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첫 재판, 김범수 “무리한 기소”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으로 구속기소 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무리한 기소라며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김 위원장 측 변호인은 1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지분 경쟁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이뤄진 행위를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하이브가 했던) 공개매수는 기업의 경영권 취득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 중 하나로, 어떤 방해도 받아서는 안 되는 특별한 권리가 아니다”라며 “타기업의 공개매수가 있더라도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는 건 지극히 합법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또 “기소 내용에 따르면 상대방의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한 장내 매수를 할 때 절대로 고가 주문은 해서는 안 되고 오로지 저가 주문만 접수한 채 마냥 기다리라는 것”이라며 “필요한 주식 매입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자본시장법상 적법한 경영권 분쟁 방법으로 대항공개매수가 있고, 경영권 취득 목적을 공시하며 5% 이상 장내 매집하는 방법도 있다”며 “피고인이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의 이런 제안에도 ‘경영권 취득 목적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며 거절했다”고 반박했다.
또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실패시키기 위해 주가를 올리기 위한 목적과 의도가 인정돼 기소한 것이지, 주가가 오른 결과만을 놓고 기소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월 14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의 제안으로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방 의장과 만난 사실도 거론했다.
방시혁 의장은 김 위원장에게 “하이브가 SM을 인수하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했으나 김 위원장 측은 답변을 피하며 하이브가 수용하기 어려운 안을 제시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지난달 8일 구속기소가 된 김 위원장은 이날 넥타이를 매지 않은 청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했고, 임원들은 조직적으로 자금을 동원해 시세 조종성 장내 매집을 실행한 것으로 본다.
재판부는 이달 말까지 변호인으로부터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받고 다음 달 8일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쟁점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입장을 듣기로 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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