않고, 환경과 식이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요. 그 비중은 각각 다르지만 엄밀하게 판별할 수는 없고요. 결국 전반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때 환경을 바꾸는 데 한계를 느끼는 보호자들이 대부분이라 식이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강아지들은 대부분 알레르기를 갖고 있나요.
종에 따라 다른데 국내에서 많이 키우는 몰티즈, 비숑프리제, 푸들, 시추, 프렌치 불도그 등은 유전적으로 알레르기를 타고난 경우가 많습니다.
알레르기는 어떻게 진단할 수 있나요.
반려동물 알레르기 검사가 있지만 의존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큰 틀에서 반려동물의 경향성을 파악하고 참고할 수는 있어도 정확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보호자가 직접 증상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알레르기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부위 20곳이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위가 이에 속한다고 보면 돼요. 해당하는 부위 중 특별하게 많이 긁거나 핥는 곳이 있다면 유심히 관찰해보고 수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양제로 효과를 볼 수 있나요.
영양제가 피부 자체를 개선해주지는 않지만 면역력을 높일 수는 있습니다. 오메가3나 필수 지방산을 챙겨 먹으면 도움이 됩니다. 단, 영양제의 원료를 철저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눈이나 관절 등에 좋은 영양제라고 해서 먹었는데,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성분이 들었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죠.
영양제 먹고 피부질환이 더 심해질 수도 있나요.
그럼요. 반려견이 영양제를 잘 안 먹어서 기호성이 좋은 영양제를 고민하는 보호자들도 많습니다. 기호성이 좋은 영양제의 경우 고구마, 닭고기 등 식이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원료가 들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피부질환은 더 심각해질 수 있고요. 원료를 잘 보고 기호성에 초점을 맞춘 제품인지, 정말 영양제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를 자세히 살핀 후 구입하는 것을 권합니다.
피부질환은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요.
세균이나 곰팡이, 기생충에서 비롯한 감염성 질환은 곧바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알레르기성 질환은 강아지 스스로 제어할 수 없습니다. 환경부터 식이까지 보호자의 노력이 따라줘야 하는 영역이죠. 사람이 아토피나 알레르기가 있을 때 평생 관리해야 하는 것과 같아요. 단순히 약을 먹고 좋아지는 치료와는 차이가 있죠. 이 개념을 몰라서 일시적으로 괜찮아진 것을 완치로 받아들이고, 추후 재발됐다고 말하는 보호자들도 많아요.
잘 말리기만 해도 중간은 간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욕 후 털을 잘 말려주는 것입니다. 특히 날이 덥고 습할 때 털을 잘 안 말리면 피부 안쪽이 쉽게 꿉꿉해집니다. 세균이나 곰팡이처럼 감염성 피부질환이 생길 가능성도 높죠. 또 산책 후 발을 씻길 때, 반려견이 평소 발을 많이 빠는 편이라면 축축한 물티슈로 닦기보다는 샴푸를 사용해 씻기고 바싹 말려주는 편이 좋습니다.
평소 보호자가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몸을 심하게 긁거나 특정 부위를 과하게 핥는다면 주로 어떤 음식을 먹은 이후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게 몸에 반응을 일으키는 음식을 하나씩 배제하다 보면 증상이 완화되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강아지 피부는 털에 가려져 있습니다. 보호자가 어떻게 질환을 알아챌 수 있나요.
목욕을 하거나 빗질을 할 때 털 사이사이가 잘 보이므로 이때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균이나 곰팡이성 피부질환이 있으면 피부가 붉거나 열감이 나타나서 육안으로 바로 보여요. 혹은 냄새가 난다거나 강아지가 평소 많이 긁는 부위가 있다면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어떤 냄새일까요.
쉽게 말해 꿉꿉한 냄새입니다. 강아지 발바닥에서 흔히 나는 '꼬순내’도 사실은 효모균 곰팡이에서 비롯한 것이죠. 꼬순내가 나더라도 반려견이 심하게 가려워하거나 핥지 않는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발이 붉어진다거나 기타 증상을 보이면 진료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털 관리와 피부 건강도 연관이 있을까요.
빗질을 자주 하지 않고, 털 관리가 안 되면 통풍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목욕하고 털을 잘 안 말리면 세균이나 곰팡이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사람이 머리를 바싹 말리는 게 좋은 것처럼 강아지도 마찬가지죠.
미용과도 연관이 있나요.
미용과의 관계는 아주 밀접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미용 후 피부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간염이 있는데 클리퍼로 발바닥 털을 바짝 밀어서 자극이 될 때가 있어요. 사람이 모기 물린 부위를 계속 긁는 것처럼 강아지도 가려운 부위에 자극이 가면 더 핥게 되죠.
외이염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크게 2가지로 나뉘는데, 알레르기로 인해 생기는 외이염이 있고 목욕이나 수영하다가 귀에 물이 들어가서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귓병을 자주 앓는다면 알레르기 소인을 제대로 예방해주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생 귓병이 없었는데 갑자기 생겼다면 후자와 같은 단순 외이염일 가능성이 크고요.
외이도는 강아지 귓속의 긴 관을 뜻한다. 어둡고 따뜻한 외이도에 습기가 차면 곰팡이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 곰팡이가 번지면 강아지들이 귀를 긁기 시작하고, 피부가 부으면서 귓구멍이 더 좁아지고 상황은 악화한다. 이를 '외이염’이라고 한다. 외이염이 심해지면 중이염, 내이염으로 진행된다. 내이까지 감염되면 평형감각이나 청각을 손상해 난청을 유발할 수도 있다. 외이염이 강아지들에게 흔히 발병하는 질환이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 원장은 "외이염이 심각해지면 원래 말랑한 강아지 귀 내부 조직이 딱딱해지면서 관리가 더 어려워진다"며 "외이염이 의심되면 빠르게 진료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정에서 외이염 관리는 어떻게 할 수 있나요.
면봉보다는 귀 세정제를 활용해서 귀를 씻겨주는 편이 좋습니다. 먼저 눈으로 봤을 때, 귓구멍이 다 찰 만큼 귀 세정제를 충분히 넣어주세요. 강아지 귀 안쪽은 말랑말랑해서 마사지를 해주면 귀지 등 노폐물이 세정제와 잘 섞입니다. 그다음 강아지가 귀를 힘껏 털면 세정제를 포함해 안에 있는 분비물들이 90% 이상 배출됩니다. 이후 귀를 열어주거나 찬 바람으로 말려주면 보다 깔끔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귀 세정 주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귓병이 없다면 한두 달에 한 번 해도 됩니다. 귓병이 있다면 매일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귓병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나았다면 1~2주에 한 번도 충분합니다.
피부에 난 뾰루지가 '암’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별하나요.
강아지에게 가장 흔히 발병하는 피부 종양인 '비만세포종’은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마귀처럼 깔끔하게 볼록 나기보다는 경계도 모호하고 주변 부위에 각질이 생긴다면 악성 종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쉽게 말해 단순 종기처럼 생겼는데 지저분해 보이거나 크기가 빠르게 변한다면 조직검사를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강아지도 노령견일수록 피부 탄력이 떨어지나요.
사람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고요. 피부병이 심하면 피부가 거칠어지거나 두꺼워져서 주름지듯 피부가 처져 보일 수는 있습니다. 특히 노령견은 호르몬 질환으로 피부가 늘어지거나 탈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아지도 블랙헤드가 생긴다고요.
그럼요. 강아지도 블랙헤드가 생기는데 기본적으로는 제거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과 똑같이 블랙헤드를 빼면 뺄수록 더 생기기도 하고, 제거 과정에서 염증이 발생할 수도 있고요. 색소 침착이 거뭇하게 일어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블랙헤드나 색소 침착을 방지하고 싶다면 자외선이 심할 때 옷을 입히고 외출하는 식으로 햇빛에 덜 노출시키는 것이 방법입니다.
진드기는 보호자가 보통 육안으로 발견할 수 있을 만큼 피부에 까맣게 보입니다. 따라서 진드기 때문에 전문 병원까지 오는 일은 크게 없습니다. 다만 진드기를 뗄 때, 진드기의 이가 부러져서 피부에 박히면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떼고 나서도 소독해주고 해당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책할 때 또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더운 날 지면이 데워져 있을 때는 산책을 무리해서 하면 발바닥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지면 온도가 높을 때는 아스팔트보다는 흙에서 하는 편을 추천합니다. 한편 겨울에는 염화칼슘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아지가 핥거나 맨발에 닿아서 저온 화상을 입는 식으로요. 눈이 많이 온 날 산책하고 나면 발을 확실하게 물로 씻기는 것이 좋습니다. 강아지 발은 고랑이 있어서 노폐물이 들어가면 물티슈만으로는 다 안 닦이기 때문입니다.
발바닥 관리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특별히 관리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발을 많이 핥는다거나 건조해 보인다면 바셀린이나 보습제, 밤 등을 발라주면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건조함이 심해져서 발바닥이 갈라지면 통증을 유발할 수 있어서죠. 원래 강아지 발바닥은 말랑말랑하고 쿠션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걷거나 뛸 때 큰 충격이 없는 것인데, 만약 발바닥이 갈라져 있으면 쿠션감도 떨어지고 지면에서 오는 충격에 바로 노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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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해윤 기자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라퓨클레르
조지윤 기자 geor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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