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송곳으로 찔러도 끄떡없다"…전기차 왕좌 비야디 자신감

정은지 특파원 2024. 9.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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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배터리 만들던 비야디, 본사선 배터리 '송곳' 실험 진행
프리미엄 브랜드 U8엔 360도 회전 등 신기술 대거 적용
중국 광둥성 선전시 소재 비야디 본사. ⓒ News1 정은지 특파원

(선전(광둥)=뉴스1) 정은지 특파원 = 뾰족한 바늘이 유리실에 전시된 네모난 삼원계(NCM) 배터리를 찌르자 순식간에 붉은 불길이 타올랐다. 같은 시각, 동일한 모양의 송곳이 바로 옆 비야디의 길쭉한 모양의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관통했으나 아무런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다. 비야디는 본사 전시관에서 이 같은 실험을 약 30분에 한 번씩 진행한다.

최근 중국 광둥성 선전에 위치한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 본사를 방문했다. 공장을 포함해 전 세계 비야디 직원 약 22만 명 중 약 5만 명 정도가 근무하는 본사 입구는 이른 아침임에도 회사를 방문하고자 하는 외부인들로 크게 붐볐다.

비야디 본사 전시관에서 삼원계 배터리와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바늘로 찌르는 비교 실험을 하고 있다. ⓒ News1 정은지 특파원

회사 관계자는 "하루에 많게는 천 명이 넘는 방문객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금은 전기차 브랜드로 더 유명한 비야디의 시작은 자동차가 아닌 배터리다. 왕촨푸 회장은 지난 1995년 2월 휴대전화용 배터리 제조를 위해 비야디를 설립했다. 휴대전화용 배터리를 제조하면서 기술을 축적한 비야디는 2000년에는 중국 최초로 모토로라에, 2002년엔 노키아에 리튬 배터리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배터리 사업자로 입지를 굳히고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등 '승승장구'하던 비야디는 2002년 전기 자동차 사업 진출을 선언한다. 배터리와의 시너지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때는 중국이 전기차는커녕 내연기관차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던 때로 비야디는 부품 공급업체를 찾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비야디가 2005년 처음 출시한 차량 F3는 도요타의 크라운을 베꼈다는 비판 속에서도 처음으로 1만 대의 판매량을 돌파한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됐다. 비야디는 2008년 F3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은 품질 이슈를 야기했고 판매량 급감을 초래했다. 중국 당국이 전기차와 같은 신에너지 차량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시행했지만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진 않았다.

비야디 본사에 전시된 삼원계 배터리와 블레이드 배터리 ⓒ News1 정은지 특파원

이 기간 비야디는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에 매진한 했고, 2020년 LFP(리튬인산철) 블레이드 배터리를 처음 양산했다. LFP 배터리는 철을 기반으로 해 공급이 안정적이라 삼원계 배터리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고 열화 현상이 적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고 주행 거리가 짧다는 것이 단점이다.

칼날처럼 길쭉하게 생긴 블레이드 배터리는 송곳으로 찔러도 불이 나지 않는 내구성이 장점이다. 본사 전시관에서 바늘로 찌르는 시험을 하는 것 역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배터리부터 시작해 중국 최고의 전기차 브랜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비야디는 알앤디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올 상반기 기준 비야디의 알앤디 투자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41.82% 증가한 196억 2100만 위안이다. 이는 상하이자동차(76억 7500만 위안), 창청자동차(41억 8500만 위안)를 크게 상회한다.

비야디 관계자는 "비야디의 11개 연구센터 소속 연구원을 모두 합치면 10만명이 넘는 연구개발 인력이 있다"며 "전 세계에 출원한 특허 수는 누적으로 4만 8000개"라고 전했다. 비야디는 전시관 한쪽 면을 특허 증서로 가득 채웠다.

중국 내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비야디의 자동차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비야디는 지난 8월에만 37만 3083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총 232만 8449대에 달한다.

2022년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비야디는 지난해 프리미엄 브랜드인 양왕과 팡청바오를 각각 론칭했다. 보급형 차량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그중에서도 양왕의 U8은 벤츠의 G바겐,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를 겨냥한 SUV다. 지난해 처음 출시된 U8의 가격은 무려 109만 8000위안(약 2억 6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실제 비야디 본사에서 탑승해 본 U8은 비야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였다.

고급스러운 가죽 시트가 적용된 뒷좌석에 앉자마자 큰 화면의 모니터가 눈앞에 들어왔고, 좌석에 설치된 안마기가 작동했다.

U8의 가장 큰 특징은 비야디가 자체 개발한 플랫폼 이쓰팡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비야디의 핵심 기플랫폼인 이쓰팡은 4 4개 모터의 독립적 구동을 핵심으로 움직임 감지, 제어, 실행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움직임 감지의 경우 카메라, 라이다, 스마트 주행 데이터와 결합해 자동차가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데이터 기반을 제공한다. 엔비디아와 함께 개발한 칩이 적용됐으며 비야디 자체 부품 사용 비중은 70%가량 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360도 회전중인 비야디 양왕의 U8. ⓒ News1 정은지 특파원

U8이 자랑하는 기술 중 하나인 360도 회전 역시 이쓰팡을 통해 구현됐다. U8에는 각각의 바퀴를 구동시키는 4개의 모터를 사용해 제자리에서 360도를 회전하거나 평행 주차를 지원하는 식이다.

비야디 관계자는 "4개의 모터를 통해 제자리에서 유턴할 수 있다"며 "(차량 내부의)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회전이 가능하며 스스로 주차를 하거나 주위에 차가 있는지, 아니면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를 파악해 스스로 회전한다"고 소개했다.

U8에는 레벨3 수준의 자율 주행 기능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도로에 진입해 목적지를 입력해 자율 주행 모드로 운전이 가능하다"며 "운전자가 인위적으로 (운전하는 행위에) 간섭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이 언급한 U8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 정도는 레벨 2.99다.

국내에서 명실상부한 전기차 업체로 자리매김한 비야디는 본격적으로 해외 공략에 나서고 있다.

13일 서울 시내에 위치한 세계 전기차 1위인 중국 비야디(BYD) 매장에 전기차 배터리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시작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안감이 중국 전기차 브랜드로 옮겨 붙고 있는 상황이다. 2024.8.1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2022년 네덜란드, 일본, 태국, 독일 스웨덴 등에 잇따라 진출했다. 같은 해 비야디는 회사의 글로벌 진출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웹사이트에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최근에는 태국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비야디의 해외 판매량은 20만 34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1% 늘었다.

이런 가운데 비야디는 올 연말 한국에서 전기차를 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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