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논리로 국제문제 본 트럼프… 한반도 안보관도 우려
10일 TV 토론에서 맞붙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외교·안보 현안에 있어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대외 문제에서도 수지타산부터 따지는 트럼프는 미국의 동맹과 우방국을 압박해 제대로 된 비용을 받아내고, 이른바 ‘스트롱맨’이라 불리는 권위주의 진영의 지도자들과 관계를 관리해 전쟁을 매듭짓고 다른 충돌을 방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반면 자유·민주 진영 간 결속과 가치 연대를 중시해 온 해리스는 “트럼프는 이용만 당하고 끝날 것”이라며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고 아첨하는 사람 대신 동맹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미국은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국제 규칙과 규범을 지키는 리더로 서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미국의 동맹과 우방국들이 비용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논리를 반복했다. 그는 “엄청난 관세 부과를 통해 다른 나라와 세계를 위해 미국이 지난 75년 동안 한 일들에 대한 돈을 돌려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3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아주 잘 알기 때문에 전쟁을 할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하길 원하냐’는 질문에는 거듭 즉답을 피하며 “더 많은 사람이 희생되기 전에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고 그게 미국의 이해에도 부합한다” “당선되면 취임하기도 전에 매듭을 지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32개 회원국 가운데 상당수가 동맹에 대한 재정적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바이든과 해리스가 유럽에 방위비를 더 요구할 용기가 없어 미국이 2500억달러(약 335조원)를 내고 있는데 그들(나토 회원국)이 우리보다 1500억달러나 더 적게 낸다”면서 “(내가 재임할 땐) 그들이 돈을 내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앞서 지난달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국가방위군협회(NGAUS) 총회에서 나토 회원 국가의 방위비 지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인 점을 지적하며 “세기의 도둑질이다. 모든 나토 국가가 반드시 3%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해리스는 나토를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동맹’이라 표현했다. 그는 “우리는 주권을 위해 분투하는 우크라이나의 방위 능력을 지켜줬다”면서 “나토가 왜 당신이 더 이상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라.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푸틴은 지금 키이우(우크라이나 수도)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충돌을 놓고도 충돌했다. 트럼프는 해리스가 지난 7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워싱턴 연방의회 연설에 불참한 것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을 싫어하는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이스라엘은 2년 이내에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재임 중 이란과의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을 파기하고 제재 드라이브를 걸었던 트럼프는 “우리 치하에서 이란은 파산 상태였기 때문에 하마스, 헤즈볼라 같은 (친이란계) 테러 조직들이 지금처럼 활개를 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는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고 내 경력과 인생 전체를 걸고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국민을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휴전과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 석방 협상을 타결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의 안보를 동시에 보장하는 ‘두 국가 해법’ 추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는 “전쟁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테러로 시작됐고 이스라엘은 국가를 방어할 권한이 있다”고 했지만, 동시에 이스라엘의 격퇴전으로 고조된 가자 지구 내 인도적 위기도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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