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안은 스위프트, 美대선 ‘생식권 논쟁’ 불붙였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9. 12.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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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TV 토론 직후 해리스 지지 선언
3억명 팬덤, 박빙 대결에 영향 줄 수도
WP “팬층 투표율 상승, 해리스에게 도움 될 것”
보수 진영 “역겨워” “대가 치를 것” 반발
미국의 인기 여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 대통령 선거의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10일 선언하며 올린 이 사진 한 장이 생식권 문제를 미 대선의 핵심 이슈로 확실히 끌어올렸다. 생식권은 여성이 스스로 임신·출산·낙태 등을 결정할 권리를 뜻한다. 막강한 영향력이 있는 스위프트는 반려묘를 안은 사진과 함께 자신을 ‘아이 없는 고양이 여성(Childless Cat Lady)’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 의원이 3년 전 아이가 없는 여성을 조롱하면서 쓴 표현으로, 최근 재조명되며 반(反)여성적이란 비난을 받았다. 스위프트는 사진을 통해 밴스를 우회적으로 공격하며 생식권을 옹호한 셈이다. 미 연방대법원이 2년 전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을 계기로 생식권은 이번 미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돼 왔다. /인스타그램

미국의 인기 여성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35)가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10일 발표하면서, 여성이 임신·출산·낙태 문제를 스스로 자유롭게 정하는 이른바 ‘생식권’ 문제가 오는 11월 미 대선의 승패를 가를 결정적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스위프트가 생식권을 옹호해 온 미혼 여성인 데다, 3억명 가까이 된다고 추정되는 스위프트의 팬인 이른바 ‘스위프티스(Swifties)’ 상당수가 젊은 여성 유권자여서 이들의 결집이 대선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스위프트는 10일 미 대선 생방송 토론회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고 투표를 독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스위프트는 미국 성인 남녀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 인기가 많고 지난 대선 이후엔 무소속과 공화당 지지자 사이의 인기도 올라가고 있다. 스위프트의 해리스 지지는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스위프트의 소셜미디어 팔로어는 약 3억명에 이른다.

그래픽=백형선

2022년 보수 성향이 다수인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여성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진 후 생식권은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돼 왔다. 여성이 다수인 스위프트 팬들이 결집할 경우 대선 결과를 좌우할 7개 경합주에서 해리스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세가 기울 가능성도 있다. 이들 주에서 해리스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은 거의 비슷하다. 경합주 애리조나·네바다를 포함한 10주에서 대선일에 낙태 찬반을 묻는 주민 투표를 함께 실시한다.

스위프트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해리스 지지 ‘선언문’을 통해 생식권 보장을 주요 의제로 부각하려는 신호를 명확히 했다. 반려묘(猫)를 안은 사진을 게시물과 함께 올리면서 자신을 ‘아이 없는 고양이 여성(Childless Cat Lady)’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 의원이 3년 전 한 방송에 나와서 말한 표현이다. 당시 밴스는 해리스 등을 언급하면서 “(아이가 없는) 이런 사람들은 미국의 미래에 이해관계가 없다” 등의 발언을 해서 반(反)여성적인 동시에 아이를 갖고 싶지만 불임·난임 등으로 고통받는 유권자에게 상처를 줬다는 비난을 받았다. 스위프트는 해리스 지지 선언을 하며 이를 다시 언급함으로써 밴스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저격’한 셈이다.

미 정가에선 특히 스위프트가 ‘전국구 스타’로 거듭난 2010년대 중반부터 팬덤에 가세한 10대 여성들이 어느덧 투표권을 가진 나이가 됐다는 점을 주목한다. 낙태권 보장을 포함한 생식권 문제를 대선의 주요 이슈로 앞세우려 하는 해리스와 민주당에는 스위프트의 지지가 큰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위프트는 그동안 여성이 자기 몸에 관한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면서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에 대해 “수십 년 동안 성소수자 인권, 시험관 아기, 여성 생식권을 옹호한 사람”이라고 썼다. 2년 전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50여 년 만에 폐기했을 땐 소셜미디어에 “수십 년 동안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워온 사람들이 그 권리를 박탈당했다. 정말 겁이 난다”고 했었다. 월즈 주지사는 스위프트의 지지 선언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고 했고, 진보 성향 방송사인 MSNBC는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중요한 유명인의 지지 선언이고 시점도 절묘했다”고 전했다. 반면 표적이 된 밴스는 11일 폭스뉴스에 “미국인 대부분은 억만장자 연예인에게 관심이 없다”며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스위프트의 팬덤은 대선 자금 모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 순회공연인 ‘에라스 투어’에서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 이상 수익을 거두는 등 그의 영향력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지난달엔 팬들이 자발적으로 ‘카멀라를 위한 스위프티’ 캠페인을 열었는데, 3만4000여 명이 참여해 12만2000달러(약 1억6400만원) 넘게 모으기도 했다. 다만 유명 인사의 지지 선언이 곧 당선을 의미하진 않는다. 스위프트에 버금가는 수퍼스타 비욘세는 2018년 공화당 텃밭인 텍사스주 상원 의원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베토 오로크 후보를 공개 지지했지만, 오로크는 현역인 공화당 테드 크루즈에게 분패했다.

☞아이 없는 고양이 여성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 의원이 3년 전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을 비판하면서 사용해 논란을 빚은 표현이다. 불임·난임으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출산의 자유’를 중시하는 수많은 여성 유권자들의 공분을 샀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10일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하며 반려묘를 안은 사진을 올리고 스스로를 ‘아이 없는 고양이 여성(Childless Cat Lady)’이라 표현했다. 밴스의 발언을 비튼 것이라는 해석이다. 미혼인 스위프트는 현재 프로 미식축구 선수 트래비스 켈시와 공개 연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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