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축구 계속할 것… FIFA·협회·K리그 모두 별말 없어"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승부 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받아 선수 생활을 마감할 위기에 놓인 손준호(32·수원FC)가 계속 축구 선수로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손준호는 11일 오후 경기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손준호 측의 결백 주장을 인정하면 중국에서의 일은 없던 걸로 하고, 계속 축구 선수로 활동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네. 현재까지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중국축구협회는 전날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전(前)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축구협회가 FIFA에 영구 제명 징계 내용을 통보하고, FIFA가 징계위원회를 열어 검토한 뒤 각 회원국에 해당 선수의 징계 내용을 전달하면 손준호는 어느 국가에서도 축구선수로 뛸 수 없게 됩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손준호가 현재 수원FC 소속으로 K리그 경기를 소화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에이전트는 "현재 나온 건 아무것도 없다. 팩트만 말하자면 중국 공안의 조사가 있었고, 검찰 수사와 재판을 거쳐 중국축구협회의 징계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FIFA와 대한축구협회의 징계가 나오지 않는 이상 먼저 섣불리 움직일 이유는 없다"며 "FIFA가 중국 측 손을 든다면 변호사를 선임해 추가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손준호 역시 "FIFA든, 대한축구협회든, 한국프로축구연맹이든 어떤 메시지도 구단에 전달된 게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K리그 출전과 관련한 제약을 들은 바 없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손준호는 중국에서 금품수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지난 3월 석방된 후 국내 무대 복귀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습니다.
손준호는 중국에서 재판을 앞둔 시점, 담당 판사가 20만 위안(약 3천700만 원)을 (팀 동료였던 진징다오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수일 내로 석방하고, 한국에서도 축구 선수 경력을 이어 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거래를 제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내 및 변호사와 상의한 손준호는 20만 위안을 이체받은 거래 내역 자체는 존재하는 만큼, 재판에서 '20만 위안을 받았다'는 내용의 금품 수수 혐의를 인정하고 한국에 하루빨리 돌아오는 길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손준호는 "당시 금품 수수 혐의만 인정했다. 그쪽에서 중국에서만 축구를 못할 뿐, 한국에서는 할 수 있다고 분명히 얘기했다"며 "승부조작은 단 한 번도 인정한 적 없다. K리그에서 승부조작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축구선수에게 승부조작이 얼마나 치명적인 일인지도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손준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20만 위안을 받은 이유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승부조작 혐의에 대해 눈물로 결백을 호소했습니다.
지난 3월 귀국한 손준호는 4월 대한축구협회 통합전산시스템에 K5리그 건륭FC 선수로 등재됐습니다.
손준호의 신분을 검토한 대한축구협회가 '문제 없다'고 공식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중국축구협회도 손준호에 대한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한 걸로 파악됩니다.
손준호는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중국축구협회에 ITC를 신청했고, 예상외로 빠르게 발급됐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친정인 전북 현대와 함께 훈련하며 K리그1 복귀에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최종 협상 단계에서 결렬됐습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당시 전북에서 제시한 계약 문구가 있었다. 이에 대해 우리 측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니 리스크가 있다고 했고, 수용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전북에 죄송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문구 내용을 마음대로 오픈할 수는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에이전트는 "전북과의 협상 테이블을 나쁘게 나온 건 아니다. 좋은 관계다. 언제든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마지막 협상 단계에서의 결렬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손준호 측은 최순호 수원FC 단장에게 입단 여부를 타진했습니다.
손준호의 에이전트는 "최순호 단장께서 큰 리스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최 단장의 말을 빌리자면, 손준호 같은 선수는 대한민국 축구에서 도와줘야 한다고 하셨다. (최 단장이) 내가 품어야겠다며 (구단으로) 데리고 와도 된다고 하셔서 빠르게 진행됐다"고 지난 6월에 있었던 수원FC 입단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전날 중국축구협회의 영구 제명 징계 발표 후 손준호 측은 최 단장을 비롯한 구단 프런트와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간담회 이후에도 수원FC 구단 측과 계속 대화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고, 이후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의 혐의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로 알려졌는데, 이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자신의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됩니다.
손준호는 승부 조작 가담이나 산둥 이적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해왔습니다.
약 10개월 동안 구금된 끝에 지난 3월 석방된 손준호는 6월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K리그1 무대에 복귀해 팀의 핵심 자원으로 활약해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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