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회장님은 '체코 원전' 열공...집콕 파·해외출장 파 총수들 행선지 엇갈려
주요 총수들 경제 사절단 포함
현지 사업 협력 방안 준비 한창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촉각'
"그룹 명운 달려" 내용 직접 챙겨
정의선 회장은 현지 공장 '점검' 가능성
주말(14일)부터 닷새 동안 이어지는 추석 연휴에 국내 재계 총수 대부분은 국내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 구상에 몰두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연휴 기간 해외 출장 일정을 잡았지만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순방 경제사절단에 주요 총수들이 포함되면서 명절에 해외 현장 경영을 하려는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는 후문이다. 체코 사업 규모가 큰 기업 총수는 연휴에 경제사절단 공식 행사나 현지 사업 협력 방안 등을 준비하기에도 빠듯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추석맞이 '체코 열공'을 시작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연휴에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국내에서 체코 경제사절단 참여 준비에 집중할 계획인데, 이미 동생 박지원 부회장(두산에너빌리티 대표)으로부터 수시로 참여 계획을 보고받으며 주요 내용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도 이번 체코 순방에 함께한다. 박 부회장에게는 두산에너빌리티의 김종두 원자력BG장(부사장), 손승우 서비스BG장(부사장) 등이 체코 원전 사업 수주 현안을 수시로 설명하고 있다.
황금 연휴에 체코 공부하는 이유는
두 형제에게 이번 추석은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시기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 협상대상자가 된 상황에서, 재계는 한수원이 최종 계약 당사자가 되면 주기기 제작·공급업체가 될 두산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와 경제사절단은 우리 원전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다양한 비즈니스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추석 연휴에 체코 공부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체코 경제사절단 공식 일정 이후 현지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체코 노소비체에 세운 현대차 체코공장은 기아의 슬로바키아 공장과 함께 유럽연합(EU) 내 현대차그룹 생산 거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업계는 정 회장의 체코 방문을 계기로 현지 공장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경영 불확실성 커진 기업들 "회장님 한국에서 할 일 많아"
SK·LG·한화·롯데 등 사업 재편이나 신사업에 집중하는 그룹의 총수들도 국내에서 한가위를 맞을 예정이다. 기업의 조직 개편, 인사 논의가 대부분 10월 시작돼 오너가 계열사 별, 임원 별 성과를 조용히 점검하기에 이번 연휴가 안성맞춤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 사업 재편 논의가 한창 진행되는 데다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맡고 있어 연휴 내내 국내 일정만 소화해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자택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경영 현안 전반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은 ABC(AI, 바이오, 클린테크)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김동관 부회장도 최근 한화임팩트 투자 부문 대표를 추가로 맡게 돼 미래 신성장동력과 투자처 발굴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도 외부 일정 없이 국내에 머물며 주력 사업 현안을 살필 예정이다.
이재용·정기선 회장은 해외 출장 예정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총수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추석 연휴에 해외 사업장 방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4년부터 설과 추석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비즈니스 모임을 가졌다. 타국에서 명절을 맞는 현지 직원 격려도 빼놓을 수 없는 행사로 챙겨왔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미국 출장을 떠난다. 정 부회장은 17~20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친환경 선박·에너지 전시회 '가스텍(Gastech) 2024'에 참석할 예정이다. HD현대 계열사의 CEO들도 연휴 기간 해외와 국내 사업장을 찾아 현장 경영을 이어간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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