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자컵 결산 – 외국팀 1편] '박신자컵' 수준을 끌어 올린, 충격적이었던 '후지쯔'

김우석 2024. 9. 1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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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쯔는 ‘넘사벽’이었다.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8일까지 충청남도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진행되었던 제10회 우리은행 박신자컵이 막을 내렸다. 총 10개 팀이 참가 9일 동안 상금 3,000만원을 놓고 쟁탈전을 벌였다.

최종 승자는 일본 후지쯔였다. 지난 시즌 WJBL 챔피언에 올랐던 후지쯔는 캐나다 출신 버크 토즈 감독을 필두로 조슈아(24, 190cm, 센터)와 WNBA에 다녀온 마치다 루이(31, 162cm, 가드)에 더해진 미야자와 유키(31, 177cm, 파워포워드)로 짜여진 삼각 편대를 중심으로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들의 여정을 둘러 보았다.

예선 첫 경기였던 인천 신한은행 전부터 극강의 모습을 보인 후지쯔는 4전 전승으로 예선을 통과한 후 4강 전에서 부산 BNK 썸을 완파한 후 하루 뒤 열린 결승전에서도 디펜딩 챔피언 도요타를 완벽하게 꺾으며 전승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신한은행 전이 끝난 후 기자단과 WKBL 소속 팀들은 후지쯔 경기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가장 먼저, 후지쯔 경기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조직력이었다.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모두 톱니바퀴처럼 움직였다.

온 볼 플레이어와 오프 더볼 무브에 이은 위치 선정에 더해진 패스 흐름이 매우 적절했다. 어렵지 않게 외곽에서 오픈 찬스를 만들었고, 슛을 던지는 선수는 침착함이 가미된 정확한 3점슛으로 상대 수비를 해체했다.

트랜지션 오펜스 완성도 역시 높았다. 높이에서 강점이 있는 두 선수는 수비 리바운드 후 빠르게 가드 플레이어에게 볼은 전달했고, 드리블과 패스를 섞어 효과적인 속공과 얼리 오펜스를 만들었다. 위에 언급한 코트 밸런스가 더해지며 계속 득점을 쌓아갔다.

이번 대회 참가 10개 팀 중 최고 수준의 공격 전개 능력을 선보인 후지쯔였다. 상대의 빈틈을 확실히 공략하는 벤치의 작전도 가미된 조직력이었다. 한 때는 가드 진 5명을 기용하는 변칙을 가동할 정도였다.

수비력 역시 탄탄했다. 맨투맨을 기반으로 제한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세밀한 스위치 디펜스를 통해 상대 공격에 어려움을 선사했다. 후지쯔를 상대한 팀 중에 BNK와 도요타를 제외하곤 어느 팀도 쉽게 후지쯔 수비를 해체하지 못했다.

위에 언급한 두 팀 역시 후반에 보여진 체력 열세로 인해 대패를 피하지 못했다.

대회 1차전에서 인천 신한은행을 76-55로 완파한 후지쯔는 2차전인 하나은행 전도 68-51, 17점차 승리로 마무리했다. 3차전 상대는 대만 케세이라이프. 결과는 82-51, 무려 31점차 승리였다. 앞선 두 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과 적응 그리고 조직력을 끌어 올린 결과였다.  

마지막 상대는 삼성생명이었다. 역시 상대가 될 수 없었다. 97점을 퍼부으며 70점을 허용했다. 이 역시 27점차 대승이었다. 그리고 예선 전적 4전 전승과 함께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 BNK와 4강전을 치렀다.

전반전 BNK 상승세에 접전을 허용했다. 3쿼터 중반으로 접어들어 후지쯔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과는 82-70, 12점차 승리였다. 대망의 결승전, 상대는 같은 일본의 도요타였다. BNK 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강했다. 최종 결과는 76-55, 21점차 낙승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후지쯔를 넘어설 팀은 없었다.

예선 기간 중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40점차로 패하더라도 한번 해보고 싶다. 큰 공부가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남겼을 정도다. 만약 지난 시즌 우승 멤버가 존재한다면 ‘승부’를 외쳤을 위 감독이었지만, 많은 얼굴이 바뀐데다, 후지쯔가 예선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박신자컵을 기준으로 그만큼 극강이었기 때문이다.

후지쯔 기록을 살펴보자. 리바운드와 스틸을 모든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평균 80점을 넘긴 유일한 팀이었고, 2점슛 성공률 47.57%, 3점슛 성공률 37.5%를 기록했다. 3점슛은 놀라움이 느껴지는 평균이다. 리바운드 44.5개를 걷어냈다. 48.25개를 만든 히타치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어시스트 24.17개로 1위를 차지했고, 타 팀에 비해 넘사벽 숫자였다.

스틸은 히타치(5.75개)에 0.25개 앞선 6개를 기록했다. 의아했다. 바꿔 생각해보면 스틸을 기록할 상황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개개인의 준수한 능력에 더해진 조직력과 호흡 그리고 이타심과 침착함 등 최고의 경기력을 남길 수 있는 모든 것을 경기에 풀어내며 우승과 함께 박신자컵을 지켜본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렇게 후지쯔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국제대회 승격한 두번째 박신자컵 주인공이 되었다.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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