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수상한 우리나라 연근해 수온
우럭 등 연근해 양식업 큰 피해
수산 생태계 영향 지속될 가능성
고수온현상 과학적 진단·해법 시급
기상청에서 발표한 올해 여름 기후 특성은 높은 평균 기온 및 역대급의 열대야 발생, 그리고 장마 기간 많은 비가 내린 것이다. 열대야 일수는 평년보다 13.7일이나 많은 20.2일로 1973년 이후 역대 1위, 폭염 일수는 평년보다 13.4일 많은 24.0일로 3위를 기록하였으며 강수는 장마철에 집중된 것이 특징이었다. 육상의 기온 및 강수뿐만 아니라 올해 주목해야 할 기후 특성은 바로 우리나라 해수면 온도의 상승이다. 올해 여름철 우리나라 해역 해수면 온도는 23.9℃로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보다 1.1℃ 높았으며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기록되었다. 우리나라의 최근 10년 평균 해수면 온도가 이전 10년보다 높았기 때문에 올해 여름 해수면 온도는 역대급으로 높은 값을 기록한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우리나라 연근해를 포함한 북서 태평양 지역의 고수온 현상이 비단 해수면 근처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국 기후예측센터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재 북서 태평양 지역의 고수온 현상은 해수면에서 300m 정도 깊이까지 확장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그 경향성이 최근 5~6년간 지속하고 더욱 강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향후 우리나라 연근해 지역 고수온 현상이 수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꽤 오랜 시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 연근해 고수온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해수면 온도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향후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가장 먼저 10년 주기 태평양 진동의 역할이다. 10년 주기 태평양 진동은 10년 이상의 긴 주기성을 갖고 진동하는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변동성 중 그 크기가 가장 큰 변동성인데 현재 이 진동이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20∼2023년 지속한 열대 동태평양 지역의 라니냐가 북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에 기여했을 수 있다. 라니냐는 열대 무역풍이 평년보다 강해지면서 열대 동태평양에서 저수온 현상이 강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라니냐는 북태평양 지역 대기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어 해수면 온도를 높일 수 있다. 2020∼2023년 지속한 라니냐로 인해 유도된 북태평양 지역 고수온 현상이 바다의 큰 열용량으로 인해 지속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의 상승이다. 최근 수년 동안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 또한 높은 상태를 보이는데 이 지역 수온 상승은 동서 방향의 대기 움직임의 변화를 가져와 우리나라 연근해를 포함하는 북태평양 지역 해수면 온도의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우리나라 연근해 해수면 온도의 변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 해양·대기 현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2019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이 56kg인 데 비해 수산물은 70kg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최상위 수산물 소비 국가이다. 우리나라 연근해 고수온 현상이 지속한다면 국민의 먹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연근해 고수온 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진단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상욱 한양대 ERICA 교수·기후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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