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복귀? 누구 맘대로…” 한물간 대스타와 초짜 감독의 신경전?
[OSEN=백종인 객원기자] 30대로 접어든 팀의 간판스타와 신임 감독. 마치 아침 드라마에 등장하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관계와 비슷하다. 미묘한 갈등의 단골 소재다.
정규 시즌 막판을 치닫는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도 그런 스토리가 등장한다.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가 있다.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33)다. 메이저리그(2014~2020 뉴욕 양키스)까지 거친 레전드급 현역이다.
친정 팀 복귀 4년째. 그의 1군 복귀가 삐걱거리고 있다. 감독의 생각과 엇박자를 보인다는 관측 탓이다.
지난 4일이다. 다나카의 이스턴리그(2군) 등판이 있었다. 아웃 카운트 17개(5.2이닝)를 잡았다. 2실점으로 괜찮았다. 성적보다 의미 있는 숫자도 얻었다. 투구수 100개를 넘긴 것이다. 작년 10월 팔꿈치 수술 이후 가장 많이 던진 셈이다.
이윽고 자신만만한 표정이 됐다. 게임 후에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제 재활 등판은 없지 않을까 한다.” 당연히 1군 복귀를 염두에 둔 말이다. 그 얘기에 1군 투수코치(아오야마 코지)도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긍정이다.
하지만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다. 최종 결재 라인에서 급브레이크가 걸린다. 이마에 도시아키(41) 감독이 거부권(?)을 행사한다. 그는 올해 부임한 초짜다. 현직 중에는 리그 최연소 사령탑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없다. 거두절미하고 날짜 하나를 언급한다. “13일 등판을 더 보겠다. 그리고 정밀하게 검토해서 판단하겠다.” 그러니까 2군에서 한 번 더 던지라는 말이다. 즉, 당장 1군에 올리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다나카 마사히로가 누군가. 구단 최고의 스타다. 살아있는 레전드다. 아니, 그 이상이다. 거의 신(神)과 같은 존재다. 창단 처음이자, 유일한 우승을 그의 어깨로 이뤘다. 그해(2013년) 24연승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에이스 중의 에이스다.
연고지(도호쿠)에 대지진의 상처가 남아있던 시기다. 많은 이재민이 임시 거처에서 일본시리즈를 지켜봤다. 6차전 투구수가 160개(4실점 완투패)나 됐다. 그러나 다음날 7차전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3-0 승리를 지키기 위해 등판을 강행한 것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이었다. 결국 15개를 던지며(세이브) 우승을 완성시켰다. 상대 팀조차(요미우리) 숙연해진 순간이다. 홈구장의 팬만이 아니다. 가건물에서, 컨테이너에서, 숨죽이던 이재민들도 왈칵 눈물을 쏟았다. 그런 감격을 안겨준 영웅이다.
하지만 시간이 꽤 지났다. ‘마쿤’(다나카 마사히로의 애칭)도 이제 30대 중반이 됐다. 지난 겨울 팔꿈치 통증과 염증을 없애는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긴 재활의 시간을 거쳤다. 8월부터 2군에서 실전 감각을 회복했다.
그리고 이제 때가 왔다. 그냥 복귀가 아니다. 메이저 78승, 일본 119승, 합해서 197승을 기록 중이다. 3승을 보태면 통산 200승을 채운다. 그 위대한 여정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선수단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구단 마케팅과 홍보 파트까지 총동원된다. 모두가 기다리던 컴백 아닌가. 대대적인 이벤트가 계획된다. 하지만 모든 게 멈췄다. 감독의 ‘일단 보류’ 사인에 작전은 전면 중단됐다.
물음표가 수십 개는 생긴다. 도대체 이마에 감독은 왜 그랬을까.
여러 추측이 있다. 우선은 시국의 엄중함이다. 라쿠텐은 현재 PS 진출에 불리한 처지다. 3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2~3게임 차이로 4위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남은 경기에 전력을 풀 가동해야 한다. 이제 재활을 끝낸 투수에게 맡기기는 위험 부담이 크다.
그러나 뜻밖의 해석도 나온다. 현대비즈니스라는 매체의 11일 보도다. 기사 제목부터 묘하다. ‘1군 승격 보류, 다나카 마사히로가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이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담당 기자의 해설이다.
바로 글 앞 부분에 서술했던 부분이다. 지난 4일 2군 등판이 끝난 후의 본인의 코멘트다. “이제 재활 등판은 없지 않을까 한다.” 1군 복귀를 의미하는 얘기다.
이건 선수가 할 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감독이나 코칭스태프가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1군 투수코치(아오야마)가 수긍했다’는 얘기? 그건 온도 차이다. 그 코치는 라쿠텐의 원 클럽 맨이다. 다나카가 이 구단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인물인지 잘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마에 감독은 다르다. 그는 지바 롯데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이 팀에서는 현역 말년에 잠시(4년) 머물렀다. 다나카와 함께 뛴 적도 없다. 게다가 부임 첫해다. 흔히 말하는 ‘한물간 대스타와 초짜 감독’의 팽팽한 긴장감이 상상되는 상황이다.
왠지 낯설지 않다. 어쩌면 KBO리그에서도 간혹 있었던 것 같고, 앞으로 있을 것 같은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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