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모차', 내 댕댕이에게 좋을까? [올댓체크]

윤혜주 2024. 9. 12. 07: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개모차'. 유모차에서 젖을 먹이다라는 뜻인 '유'라는 글자 대신 '개'를 넣어 만들어진 단어로 이른바 반려견 전용 유모차입니다.

자료영상

현지 시간으로 지난 8일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개모차' 판매량이 2019년 대비 4배로 증가했다는 국내의 한 오픈마켓 조사를 인용하며, 처음으로 개모차 판매량이 유모차를 추월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을 보이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꼬집었는데요.

사진 = WSJ 캡처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댓글엔 "지나가는 유모차의 70%는 정말 개가 타고 있더라", "공원 가봐라. 유모차는 없고 다 개모차더라. 깜짝 놀란다", "아기보다 강아지 유모차가 많다"며 자신의 실제 목격담이 쏟아졌습니다.

"쇼핑몰 엘리베이터에 유모차가 타길래 자리를 비켜줬더니 내릴때보니 '개모차'였다"는 얘기도 다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개가 타고 있었다는 경험담이 많을 만큼 '개모차'가 더 이상 낯선 현상이 아니란 거죠.

"외신에도 소개되니 부끄럽다", "요즘 애는 안 낳고 개만 안고 다니더라"며 출산율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더러 있었습니다.

사진 = 기사 댓글 캡처

가장 눈에 띄는 건 '개모차'가 개에게 좋냐는 궁금증 섞인 댓글들이었습니다.

"개를 개모차에 태우고 다니면 그 개는 운동부족이다", "개에게 가장 좋고 유익한 활동이 산책하면서 냄새를 맡게 해주는 거 아니냐", "걷고 뛸 수 있는 아이를 강제로 유모차에 태우는 것과 같다", "개는 운동이 필요하지, 개모차가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저게 강아지를 위하는 건지, 학대하는 건지. 강아지들이 잠깐 나왔을 때만이라도 걷게 해줘야지, 그마저도 못 걷게 하는 건 학대 아니냐"는 반응입니다.

자료영상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개모차 사용이 개들의 본능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지적합니다.

박다예 수의사는 "개들은 후각으로 세상을 인지하는데, 산책할 때 다양한 냄새를 맡는 등 본능적인 자연스러운 활동을 한다"며 "이 때문에 유모차 사용은 행동학적으로 개들의 본능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혜원 한국동물복지연구소 수의학 박사도 "유모차에 태워서 산책하기 보단 스스로 걷고 냄새도 맡고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개들에게 복지란 단순히 먹고, 마시고, 자는 게 충족되어서 가능한 게 아니라 운동량이나 사회적 교류도 충족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박사는 "그런데 유모차를 사용하면 그게 안 되는 것"이라며 "개들이 산책했을 때와 안했을 때 근육량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특히 "다른 개들의 마킹을 냄새 맡고 자기도 거기에다 본인 명함도 뿌리고 해야하는 건데 (개모차를 사용하면) 이런 걸 전혀 못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개들에겐 '마킹'이라는 습성이 있는데, 나의 냄새를 남겨서 다른 개들한테 내 존재를 알리고, 다른 개들이 남긴 냄새를 맡고 '아 이런 개가 지나갔구나' 등을 인지한다는 거죠. 한 마디로 개들의 사회적 행동이라는 겁니다.

자료영상

다만, '개모차'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박 수의사는 "예컨대 심혈관 질환이나 정형외과 질환, 신경계 질환이 있다면 외출할 때 유모차 이용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라며 "심장병 있는 개가 산책할 때 뛰거나 흥분하면 '안돼!'라고 얘기했을 때 개가 산책과 심장병을 연결지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마디로 반려견에게 운동 제한이 필요한 질환이 있다면 바깥 공기를 쐬어주면서도 건강을 위해 가만히 있게 해주는 장치, 그러니까 '개모차'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 박사도 "노견, 슬개골 수술을 받아서 재활 중인 개들이나 격하게 움직이는 개들에게는 유모차가 필요하다"며 "반려견의 몸 상태에 따라 유모차를 태울지 말지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박 수의사는 "질환이 있는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들에게 운동 제한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산책을 아예 하지 않으면서 내 반려견이 너무 우울해 한다는 죄책감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노령견, 아픈 개도 버리지 않고 잘 반려하는 문화가 조금씩 쌓였기 때문에 유모차 판매가 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본다"고 말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MB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