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경고했는데”… 국회·금융위 손 놓다 ‘티메프 사태’ 발생

김태호 기자 2024. 9.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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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매 분기 전금업자 관리권 강화 요구
금융위, 금감원 요구에도 후속조치 안 취해
국회, 정쟁 법안 아닌데도 3년간 발의안 방치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왼쪽)과 위메프 본사(오른쪽).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벌어지기 2년 전부터 전자금융업(전금업)자 대상 경영지도에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매 분기 금융위원회에 관련 제도 개선을 건의했으나 금융위는 입법 시도를 한 차례 했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아울러 지난 국회 회기 중 관련 법 개정이 미뤄지다 법안이 폐기됐다는 점에서 국회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2일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2022년 3분기부터 ‘전자금융업자 경영지도기준 점검 결과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분기마다 작성했다. 이 문서에는 직전 분기 중 경영지도기준을 지키지 못한 전금업자 현황과 금감원의 대응 계획이 담겨 있다.

금감원은 해당 보고서에 금감원이 전금업자를 상대로 후속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금업자의 경영지도기준 준수 의무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현행 제도상 전금업자가 경영지도기준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금감원은 과징금·과태료 등의 징계를 내리거나 경영개선권고·명령 등의 행정 조치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분기별 보고서를 작성할 때마다 “경영지도기준이 권고적 효력에 그친다”며 “전금업자 경영 부실 심화 시 실효성 있는 지도가 어렵다”고 명시했다.

금감원은 2년 전부터 금융위에 관련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금감원은 2022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약 2년 동안 금융위에 전금업자 경영지도기준 현황 보고서를 제출하며 금감원의 행정 조치권 확보를 위해 별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러나 금융위는 금감원의 꾸준한 요청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난 7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긴급현안 질의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김소영 금융위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금감원의 건의가 들어오기 전, 이미 관련 법 개정을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금융위는 김병욱 전 민주당 의원과 협업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발의안엔 경영지도기준을 어긴 전금업자에 대해 금융 당국이 행정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신설 조항이 포함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전자금융법 개정 건의를 하기 1년 전에 금융위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김 전 의원과 함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김 의원을 통해 한 차례 제도 개선을 시도한 후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 발의안이 국회에서 맴돌고 2년 가까이 금감원의 제도 개선 요청을 들으면서도 적극적인 입법 노력은 없었다. 국회의원을 통하지 않고 정부 부처가 직접 법 개정을 발의하는 정부입법 시도도 없었다.

민 의원은 “금융위가 한 차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것만으로 모든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 당국이 늑장 대응하는 동안 티몬·위메프의 부실 규모가 커져 이번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회 역시 티몬·위메프 사태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의 법안 발의 시점은 2021년 11월인데, 21대 국회가 올해 5월에 회기를 마칠 때까지 해당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이 함께 발의한 데다 정쟁 법안도 아닌 만큼 3년 가까이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뚜렷한 명분도 없었다.

☞ 전자금융업자란

전자적 장치 등을 통해 금융 상품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뜻한다.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자,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등이 포함된다.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몬과 위메프는 전금업자로 등록돼 있어 2년 전부터 금감원과 경영개선협약을 맺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티몬·위메프 사태에서 금융 당국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자금융업 경영지도기준이란

전금업자 경영지도기준은 전자금융감독규정에서 규정하는 준수 사항이다. 해당 기준에 따라 전금업자는 ▲자기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할 것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은 20% 이상일 것 ▲유동성 비율이 최소 40% 이상일 것 등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 금감원은 경영지도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전금업자에 대해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도록 한다. 또한 금감원은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전금업자와 경영개선협약(MOU)을 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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