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만 남은 ‘학교 딥페이크’…고통 가중
[KBS 부산] [앵커]
부산의 한 중학교 교사가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를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수사 중지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딥페이크 피해를 뿌리뽑기 위한 각종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의 고통과 불안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정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학교에서 교사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음란물이 확인된 건 지난 3월.
학교 성폭력 담당 교사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찰은 '수사 중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학생들을 상대로 최초 제작자와 유포자 추적에 나섰지만 끝내 밝혀내지 못한 겁니다.
가해자는 온데간데없고, 남은 건 피해자뿐입니다.
[피해 교사/음성변조 :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이 사진이 대체 어디까지 유통이 됐을까, 길 가다가 모르는 사람이 빤히 쳐다보면 혹시 그 사진을 보고 나를 보는 건가. 이런 두려움이 많이 크죠, 지금도."]
이처럼 피해가 분명한데도 딥페이크 영상물 제작이나 유포자 검거는 쉽지 않습니다.
실제 최근 3년여 동안 경찰에 접수된 딥페이크 범죄는 8백 건 가까이 되지만 가해자 등이 검거된 건 전체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윤영균/부산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팀장 : "텔레그램사는 한국 정보통신 업체와 달리 한국 경찰의 자료 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아 직접적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범죄 해결도 피해 회복도 어렵다 보니 불안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위장 수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도 합니다.
[곽대경/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 "위장 수사를 허용하면 그런 내용들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고, 증거 자료들을 확보하고 저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처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거죠."]
일부 학교에선 딥페이크에 악용될 것을 우려해 졸업 앨범마저 찍지 않는 학생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대학생/음성변조 :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단체 사진을 찍거나 하게 되는 일이 있으니까. 언제든지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것 때문에 약간 불안해하는…."]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인 딥페이크 범죄는 부산에서만 20건이 넘지만, 이 역시 언제 해결될지는 미지숩니다.
KBS 뉴스 서정윤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그래픽:김명진
서정윤 기자 (yun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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