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만에 다시 열린 팀 버턴의 ‘저승세계’… 미국선 흥행 열풍 불었지만 한국선 ‘잠잠’

이호재 기자 2024. 9. 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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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그렁 잘린 팔이 거리를 마구 활보한다.

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미국에선 첫 주말 1억1000만 달러(약 1473억4500만 원)의 티켓 판매 수익을 올리며 다시 팀 버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전작은 1500만 달러(약 200억 원)의 제작비로 7370만 달러(약 987억 원)의 흥행을 거둬들였고 신인 감독이었던 버턴을 일약 스타덤에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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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공포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
기발한 상상력… 낡은 설정은 아쉬워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 유령 탐정 ‘울프 잭슨’(윌럼 더포·오른쪽)이 소두 인간인 ‘슈링커’를 협박하고 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덩그렁 잘린 팔이 거리를 마구 활보한다. 사탕처럼 커다랗고 동그란 눈알은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커다란 작살에 찔린 목, 기괴한 도끼 자국이 가득한 얼굴도 보인다. 언뜻 보면 시체가 널브러진 섬뜩한 범죄 현장 같다.

하지만 흉악한 외모에 편견을 가지지 마시라. 이곳에 머무는 유령들은 유쾌하다. 유령 탐정 ‘울프 잭슨’(윌럼 더포)은 시답지 않은 ‘아재 개그’를 남발하며 실소를 자아낸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장난꾸러기 유령 ‘비틀쥬스’(마이클 키턴)는 짓궂은 농담을 멈추지 않는다. 미국 영화감독 팀 버턴(66)이 그려낸 저승엔 공포보단 웃음이 가득하다.

4일 국내 개봉한 코미디 공포 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모녀가 저승을 여행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뤘다. 10대 딸인 아스트리드(제나 오르테가)가 우연히 저승으로 넘어가게 되자 영매인 엄마 ‘리디아’(위노나 라이더)가 악령 비틀쥬스를 소환해 딸을 구하러 저승에 간다. 10일 기준 약 9만 명이 관람했다. 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했다고 보긴 힘들지만 미국에선 첫 주말 1억1000만 달러(약 1473억4500만 원)의 티켓 판매 수익을 올리며 다시 팀 버턴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신작은 1988년 영화 ‘비틀쥬스’ 이후 36년 만에 나온 후속작이다. 전작은 1500만 달러(약 200억 원)의 제작비로 7370만 달러(약 987억 원)의 흥행을 거둬들였고 신인 감독이었던 버턴을 일약 스타덤에 앉혔다. 이후 버턴은 ‘배트맨’(1990년),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년) 등 독창적인 세계관을 펼쳐 보였다. 버턴은 워너브러더스와의 인터뷰에서 “1편처럼 배우의 즉흥 연기에 기대려 했다”며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첫 영화를 만들 때의 재미를 되살리려 했다”고 했다.

신작은 전편의 팬이라면 열광할 만한 요소로 가득 차 있다. 예를 들어 전편에서 소녀 리디아를 연기한 라이더가 중년으로 돌아와 엄마 리디아를 연기했다. ‘가위손’(1991년)을 생각나게 하는 리디아의 집 등 전편에서 관객을 사로잡은 공간을 유사하게 재현했다. 또 버턴만의 독특한 색채를 표현하기 위해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하고 세트 70여 개를 지었다. 저승에서 벌이는 유령들의 시끌벅적한 난동을 보다 보면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1995년)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다만 흰색 분필로 벽에 네모를 그린 뒤 주문을 외치면 저승으로 가는 문이 열리는 등의 설정은 낡게 느껴진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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