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일부라도 협의체 출범 먼저"…‘환영·시큰둥·무관심‘ 복잡한 의료계
전공의·의대생 '묵묵부답'…의협회장-전공의대표, '갈등' 변수
(서울=뉴스1) 김규빈 강승지 기자 = 정치권에서 여·야·의·정협의체(협의체)를 제안한 가운데 의료계 일부에서는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의정 사태를 촉발한 책임자 문책 등 정부의 유감 표명 및 사과와 전공의, 의대생 등의 협의체 참여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 간 갈등이 표출되면서 협의체 합류에 또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12일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의대 학장들로 이뤄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와 만난다. 김상훈 정책위의장, 의료개혁특별위원장을 맡은 인요한 의원, 특위에 소속된 한지아 의원과 의과대학협회의 이종태 이사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당초 이 자리에는 임현택 의협 회장 등이 참석하는 등 협의체 구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전날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여야, 정부, 대통령실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협의체에 들어갈 의사가 전혀 없다"며 "(국민의힘과 의협은) 만나기로 한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정치권,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은 가능한 추석 명절 전에 협의체가 출범하기를 바라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료계에서 처음부터 한꺼번에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참여 가능한 단체부터 참여해서 일단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해야 한다"며 "출발 후 언제든 의료 단체들이 추가로 참여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여야의정 협의체는 여야의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것"이라며 "지금은 협의체의 출발이 중요하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대화해야 하고, 대화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도 협의체 구성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의대 학장들로 이루어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 이종태 이사장은 "의료계가 합리적 안을 가져와야 한다는 정부 태도에는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모든 걸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의협, 전국의과대학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의학회도 전날 입장문을 통해 "의사들 모두 상황 해결을 위한 협력과 대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전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턴 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기자간담회'에서 "협의체 구성 제안이 나왔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환영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의정사태의 시작과 끝이 입법사항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협의체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태도 변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정부와 의료계 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책임자의 사과 혹은 유감 표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여태까지 이런 일들을 이끌어온 책임자의 문책 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2025년도 2026년도 정원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신뢰 구조여야 (의료계가)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이 생길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전공의, 의대생들이 복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대전협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9일부터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모집이 시작돼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협의체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사 단체들은 협의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요약하면 △의대 증원 백지화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책임자 문책 등 3가지다. 야당과 일부 의사 단체가 백지화가 물리적으로 어렵다면 신뢰 회복 차원에서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문책은 선행해야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증원 백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전공의와 의대생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의정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전공의와 의대생 대표가 협의체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백지화 문제를 협의체에서 어떻게 다룰지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025학년도 증원 백지화도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협의체로 유인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임현택 의협 회장 간의 갈등은 협의체 참여의 변수로 꼽힌다. 박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연일 임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임현택 회장은 사직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본인과 의대협 비상대책위원장 3인은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다시 말해 임현택 체제의 의협이 협의체에 참여하면 전공의와 의대생은 빠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임현택 회장이 SNS에 의협의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개인 의견인지 의협 공식 입장인지 확실치가 않다. 의사들의 여론이 협의체 합류로 기울 경우 14만 의사들을 대표하는 법정 단체인 의협이 빠지는 것도 딜레마다. 협의체 합류를 결정하기 전에 양측 갈등부터 봉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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