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핵심은 '받은 20만 위안(3765만 원)'...기억 안 나고 억울해도, '손준호 본인' 위해 설명 필요
[인터풋볼=신동훈 기자(수원)] 결국 손준호 사건의 최대 쟁점안은 산둥 타이산 동료 진 징다오에게 받은 20만 위안(약 3,765만 원)이다.
지난 해 대한민국 국가대표 미드필더 손준호가 중국에 구금되는 일이 발생했다. 손준호를 잘 모르던 이들도 국가대표 미드필더가 영문도 모르고 구금됐다는 소식에 놀랐다. 축구 면이 아닌 사회, 세계 면에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했다. 이후 10개월 후 손준호는 건강한 상태로 석방됐고 귀국을 해 몸 상태를 끌어올린 뒤 수원FC에 입단했다.
현재 수원FC 핵심 미드필더다. 국가대표 복귀설까지 나올 정도로 컨디션을 되찾은 손준호는 다시 한번 이슈가 됐다. 중국축구협회(CFA) 발표가 이유였다. CFA는 "손준호는 부당 이득을 도모하기 위해 부정거래, 승부조작, 불법 수익에 가담해 스포츠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 중국 축구협회 규율 준칙 제2조, 제5조, 제73조, 제111조 및 '중국축구협회 도덕과 공평 경기위원회 업무규칙' 등의 규정에 근거해 처벌을 내린다. 손준호는 평생 축구와 관련해 어떤 활동도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중국에 있는 10개월, 손준호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어떤 혐의이고 구금되어 어떤 대우를 받았으며 어떤 절차 속 풀려났는지 손준호 입에서 자세히 나온 건 없었다. CFA 발표 이후 손준호 측은 기자회견을 예고했고 11일 수원종합운동장 내 위치한 수원시체육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손준호와 그의 에이전트가 참석해 자신들의 입장을 자세히 건넸다.
궁금했던 부분이 풀린 것도 있다. 체포되는 과정을 설명했고 구금 후 중국 공안이 가족을 들먹이며 협박을 해 거짓 자백을 했다가 번복을 해 더 오랜 시간 붙잡혀 있었고 이후 중국 판사 측과 형량 거래를 통해 일부를 인정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야기를 했다. 체포됐던 날 제3의 도시에서 비행기를 탄 의문점(이른바 도피 의혹)에 대해선 자녀 때문에 귀국을 하려고 했고 여권 검사 과정에서 통과가 되지 않아 다른 공항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손준호가 느꼈을 공포는 충분히 전해졌다.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공안에 잡혀가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혐의를 부인해야 하고 가족을 들먹이며 협박과 회유를 하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거짓 자백을 했다고 한 손준호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손준호는 10개월 동안의 구금 생활을 돌이켜 보며 "죽지 못해 살았다"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말하기 힘든 일을 회상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설명했고 자신은 범죄자 아닌 피해자임을 확실히 강조했다.
설명이 명쾌히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어쩌면 이 사건의 핵심이다. 바로 진 징다오에게 받은 20만 위안이다. 손준호는 진 징다오와 친분을 인정했다. 가족 일을 도와주기도 하고 서로 선물을 해주며 친분을 다졌다고 말했다. 공안이 승부조작 경기로 판단한 상하이 상강 경기 이후 20만 위안을 받은 것도 인정했다.
손준호는 이 20만 위안의 성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했다. 공안은 진 징다오가 20만 위안을 승부조작을 한 대가로 지불했다고 듣고 심문을 했는데 손준호는 승부조작 혐의는 끝내 인정하지 않았고 금품수수 혐의도 협박에 의한 거짓 자백이며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 또한 판사 측과의 거래라고 했다. 간단히 말하면 20만 위안을 받은 건 인정했지만 이 돈이 불법적인 돈은 절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어떠한 증거도 없다. 손준호의 기억 속에서도 어떤 성격인지 규명이 안 되어 있고 먼저 잡혀갔고 손준호가 절연했다고 한 진 징다오에게도 들을 수 없으며 20만 위안 거래 내역만 남고 전후 대화 내용은 휴대폰 포렌식 과정에서 찾지 못했다고 했다. 승부조작은 아니라는 판결문이나 문서, 공안이 협박을 했다는 증거물은 손준호에게 없는 상황이다.
손준호 에이전트는 "이 비정상 과정이 이해가 안 되는 게 당연하다. 상대가 중국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납득이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국 항소에 대해선 손준호가 중국에서 있었던 끔찍한 일 때문에 돌아가 진상 규명을 하기 어려운 부분도 이해가 간다. 손준호의 전체적인 상황과 감정적 부분도 공감이 된다. 하지만 20만 위안에 대한 부분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결국 손준호는 억울하고 기억하기 싫더라도 20만 위안에 대해 기억하고 밝혀야 한다. 손준호에겐 잔인한 과정일지 몰라도 대중 지지와 법적 설득력을 얻으려면 필요하다. 아직 FIFA나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판단은 나오지 않았지만 추후에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데도 20만 위안 부분을 설득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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