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쓰고 땀흘리자"… '갓뚜기' 함태호 명예회장의 뚝심

황정원 기자 2024. 9.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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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없던 '맛' 소개한 최초의 사나이
ISO와 HACCP 등 품질 지속 관리하며 직접 챙겨
사회공헌 활동, 우수한 품질로 '갓뚜기' 별명
9월12일은 대한민국 식품 산업에 큰 공험을 한 오뚜기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의 기일이다. 1979년 창립 10주년 기념사를 하는 오뚜기 사장 시절의 함태호. /사진=오뚜기
"도와주는 것을 말하지 않는 게 계약 조항이었어요. 해외에서 운동할 때는 회장님이 전지훈련장에 오시기도 했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화려한 모습을 보고 부러워할 때가 있었는데 저한테는 무조건 응원해주시는 분이 있어서 그 화려함이 부럽지 않았어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지난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을 기리며 한 말이다. 전 국가대표 역도선수이자 국민 영웅인 장 차관은 선수 시절 오뚜기의 후원을 받은 적이 있다.

9월12일은 오뚜기 창업주인 함 명예회장의 기일이다. 그는 오뚜기 창업 이후 47년간 외길 인생을 걸어온 한국 식품산업의 산 증인이었다.

1930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함 명예회장은 경기고등학교, 홍익대 경제학과,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69년 오뚜기식품공업을 설립했다.

'갓뚜기' 회장님으로 불리며 사회공헌의 아이콘으로 유명하지만 대한민국 식품 역사에서는 '최초의 사나이' '1등 회장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오뚜기는 우리나라에 없던 '수요'를 창조하며 성장 발전해온 회사다. 함 명예회장은 평소 "우리는 경쟁사의 시장을 나누어 가지는 일을 하지 않는다. 새 수요를 찾고 늘리기 위해 전력투구하며 머리 쓰고 땀 흘려 현재나 미래나 수요를 창조하는 것이 오뚜기의 기본이다"라고 강조했다.

1960년대 말부터 우리나라에 카레, 토마토케첩, 마요네즈를 소개하고 대중화시킨 장본인이 함 명예회장이다. 오뚜기가 제품을 양산하기 전까지는 그런 맛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1982년 11월 식초공장 가동식(왼쪽)과 1993년 11월 삼남공장식초발효실준공 현장을 찾은 함태호 명예회장의 모습. /사진=오뚜기
1978년에는 국내 최초로 2단계 고산도 식초 발효공법에 의한 2배 식초, 3배 식초를 개발하여 출시했고 사과식초, 포도식초, 현미식초 등 식초의 다양화를 처음으로 이뤄냈다.

오뚜기는 국내 식품회사 중 가장 많은 1등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카레, 케, 마요네스, 레토르트, 식초, 마아가린, 참기름, 스프, 당면, 미역, 드레싱, 육류소스, 후추, 겨자, 와사비, 국수, 물엿, 쨈, 즉석국 등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함 명예회장은 ISO와 HACCP 등으로 지속해서 관리하며 제품에 대해 철저히 책임지는 기업인이기도 하다.

매주 금요 시식에 참여해 시식평가를 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등 맛과 품질에 대해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직접 챙겼다. 이러한 그의 집념과 철학이 있었기에 경쟁이 치열한 식품업계에서 오랜 세월 1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파도 파도 미담만… '갓뚜기' 별명 만든 사회공헌 활동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이 2011년 제10회 식품안전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함 명예회장은 식품산업 발전과 사회 공헌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사진=오뚜기
함 명예회장의 사회공헌은 작고 후에도 미담이 계속 발굴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는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992년,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들이 10세 이전에 수술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즉시 한국심장재단과 결연을 하고 후원하기 시작했다. 당시 매월 5명으로 시작한 후원은 점차 그 인원을 늘려 현재는 매월 22명을 후원하고 있다. 오뚜기는 올해 8월까지 6255명의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선사했다.

2012년 6월부터는 장애인학교와 장애인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밀알복지재단의 '굿윌스토어'에 단순한 자선이 아닌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선물세트조립 임가공위탁, 판매물품지원, 물품기증캠페인, 자원봉사활동 참여 등이다. 오뚜기의 굿윌스토어 장애인 지원 프로그램 사업은 장애인의 재활을 돕는 새로운 사회공헌활동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1996년 12월 출범한 오뚜기함태호재단은 함 명예회장이 인재 양성에 대한 소신을 지속하기 위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것이다. 1997년 5개 대학 14명의 장학금 지원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1253명에게 약 85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2009년부터 오뚜기함태호학술상을 제정해 식품산업발전과 인류 식생활 향상에 기여한 공로가 큰 식품 관련 교수와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오뚜기함태호학술상을 시상하고 있다. 2023년까지 총 28명이 수상했다.

2005년 함 명예회장은 해외 신시장 개척 공로를 인정받아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11년에는 국민 식생활 개선을 통해 국가사회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했다.

함 명예회장은 2010년 회장직을 아들 함영준 회장에게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2016년 별세했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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