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우선'에 제동걸린 특검법…추석 밥상서 밀려나나
우원식 의장 제동으로 12일 처리에 차질…"의정갈등 해결이 우선"
의장실 "국민 죽고 사는데 필리버스터 온당하느냐…논의가 우선"
野 "12일 본회의 전까지는 모른다, 협의해야 vs 與 "19일 본회의도 유감"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등의 처리를 벼르고 있었지만, 제동이 걸렸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의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며,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3개 법안의 12일 상정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로써 추석 연휴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일정 방해)가 진행될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우 의장이 오는 19일 처리를 제시한 탓에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모습이다.
'속전속결' 특검 처리에 제동 건 우원식 의장…野 "당황스럽고 경악"
김건희 특검법은 수사 대상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주식 저가 매수 의혹, 인사개입·공천개입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8가지 의혹을 포함시켰다. 야당이 4번째로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은 이른바 '제3자 추천', 즉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고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야당이 이를 2명으로 추리면 그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역화폐법의 경우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지자체에 재정을 의무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야당은 이 법안들을 12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이 공개적으로 12일 상정 거부, 19일 본회의 상정 방침을 밝히면서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우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지금 국회의 가장 큰 책무는 한시라도 빨리 의정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청래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조국혁신당 법사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 의장을 강력히 비판하며 "김건희, 채상병 특검법을 한시라도 빨리 통과시키라는 것이 국민적 열망과 요구"라고 주장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매우 당황스럽고 경악스럽기까지 하다"며 "한 건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하겠나"라고 자당 출신 국회의장을 향해 강도 높은 표현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들은 김건희 여사의 총선 개입 혐의 관련 공소시효가 오는 10월 10일에 만료되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감안해 19일이 아니라 12일에 특검법이 처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 의장은 "(19일 시한은) 그런 (공소시효) 문제까지 검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추석 필리버스터'에 '의료대란' 겹치며 의장이 결단"
우 의장이 이 같이 판단한 배경에는 12일 본회의에서 2개 이상의 법안을 상정할 경우, 추석 연휴에 필리버스터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의료 대란 문제가 매우 시급한 문제라는 판단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는 법안 1개당 한 번씩 진행할 수 있는데, 이를 강제종료하려면 토론 개시 24시간 뒤부터 재적의원 5분의 3(180명)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토론을 종료시키면 해당 법안의 표결이 가능해진다. 만약 12일 본회의에서 법안 3개를 모두 상정할 경우, 추석 연휴 이틀째인 15일까지도 필리버스터가 계속 이어지고 의원들은 국회 근처에서 계속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추석 연휴를 맞아 한창 지역구에서 활동해야 하는 의원들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를 하게 되면 국민의힘 쪽이 더 부담이지만, 우리도 부담이 있다"며 부담감을 토로했다.
의료 대란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국면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대화에 전제조건은 없고 추석 전에 협의체가 출발해야 한다"며, 여·야·의·정 협의체에 비교적 열린 입장을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테이블이 지금 마련되는 분위기로 가고 있고, 누구나 '아프면 큰일 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는 죽고 사는 문제가 우선"이라며 "국민들은 추석에 (아파서) 병원에 가면 죽게 생겼는데, 정쟁 이슈를 가지고 필리버스터를 하고 날을 샌다는 것이 온당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한정 미루겠다는 것이 아니고, 여·야·의·정이 논의를 해 보는 장이 우선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의장이 충분히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도 이날 우 의장의 결정에 대해 "환영하고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우 의장의 친정인 민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만큼, 본회의 직전까지 일정 부분 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금처럼 우 의장이 3개 법안 상정을 반대하는 것도 원내지도부가 생각한 시나리오에 있었고, 지금 상황도 그 일부"라며 "김건희 특검법은 공소시효 문제가 있어서 미루기가 쉽지 않고, 원내지도부가 밤늦게까지도 의장실과 협의할 수 있을 것이다. 12일 본회의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여당은 여당대로 우 의장이 19일에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힌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정국의 향방은 좀처럼 안개 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 의장이 12일에 법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의사결정을 하신 것은 다행으로 보지만, 26일에 안건 처리 본회의를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19일 본회의 일정을 추가한 것은 유감"이라며 "의사일정에 관한 대화 뒤 당의 입장을 검토하고, 방침이 정해진 뒤에 필요하면 말씀드리겠다"고 해 여전히 필리버스터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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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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