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칼럼] "추석, 아프지 마세요!"

김재근 선임기자 2024. 9.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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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이 추석에 출산을 하는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나 저나 코 앞으로 다가온 추석 명절이 걱정이다.

어떤 부모는 멀리 사는 자녀들에게 "올 추석에는 찾아오지 말라!"고 연락한다고 한다.

경제도 안 좋은데 아픈 것까지 걱정해야 되다니. 지인의 인사말이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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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7개월째… 현장 마비
반대하면 모두 적? 소통도 중단
국민고통 임계점, 레임덕 전조
김재근 선임기자

"큰 딸이 추석에 출산을 하는데 걱정이 태산입니다."

엊그제 지인에게 들은 말이다. 길거리에서 애를 낳으면 어쩌냐는 것이었다. 실제 그런 일도 일어났다. 지난달 충남 서산의 한 산모가 구급차 안에서 출산을 했다. 병원 4곳을 물색했으나 분만담당 의사가 없어 멀리 떨어진 수원의 종합병원으로 가던 중 애를 낳은 것이다.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에서 비롯된 의료대란이 반년을 넘어 7개월째로 들어섰다.

현장에서는 의료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응급실 운영에 파행이 빚어지고 상급종합병원에서는 급한 환자도 수술을 못한다.

전국적으로 2-6월 암 수술 건수가 작년보다 1만1100여 명(16.3%)이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환자가 감소한 게 아니라 의사가 없어 상급병원에서 수술을 못했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는 공사장에서 추락한 70대가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했다. 수술할 곳을 알아보다 사고 발생 4시간여 만에 숨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인식과 처방은 답답하고, 한심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의료 현장을 가 봐라.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말한 데서 보듯 현장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추석을 앞두고 응급실에 군의관과 공보의를 파견하고, 대통령실 참모진을 현장에 보내 애로사항을 듣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의정 갈등이 왜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

특이하게도 윤석열 정부는 내 편이 아니면 모두 남이나 적으로 여긴다. 수개월째 의료계에 통일된 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며 소통을 중단하고 있다. 치료를 못 받아 고통에 신음하는 국민은 내가 알 바 없는 '남', 정부를 거스르는 의료계는 '적'인 것이다.

의료계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갈등의 첨병에 선 집단도 있다. 2000명을 고수하겠다며 전투 의지를 불사르는 것이다. 의료대란과 무관하게 '호사'를 누리는 기득권층도 있다. 전화 한 번으로 치료와 수술을 척척 받는 것이다. 얼마 전 인요한 국회의원의 문자 메시지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이런 기득권층과 대통령의 심기를 충실하게 받드는 그룹은 '친구'이고 '내 편'인 것이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20%대에 불과하다. 내 편만 보고 국정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국민들이 의료대란을 겪으며 불통과 독선의 폐해를 절감하고 있다. 그로 인한 고통이 바로 내게 와 있음을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 편만 챙기는 것은 위험과 고립을 자초하는 행위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반대자나 야당과도 소통하며 국정을 수행하는 게 당연하다. 야당 모임이 아닌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11월이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게 된다. 경제난에 친일시비, 의정대란이 겹치면서 지지도가 20%대로 급락했다. 특히 의정 갈등과 관련 국민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여권에서도 대통령실의 불통을 비판하고 보건복지부 장차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의정갈등이 레임 덕의 단초가 되는 분위기이다.

순자의 말처럼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기도 한다. 작금 민심의 바다에 분노의 파도가 일기 시작했다. 밉든 싫든 의료계도 국민의 일부이고 대화의 대상이다. 정부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의정갈등을 조속히 풀어야 할 것이다.

그나 저나 코 앞으로 다가온 추석 명절이 걱정이다. 어떤 부모는 멀리 사는 자녀들에게 "올 추석에는 찾아오지 말라!"고 연락한다고 한다. 행여 교통사고라도 나면 치료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서민에게 올 추석은 근심거리가 한결 많은 듯하다. 경제도 안 좋은데 아픈 것까지 걱정해야 되다니…. 지인의 인사말이 귓전에 맴돈다.

"올 추석, 아프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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