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바이브세션과 블랙스완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2024. 9. 12.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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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일본은행의 금리인상과 미국 실업률 상승이 겹치면서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가을이 되고 투자심리가 불안해지면 경제의 약한 고리가 터지면서 시장이 붕괴수준 일보 직전까지 가는 블랙스완 이벤트가 나타나곤 했다.

4년 전 두 자릿수에 달한 실업률이 5%대로 낮아졌다.

최근에도 경기펀더멘털을 나타내는 지표는 괜찮지만 미국인의 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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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한 달 전 일본은행의 금리인상과 미국 실업률 상승이 겹치면서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가을이 되고 투자심리가 불안해지면 경제의 약한 고리가 터지면서 시장이 붕괴수준 일보 직전까지 가는 블랙스완 이벤트가 나타나곤 했다.

대표적인 예가 1987년 블랙먼데이 주가폭락이다. 그해 10월19일 미국 S&P500지수는 하루에만 20% 넘게 하락했다. 경제가 순항했기 때문에 이날 폭락은 더 의아하게 다가왔다. 당시 미국 경제는 4% 안팎의 성장률을 보이며 견실한 상태를 유지했다.

4년 전 두 자릿수에 달한 실업률이 5%대로 낮아졌다. 수년 전 악화한 기업의 순이익 실적도 전년 대비 30% 넘게 증가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미국은 호황을 누렸다. 경기침체의 조짐은 어디에도 없었다.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과 1년 최저 3개월 평균 실업률의 차이로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삼(Sahm)의 리세션 지표는 1년 가까이 0%를 유지했다. 이 지표가 0.5%에 달하면 경기침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 시간이 갈수록 고용시장은 탄탄해졌다.

1981년 두 자릿수던 미국 소비자물가도 꾸준히 낮아졌다. 1986년 3월에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물가목표치인 2%를 하회했다. 더불어 연준은 1984년 11%였던 기준금리를 1986년 6% 밑으로 내렸다. 1985년 160이던 달러인덱스는 1987년 초 100을 하회했다. 저금리, 저물가, 저달러의 3저 시대가 활짝 열렸다.

그렇다면 무엇이 블랙먼데이의 주식시장 붕괴를 초래했을까. 실업률만으로 삼의 지표를 계산하면 제로 수준이었다. 하지만 같은 계산법을 인플레이션에 적용하면 위기신호를 감지할 수 있었다. 1986년 말 1.2%까지 하락한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급등했다. 3개월 후엔 2.8%에 달했다. 최근 3개월 평균 물가가 1년간 최저 3개월 평균 물가보다 0.7% 넘게 올랐다.

잊고 있던 물가에 다시 적신호가 켜졌다. 중동정세 관련 불안감이 높아지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증산에 제동을 걸자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그 여파로 소비자물가가 4% 위로 치솟았다. 이에 놀란 연준은 기준금리를 빅스텝(0.5%포인트)으로 올렸다. 1987년 5월 기준금리는 6.5%로 상승했다.

그해 새로 취임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또 한 번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으로 올렸다. 생활물가 상승과 고금리가 가계경제 전반에 대한 판단에 악영향을 줬다. 객관적 경기지표는 좋았지만 투자자가 체감하는 실물경제는 달랐다. 이런 불안감이 하루 만에 증시에 집중되면서 사상 최악의 주가폭락이라는 블랙스완 이벤트가 완성됐다.

최근에도 경기펀더멘털을 나타내는 지표는 괜찮지만 미국인의 경제 전반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지표와 심리의 괴리를 지칭하는 바이브세션(vibecession)이 또 다른 블랙스완 이벤트를 낳을 수 있는 조건이 되고 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때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위험관리 플랜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김성재 미국 퍼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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