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HBM 중국 수출길 막나… 새우등 터지는 K-반도체

앨런 에스테베즈 미국 상무붑 산업안보차관이 10일(현지시간)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중국 수출통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 사진=로이터

미국이 인공지능(AI) 시대 개화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커진다.

앨런 에스테베즈 미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2024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미국과 동맹의 안보를 위협하는 첨단기술을 (중국, 러시아 등이)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동맹국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스테베즈 차관은 특히 HBM을 언급하며 " 세계에서 HBM을 만드는 기업이 3곳(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인데, 그중 2개 기업이 한국 기업"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중국은 최첨단 GPU를 개발할 수 있는 도구(HBM) 등을 구현할 수 없다"며 "중국의 역량이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HBM의 대중국 수출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평가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에 필요하다. 전 세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이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3%, 삼성전자 38%, 마이크론 9% 수준이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한국산 HBM을 사재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제재가 더 심해지기 전 물량을 비축해 놓으려는 목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달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삼성전자 중국 매출은 32조345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7조8080억원)에 비해 81.6% 늘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중국 매출은 3조8821억원에서 8조6061억원으로 121.7%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본격화되면 국내 반도체 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어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면서도 "3개 기업 중 2개 기업이 한국기업인데 수출 통제는 우리 기업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