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대마도의 시간은 멈춰있다

정영선 동인문학상 수상 소설가·부산소설가협회 회장 2024. 9. 12.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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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대마도까지는 50km 정도. 우리나라와 역사적으로 얽혀 있는 것도 많고 가깝기도 해서 두 번 정도 찾았던 곳인데, 얼마 전 조선시대 거점 항구였던 사스나항(港)이 보고 싶어 대마도를 또 찾았다.

일본 대마도주 소씨 가문 가족묘인 반쇼인(萬松院)으로 오르는 계단. /박종인 기자

지도만 봐도 사스나는 섬 안쪽까지 바닷물이 쑥 들어와 배를 대기 수월해 보였는데 정말 수로 같은 바다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 대마도가 일본 막부를 대신해 조선과의 외교와 무역을 전담한 시기에는 인삼과 쌀, 중국의 면사로 북적였을 곳이었다. 세관과 검역소 창고들이 늘어섰을 거리는 아무것도 없다. 바다 쪽으로 선 빛바랜 안내판에, 일본 유산이라는 표시와 진료소 골목으로 올라가면 번소의 석벽과 우물터가 남아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비슷한 시기 외국과의 창구 역할을 한 나가사키 데지마와 비교해보면 기록이나 보존이 너무 아쉽다.

대마도가 조선과의 중계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어느 정도였을까. 이즈하라 시내에 있는 소(宗)씨 가문의 가네이시성(城) 정원과 그 위 반쇼인에 늘어선 묘소를 보면 짐작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고기를 잡거나 척박한 땅을 일궈야 살 수 있는 대마도에서 무슨 방법으로 그렇게 큰 정원과 일본 3대 묘소라는 반쇼인을 남겼겠는가. 조선과의 중계무역에서 얻은 경제력으로 대마도주는 일본 내에서도 돈 많은 다이묘로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 대마도의 전성기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6년 동안 개발했다는 가네이시성 정원은 황량할 뿐이고 그 주변으로 늘어선 건물들의 복구 계획은 들은 바가 없다.

대마도를 다녀간 분들의 기행문에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표현이 있다. 도로가 좁고 숙박 시설이 불편해서 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역사는 현재와의 대화인데 기록이나 복원을 최소화하니 시간이 죽어버린 것이다. 일본은 왜 이곳의 역사를 복원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걸까.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의 조선인 희생자에 대한 단 몇 줄의 기록, 야마구치 조세이 탄광 희생자와 우키시마호 희생자에 대한 침묵과 그 의미들까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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