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 부전여전…영원무역 후계자 성래은, 홀딩스 주식 딱 ‘1억’ 들인 이유

신성우 2024. 9. 12.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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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진단] 영원무역⑧
홀딩스 0.03%, ㈜영원무역 0.02%가 지분 전부
‘옥상옥’ YMSA 2020년 이후 ‘핏줄 경영’ 전환
성기학 YMSA 50.1% 증여 ‘한 방’ 승계 마침표

성기학(7.75%)→㈜영원무역(51%)→영원아웃도어(1999년 말) vs 성기학(100%)→와이엠에스에이(29.09%, 직접소유 16.77%)→영원무역홀딩스(50.52%․59.3%)→㈜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2022년 말) 

패션·유통그룹 영원무역 성기학(77) 창업주의 2000년~2013년에 걸친 지배기반 조성 작업의 결과물이다. 양대 사업 중추 아웃도어․스포츠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칙방식) ㈜영원무역과 미국 아웃도어 ‘노스페이스’ 한국총판 영원아웃도어를 지배하는 지주사 위에, 또 다른 ‘옥상옥’ 체제는 그만큼 강력한 오너십을 유지하는 데 위력을 떨쳤다.  

이런 연유로 2대 세습 또한 문제없었다. YMSA 지분을 물려주는 것만으로도 대(代)물림을 매듭지을 수 있어서다. 세 딸 중 차녀이자 후계자인 성래은(46) 영원무역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지배기반을 닦는데 거의 손 놓고 있었던 것도 이런 나름의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

닮은 꼴…홀딩스 주식에 공력 안들인 父女

YMSA가 2000년 초부터 홀딩스 주주로 등장한 뒤 현 29.09%의 지분을 확보하는 동안 정작 오너인 성 회장은 7.75%→16.77% 늘리는 데 그쳤다. 직접 투입자금 역시 YMSA(425억원)의 40분의 1도 안되는 2002년 3월~2003년 5월 주식 장내매입 당시 10억원이 전부다. 되레 2017년 3월 13억원어치를 팔아치우기도 했다.

닮았다. 성 부회장 역시 홀딩스 지분에는 거의 아무런 공력도 들이지 않았다. 38살 때인 2016년 3월 부친으로부터 홀딩스 대표 자리를 물려받아 후계자로 낙점 받은 뒤로도 마찬가지다. 

성 부회장이 홀딩스 주주로 등장한 때는 2009년 6월이다. 홀딩스의 전신인 모태기업 옛 ㈜영원무역 당시 상여금으로 1억원 남짓의 자사주 1만2000주를 받은 데서 비롯됐다.  

2009년 7월 지주 체제 전환을 위해 ㈜영원무역을 0.2대 0.8 인적분할을 통해 홀딩스(존속)와 ㈜영원무역(신설)으로 쪼개자 성 부회장 주식도 2400주, 9600주로 나눠졌다. 이어 2021년 5~8월 장내에서 홀딩스 1600주 7600만원어치를 매입했다. 딱 여기까지다. 이에 따라 현재 지분이랄 것도 없는 홀딩스 0.03%, ㈜영원무역 0.02%를 소유 중이다.  

바꿔 말하면 성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근간인 홀딩스 체제에 대한 2세 지배기반에 사실상 손을 쓰지 않았던 것은 결국 대물림의 수단으로 오로지 최상위 지주사격인 YMSA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를 원활히 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징후들도 더러 있었던 게 사실이다. 

YMSA, 영원무역홀딩스 이사진

YMSA 이사회, 오너 父女와 조카 딱 3명 

성 창업주는 1998년 12월 YMSA의 사내 등기임원직을 유지한 채 대표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 이후 YMSA는 오랜 기간 윤수한→한광희 대표로 이어지는 전문경영인 대표 체제로 운영돼 왔다. 

2015년 3월 다시 성 회장이 공동대표로 복귀했다. 2013년 16.17% 1대주주로 있던 일종의 친족사 YMSA를 1인 회사로 만든지 2년쯤 뒤로, 2016년 3월 성 부회장에게 홀딩스 대표 자리를 넘겨주기 1년 전이다. 2020년 3월에 가서는 단독대표를 맡았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전문경영인의 퇴진이 YMSA가 유일주주 성 창업주의 직접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완전한 ‘핏줄 경영’ 체제로 재편됐다. YMSA 현 이사진이 3명으로 모두 성 회장과 일가로만 짜여 있는 이유다.  

우선 성 창업주 외의 이사회 멤버가 2014년 3월 합류한 성 부회장이다. 나머지 한 명도 친족이다. 2009년 3월 선임된 조재영(43) 현 홀딩스 전무다. 성 회장의 조카다. 대구한의대 정보수학과 출신으로 성 부회장보다 3살 아래지만 이사회에는 5년 앞서 진입한 점에서 보면, 성 회장이 꽤 중용하는 친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맞춰 YMSA가 친족경영 체제로 전환한 뒤 성 회장의 후속 행보는 일사천리였다. 이듬해인 2021년 3월 성 부회장을 YMSA 대표로 앉혔다. 또한 조 전무를 홀딩스 이사회에 포진시킨 것도 이 때다. 현 3명의 홀딩스 사내이사진(사외 2명)의 중 한 명이다.

결국 2020년~2021년 당시에 지배구조의 핵심 YMSA와 홀딩스가 모두 성 부회장과 조 전무간 사촌끼리 호흡을 맞추는 친족 경영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는 얘기가 된다. 이어 정확히 2년 뒤 최 회장은 YMSA 지분 증여를 통해 2세 대물림을 사실상 매듭지었다.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창업주 지배구조 변화(2000~2023년 3월)

일사천리…YMSA에 815억 빌려 증여세 완납

작년 3월, 성 창업주가 YMSA 지분 100% 중 과반 50.1%를 성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세 딸 중 차녀로 후계구도를 확실히 못박았다. 성 부회장(50.1%)은 단숨에 YMSA(29.09%)→영원무역홀딩스(50.52%․59.3%)→㈜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로 이어지는 계열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했다. 

성 부회장에게는 거액의 증여세가 뒤따랐지만 이 역시 재원은 걱정할 게 못됐다. YMSA가 비상장사인 까닭에 세액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성 부회장은 작년 5월 YMSA로부터 장기자금 815억원을 빌렸다. 오너 부녀와 조카 등 모두 ‘한 핏줄’로 구성된 이사회가 이를 승인했음을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게다가 YMSA의 대여금 대부분이 ㈜영원무역으로부터 나왔다. YMSA가 이 시기 대구광역시 수성구 만촌동 소재 지하 5층~지상 20층짜리 YMSA빌딩(현 영원무역 대구빌딩)을 ㈜영원무역 587억원에 매각했던 것. 아울러 ㈜영원무역으로서는 ‘되샀다’고 하는 게 맞다.

YMSA빌딩은 원래 ㈜영원무역이 2012년 9월 토지(1327.3㎡) 및 3층짜리 건물을 YMSA에 60억원에 매각한 뒤 YMSA가 2018년 증축한 건물이다. 

영원무역 측은 YMSA와 영원무역간 내부 ‘딜’에 대해 각각 독립 외부 회계법인 및 법무법인 자문을 통해 복수의 감정평가법인 평균가격으로 양사가 협의해 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출 또한 국세청 고시 이자율 적용, 충분한 담보 확보 등을 통해 적정하게 이사회 승인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성 부회장이 증여받은 YMSA를 비롯해 비록 얼마 안되지만 영원무역홀딩스, ㈜영원무역 주식을 담보로 내놓은 것은 이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개인 아파트도 잡혔다. 성 부회장은 2013년 6월 서울 중구 소공로 주상복합 아파트 남산롯데캐슬아이리스 211.33㎡(건물면적․63.93평) 한 채를 19억원가량에 매입한 바 있다. 2020년 11월 입주했다. 이 아파트는 작년 6월부터 YMSA가 채권최고액 25억원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한 상태다. 

흔히 거액의 증여세가 부담스러우면 쪼개서 낸다. 상속·증여세가 2000만원이 넘을 경우 최장 5년(상속세 10년)간 나눠 낼 수 있는 연부연납제도다. 성 부회장은 연부연납을 활용하지 않았다. YMSA의 차입금을 가지고 작년 6월말 신고․납부기한에 한 번에 완납, 증여세를 말끔히 해결했다. (▶ [거버넌스워치] 영원무역 ⑨편으로 계속)

대구광역시 수성구 만촌동 소재 YMSA빌딩(현 영원무역대구빌딩). 원래는 ㈜영원무역 소유였지만 2012년 9월 YMSA가 사들인 뒤 2016년부터 기존 건물을 허물고 사옥을 중축, 2018년 말 완공했다. YMSA는 작년 5월 다시 ㈜영원무역에 587억원에 되팔아 성래은(46) 영원무역그룹 부회장에게 증여세 재원을 대줬다. /네이버 지도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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