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언론사마저… “구글에 인질 잡힌 기분”

플랫폼·광고 담당 前부사장, 미국 반독점 소송에서 증언 “구글 플랫폼에 광고 80% 의존”

구글 로고. /AP 연합뉴스

“구글이 우리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세계 최대 미디어 그룹인 ‘뉴스 코퍼레이션’의 광고 담당 전 임원은 10일 구글을 상대로 한 미국 정부의 반독점 소송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구글이 온라인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구글이 아닌 대체 서비스를 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작년 1월 미 법무부는 구글이 온라인 광고 관련 기업을 인수해 시장 경쟁을 막아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제소했다.

뉴스 코퍼레이션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포스트, 영국 더타임스 등을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회사다. 여기서 광고·플랫폼 사업을 담당했던 스테퍼니 레이저 부사장은 “뉴스 코퍼레이션은 2017년 구글의 광고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으면, 적어도 연간 900만달러(약 120억원)의 광고 매출 손해를 볼 것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16년 구글 플랫폼을 사용하는 광고주로부터 1840만달러의 광고를 유치했는데, 절반을 구글 광고 플랫폼이 차지했다. 2022년 회사를 떠난 그는 “내가 떠날 때쯤 뉴스 코퍼레이션은 구글 플랫폼에 광고 거래의 70~80%를 의존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거대 미디어도 구글의 독점력에 점점 더 종속됐다는 것이다.

앞서 USA투데이 등 매체를 보유한 개닛의 팀 울프 광고 임원은 전날 증인으로 출석해 “개닛은 지난 13년간 구글의 광고 서비스를 사용해 왔으며, 다른 현실적인 선택지는 없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불리한 증언에 구글은 “고객이 구글을 선택하는 것은 서비스가 최고이기 때문”이라며 “시중에 광고를 거래하게 해주는 유사 플랫폼이 여럿 있으며, 우리도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은 향후 약 한 달간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법무부가 승소할 경우, 구글은 자사 핵심 광고 플랫폼인 ‘구글 애드 매니저’를 강제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미 법무부와 구글은 광고 이외에 검색 시장에서의 반독점법 위반과 관련한 소송도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법원은 구글에 대해 독점 기업이라는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