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가 하락에 폐배터리 업계도 구조조정 본격화

김경은 2024. 9.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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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가격 2022년 고점 대비 88% 급락
리사이클링 소재 가격 경쟁력 하락 요인
리사이클링 업계 매각·계열사간 합병 등 효율화 추진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2차전지 리사이클링 업계도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리튬, 니켈 등 2차전지의 주요 원료 가격이 급락한 가운데 경쟁 심화로 원료(폐배터리)의 확보는 더욱 어려워진 형국이다. 수익성 악화에 폐배터리 업계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10일 리튬을 정제한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69.5위안화를 기록했다. 2022년 11월 고점에서 무려 88% 하락했다. 이에 신재 대비 재활용 소재의 가격 경쟁력도 크게 떨어졌다. 리사이클링 신규 진입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피드스탁(폐배터리) 확보는 어려워지고 메탈 가격 하락으로 재활용 소재의 가격적 매력이 줄어들게 됐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속 가치가 하락한 지금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는 수준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재활용할수록 손해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IS동서와 성일하이텍 등 폐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은 재무적 부담에 더해 현재의 시장 악화와 맞물리며 실적이 하락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의 경우 헝가리 공장의 재가동과 군산 하이드로센터의 3공장 가동 등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매출 부진과 영업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투자비용이 사업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최근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2.6%나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에코프로와 SK에코플랜트 등 주요 기업들은 폐배터리 사업의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계열사인 이노베이션과 씨엔지를 합병해 리사이클링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미국의 어센드 엘리먼츠 지분을 매각해 1316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며 재무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들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시장 침체 속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폐배터리 사업의 또 다른 문제는 기술적 난제와 규제의 부재다. 배터리의 구성은 다양해지고 있으며, 특히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보급 확대로 인해 기존의 재활용 기술이 맞지 않는 배터리들이 등장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배터리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규제가 미흡해 기업들이 배터리 폐기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배터리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23년 8월 발효된 EU 배터리법은 배터리 전주기의 탄소 발자국과 재활용 비율을 규율한다. 2031년부터 배터리 내 리튬, 니켈, 코발트 사용량의 각 6%, 6%, 16%, 2036년부터는 12%, 15%, 26%가 재활용된 원소재여야 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 요건으로 핵심광물의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고 있으며, 북미에서 리사이클링된 원소재는 IRA 적합 광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며 리사이클링 산업을 촉진하고 있다.

폐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하락과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이용욱 연구원은 “메탈가격이 급락하고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이 진입해 시장은 단기적 왜곡을 겪고 있지만 구조조정을 견디고 살아남는 업체는 향후 고성장하는 시장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분야 조사기관은 RMI에 따르면 2023년 리튬, 니켈, 코발트 생산 중 리사이클링 비중은 5%이지만, 2040년은 30~4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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