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손준호 향한 인간적 연민과 석연찮은 해명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중국 공안에 9개월이나 구금당했던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32·수원FC)가 눈물의 기자회견을 했다.
왜 자신이 중국 공안에 잡혀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설명했다. 그 과정을 들어보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은 인간적 연민과 함께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석연찮은 해명이 공존한다.
중국축구협회는 10일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전(前)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축구협회가 FIFA에 영구 징계 내용을 전달하면 FIFA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내용 검토한 뒤 회원국에 이를 통보하게 된다. 그러면 손준호는 중국축구협회가 징계를 철회하지 않는 한 국내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
이에 손준호는 11일 경기도 수원에서 이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된 이후 올해 3월까지 9개월가량 중국 구치소에 구금됐던 손준호. 그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손준호의 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구치소는 영하 25도의 열악한 시설이었다. 죽고싶은 생각만 들때도 있었고 이빨이 부러져서 음식을 못씹는 상황도 있었다. 한국에 돌아가고, 가족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구치소를 나와서 따뜻한 물로 씻는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눈물을 흘린 손준호.
그는 두 번의 거짓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먼저 붙잡혔을 당시 혐의를 인정했다는 것. 그 이유에 대해 "혐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너의 아내도 체포돼 구치소로 데려와 같이 조사해야한다고 했다. 또한 아이는 무슨 죄가 있냐 엄마까지 잡혀오면 아이는 어떡하냐고 말했다. 그러니 빨리 인정하라고 강요했다. 저는 공안 체포 이후 가족들의 거취를 몰랐다. 더욱 더 걱정되고 가족생각이 났다.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15일이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이고 외교문제도 있기에 보석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저는 어쩔 수 없이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협박에 의한 강요를 주장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이 승부조작범으로부터 20만위안을 받았다고 인정한 이유 역시 협박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재판에 판사가 따로 불러 내려가니 판사와 고위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얘기하고 '넌 절대 나갈 수 없다. 하나라도 인정해야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인정하지 않으면 여기서 언제 나갈지 모른다고 얘기했다"며 "판사와 고위간부와 대면했고 판사는 20만위안을 받았다고 하면 석방해주겠다고 했다. 또한 한국에서 축구선수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철조망만 바라보며 하루하루 살았다. 심신이 지쳤다. 하루라도 빨리 탈출하고 싶었다. 한국 땅을 밟고 싶었고 누구라도 제 상황이라면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20만위안을 받았다고 인정한 이유를 밝혔다.
손준호의 말을 들어보면 태어나서 처음 겪는 상황.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가족을 이용한 협박, 9개월이나 열악한 시설 속에 두며 정신을 지치게 만들어 어떻게든 자신들이 원하는 답변을 듣고만 마는 강압은 겪어보지 않는 사람이 가늠키 어려운 힘듦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적인 연민이 드는 것과는 별개로 석연찮은 점도 있다. 왜 자신이 승부조작범으로 지목된 팀동료 진징다오에게 20만위안을 받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은 것. 물론 손준호는 조선족인 진징다오가 한국어를 할줄알고 친하게 지내 가족 선물도 하고 서로 돈도 빌리고 갚는 등 금전거래를 했다고 설명했다.
너무 서로 선물과 돈을 주고 받은적이 많아 왜 1월 상하이 상강과의 경기 5~6일 후에 20만위안을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손준호. 하지만 한국돈 약 3800만원의 돈을 받고도 왜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은 의구심을 자아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오직 손준호의 '말' 외에 어떤 자료도 공개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나온 판결문이나 시간 순서를 명확히 증명해놓은 자료 등 어떤 것도 없이 오직 손준호의 말과 눈물에만 의존하다보니 무조건 '승부조작을 안했다'는 손준호를 인간적으로 안타깝게 여기는 것과 별개로 석연찮음을 해소할 수 없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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