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럭셔리해졌다… 650m 청담 명품거리의 ‘두번째 진화’

신지인 기자 2024. 9. 1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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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개 매장 ‘소리 없는 입점 전쟁’
그래픽=김하경

‘청담동 명품 거리’가 진화하고 있다. 이곳은 1990년 갤러리아 백화점 본점이 들어선 이후 샤넬·구찌 등 명품 매장이 인근에 생기면서 조성됐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당시 해외여행 대신 명품 구매 열기가 확산되자, 메트로시티·토리버치 같은 준명품 브랜드들이 퇴출되고 생로랑·펜디 등 다양한 고가 패션 브랜드가 대거 입성하면서 1차 재편됐다. 팬데믹이 끝난 최근에는 명품 시장이 성숙기를 거치면서 패션뿐 아니라 시계, 주얼리 브랜드까지 다수 입점해 2차 재편이 진행 중이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초기 명품 시장은 의류·가방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구매력이 높아질수록 주얼리·시계 등 세분화되기 마련”이라며 “청담 명품 거리도 이런 구매 행태를 반영해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곳은 지하철 압구정로데오역에서 청담 사거리 방향으로 이어진 약 650m 길이 도로 양옆 거리다. 해외 명품 매장이 즐비한 ‘미국 뉴욕 5번가’ ‘일본 긴자’에 비견되지만, 청담동 명품 거리만의 특징이 확연하다. 이 거리에는 매장이 들어설 수 있는 건물이 단 55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명품 업체들의 건물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또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영업하는 카페나 공원, 중저가 패션 브랜드가 전무하다. 그래서 이곳 매장들은 거리를 지나다 어쩌다 매장에 방문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브랜드를 찾으려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 다른 매장처럼 밖에서 내부가 보이도록 하는 쇼윈도 진열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래픽=김하경

◇카페·공원 하나 없이 명품만 빼곡

최근 청담 명품 거리에는 시계 브랜드 오데마 피게와 리차드 밀, 패션 브랜드 로에베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잇따라 매장을 열었다. 1990년 갤러리아 백화점이 들어선 이후 아르마니가 처음으로 대표 매장을 내고, 샤넬·루이비통·프라다 등 대표적인 명품 매장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거리가 조성됐는데, 최근에는 더 고가의 다양한 브랜드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청담동 명품 거리에 들어선 매장은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과 다른 전략을 쓴다. 각자의 해외 브랜드는 이곳에 들어선 매장들에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이름을 붙인다. 가장 선두 전투함인 플래그십(flagship)에서 딴 말로,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매장이란 의미다. 백화점 내 인기 명품 매장은 ‘오픈 런’이 일상이 될 정도로 붐벼 구매하는 데 불편함을 겪는다. 청담동 명품 매장은 백화점 포인트 같은 혜택을 포기하고라도 사적인 쇼핑을 중시하고 높은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들을 겨냥한다. 많은 매장이 비밀 지하 공간에서 혼자 쇼핑할 수 있게 하거나, VIP 고객만을 대상으로 한 카페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당시보다 명품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여서, 경기를 타지 않는 ‘찐부자’를 상대로 한 영업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청담동 명품 거리에 입점하려는 브랜드들의 임차 경쟁이 치열하다. 이곳의 평균 임대료는 200㎡(약 60평) 한 층 매장 기준 보증금 15억원에 월세 5000만원 수준이다. 그런데도 건물 임차를 위해 브랜드들은 소리 없는 전쟁 중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 임원들이 기존 임차 계약이 끝나기도 전에 건물주를 찾아오거나, 한국 특유의 문화인 가계약금까지 내건다고 한다. 청담 명품 거리라 불리는 구역 내 임대가 이뤄지는 건물은 단 55곳에 불과한데, 기본 계약 기간이 최소 10년이기 때문에 한번 기회를 놓치면 재도전이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청담에 매장을 연 브랜드라는 상징성, 55곳뿐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더 들어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패션 기업인 한섬의 브랜드 ‘타임’도 청담 입성에 도전해 성공했다. 최근 건물주와 임차 계약을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인근 상권 확산 주목

인근 상권이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송진욱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도산공원 인근 지역의 상권이 더 커지거나, 청담 거리 뒤편 골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이사는 “상권 형성을 주도하는 루이비통은 지난해 팝업 등 이벤트를 열기 위해 도산공원 인근 건물을 장기 임차했고, 최근 매장 뒤편 건물을 추가 매입했다”며 “이를 따라 상권이 확대될 조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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